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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점차 확대되는 로봇의 역할
누구나 한 번쯤은 아니, 거의 매일 다른 누군가가 자기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을 상상해봤을 것이다. 다소 귀찮기만 한 집안일을 비롯해 힘이 많이 드는 육아, 스트레스를 주는 업무까지. 올해 로보월드에는 ‘스마트 인더스트리, 스마트 라이프(Smart Industry, Smart Life)’를 주제로 우리 일상과 산업 현장을 스마트하게 바꿀 다양한 로봇이 출품됐다. 올해 로보월드의 주요 이슈는 ‘협동로봇’과 ‘웨어러블 로봇’이었다.
먼저 협동 로봇은 우리가 자동차나 반도체 공정에서 흔히 봐왔던 산업용 로봇과 달리 작업자 옆에서 단순 작업을 도와주는 신개념 로봇이다. 그동안 로봇은 사람과 함께 일하기보다는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서 정해진 동작의 일을 해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안전’. 작업자가 한눈을 팔 경우 로봇과 부딪히면서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스스로 위험요소를 인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번 로보월드에서 협동로봇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은 관련 기술이 상당한 진보를 이뤘음을 의미한다. 특별히 ‘협동로봇 & 산업안전 특별관’을 구성해 미래 제조공정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이번 국방·의료·건설·농업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 적용이 가능한 웨어러블 로봇이 다수 출품돼 많은 눈길을 끌었다. 웨어러블 로봇은 로봇슈트, 외골격 로봇, 근력증강 로봇과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로봇으로,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육체적인 노동을 가볍게 해준다.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이동을 돕거나, 신체 마비 환자들의 재활을 지원하는 등 점차 로봇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사람 대신 짐을 운반해주는가 하면, 청소는 물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로봇들도 선보였다.
전시회에 출품된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을 보면서 만화 ‘형사 가제트’가 떠올랐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누구나 가제트처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웨어러블 로봇을 몸에 장착하고 다닐지도 모른다. 물론 그때는 만화에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호감을 느낄 수 있는 형태로 우리 일상을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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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다
이번 로보월드에서는 전시회뿐만 아니라 국제로봇콘테스트, 국제로봇컨퍼런스, 분야별 홍보관 등 다양한 행사가 함께 진행됐다. 초·중·고, 대학생을 비롯해 일반인이 참가하는 아시아 최대의 종합 로봇 경진대회, 국제로봇콘테스트는 올해 주제로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내세웠다. 이러한 주제에 맞춰 제작된 다양한 로봇들이 모두 30여 개의 종목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다. 올해는 한국, 일본, 중국 등 9개국에서 3천여 명에 달하는 참가자가 참여해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어쩌면 로봇산업과 문화의 확산은 이러한 미래의 로봇 인재들의 어깨가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콘테스트가 진행되는 내내 그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한편, 국내 로봇 관련 산업의 연구·개발 경쟁력이 높아지고,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이 증가하는 현재의 추세에 맞춰 행사 기간 내내 ‘제4차 산업혁명’, ‘AI’ 등을 주제로 다양한 포럼과 워크숍이 연이어 개최됐다. 특별히 이번 국제콘퍼런스에서는 국방·재난,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생체모방 로봇’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생체모방 로봇은 생물체들의 우수한 특성을 모방함으로써 기존 로봇들이 가지는 다양한 한계점을 극복한 로봇이다. 인도네시아 지진과 같은 재난 현장에서 이러한 로봇들이 활약한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열세 번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로봇산업 전시회로 자리 잡은 로보월드. 로봇산업의 발전을 위한 교두보로서, 앞으로도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