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
“1년에 약 22만 건의 교통사고가 나는데 통계를 보면 부주의, 인간의 실수, 고의적 교통위반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시대가 되면 인간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사고가 상당히 없어질 것 입니다. 거기에 통신까지 이루어진다면 (교통사고가) 굉장히 줄어들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곧 겪게 될 미래입니다.”
박종관 SK네트워크기술원장은 4일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 홀에서 열린 ‘2018 이노베이트 코리아’ 제1부 1세션 강의자로 참석해 5G 통신네트워크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개진했다. 특히 현재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에서 연구 중인 자율주행차량과 연계해 5G 통신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추후 5G 통신이 완비되면 통신 지연(latency)효과가 1/1000초 수준으로 줄어들어 사실상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자율주행차량 기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즉, 앞 차량이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갑작스럽게 차량 앞에 뛰어든 장애물을 1/1000초 수준으로 인식하고 판단한 후에 차량 통제까지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도로상 교통사고, 장애물 유무, 표시판 변동상황, 공사물 등에 대한 실시간 도로 정보를 CCTV, 앞 차량, 관제센터 등에서 받아 볼 수 있게 된다. 가변적인 도로 환경 상황에 대해서도 자율주행차가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박종관 기술원장은 안전한 자율주행차 주행을 위한 기술을 총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는 V2X인데 이 기술은 차량과 차량 혹은 차량과 인프라(표지판 등) 사이의 통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앞의 차량이 뒤에 오는 차량에 장애물 정보를 준다면 후방에서 접근 중인 차들은 해당 정보를 이용해서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또 교통 CCTV 같은 카메라 등으로 교통 환경 정보를 클라우드나 네트워크를 통해 관제센터로 보내주면 관제센터는 이를 실시간으로 전송하여 사고를 대비하게 만든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5G 통신을 자율주행차에 접목하면 사고가 25% 정도 더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둘째로, HD MAP 즉, 고정밀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V2X 기술을 기반으로 가시화된 고정밀 지도가 자율주행차량에 실시간으로 공급되고 차량의 인지 및 판단 기술과 연동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특정 지점에 특정 표지판이 있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차량이 알아내고 주행에 반영하는 동시에 뒤에 오는 차량의 HP MAP에 전달해줘야 한다. 따라서 클라우드 네트워크 통신을 통해 지도에 실시간으로 도로, 교통, 인프라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세 번째는 인공지능이다. 레이더나 카메라로 인지를 한 뒤에는 시스템이 이를 바탕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나타난 장애물이 표지판인지 사람인지 등을 판단하는데,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하면 인지율이 더 높아지고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 등 제어를 계속 학습하여 기계의 성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박종관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자율주행차량이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을 위해 더욱 안전한 기술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자율주행 자동차는 안전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새로운 콘텐츠 소비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자동차라는 공간은 단순히 이동수단에서 벗어나, 콘텐츠 소비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며, 특히 AR, VR 등의 미디어 콘텐츠 소비로 이어질 것이라고 박 기술원장은 예상했다. 박 기술원장은 이러한 수요와 서비스 질을 충족시키기 위해 5G 통신 기술 도입이 필수적이며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이 5G 시대에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02
인간과 로봇이 융합되는 미래 사회
“로봇 산업 분야에서는 ICT와의 융합이 떠오르고 있고, 기술 분야의 큰 트렌드는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의 융합으로 인한 초연결 시대로의 변화입니다. 그래서 결국 이 두 가지를 융합해 로봇 빅뱅이라고 저는 부릅니다. 인간과 로봇이 융합되는 사회로 갈 것입니다.”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디어연구소장은 현재 진행 중인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초연결시대의 혁신적인 기반 기술들의 발전으로 로봇과 인간, 로봇과 로봇이 서로 소통 하며 인간을 돕고 심지어는 감정을 살피고 위로해주는 존재로 발전할 것이라 했다. 더 나아가서는 인간과 로봇이 융합되는 사회로 거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봇은 더는 한정된 소프트웨어로 반복된 액션만 거듭하는 물리적 실체가 아니다. 마치 스마트폰이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더 발전되고 더 다양한 기능을 지닌 상태로 변모해 나가듯, 로봇도 네트워크 통신을 통해 변화를 지속하고 더 다양하고 세밀한 기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새롭게 발전된 형태의 로봇이 가능해진 이유는 초연결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그리고 이들을 연결해주는 모바일 네트워크와 함께 이러한 데이터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찾는 AI 기술이 초연결시대에 이르러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기술을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자. IoT는 센싱(인지)이고 클라우드, 빅데이터 AI는 컴퓨팅(판단)이다. 모바일은 액션을 담당하게 된다. 쉽게 말해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모바일이 기능적으로 보면 센싱, 컴퓨팅, 그리고 액션이라는 세 가지 기능을 담당하는 것이다. 다만 모바일은 사이버 세계에서의 액션이지만, 로봇은 실제 세상에서의 물리적인 액션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센싱(인지)을 얼마나 다양하게 하고, 컴퓨팅은 얼마나 똑똑하게 하고, 물리적인 액션을 얼마나 인간처럼 세심하고 세밀하게 하는지에 따라 온갖 종류의 로봇이 나올 수 있다. 해당 기술들이 초연결시대에 중점적으로 연구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오상록 미디어연구소장은 소프트뱅크의 예를 들며, 로봇이 단순한 제조업 결과물에서 탈피해 미래에는 서비스 플랫폼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구매한 후 통신사에 가입해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처럼 소비자가 로봇을 구매한 뒤에도 지속해서 이용하도록 기능들을 추가해나간다면 로봇이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자들은 로봇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을 블루오션으로 활용하여 더 많은 네트워크 통신 서비스 수요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동시에 가입자들은 새로운 형태의 인간을 위한 동반자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인간과 로봇이 융합된 세계를 그는 ‘로봇 빅뱅’이라 명명했다.
03
초연결이 써내려갈 새로운 역사
“저는 한 가지 문제만 풀고 있는 것 입니다.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데이터이고 제 역할은 인간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김주한 서울대 의대 정보의학교실 교수는 강의 서두에서 자신은 한 가지 문제만 풀고 있다고 말했다. 의학이라는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대한 데이터이고 인간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의사들은 건강 데이터를 통해 의료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김주한 교수는 현재 이 데이터들이 모두 흩어져 있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수억 명에 대한 데이터도 중요하지만, 나 한 사람에 대한 데이터가 가장 중요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나 한 사람에 대한 데이터, 즉 “퍼스널 빅데이터” 다. 그간 의학계에서 인간에 대한 데이터를 엉망으로 관리하였지만, 초연결시대에는 의학 역사 중 최초로 건강에 대한 데이터를 인간 스스로 생성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 김 교수는 보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초연결시대의 기술을 이용해 더욱 쉽게 나의 모든 데이터를 스마트폰으로 통합하고, 애플리케이션이 내 에이전트(대리인)가 되어서 건강을 돌보도록 하는 서비스를 개발 및 발전시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의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가진 데이터는 의료인에 의해 기록되는 진료 기록이다. 이러한 기록은 의료 기관에 24시간, 365일 잠들어 있다가 우리가 진료를 보는 그 순간에만 잠깐 나왔다 다시 들어가 버린다. 하지만 이제는 의료 기록뿐 아니라 중요한 유전체 정보 역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분석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넘실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라이프 로봇처럼 언제나 나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김주한 교수의 목표인 셈이다.
“우리는 우리의 데이터가 나 자신을 위해서 일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는 한 사람이나 가족에 대한 데이터가 병원, 약국 등 다양한 곳에 흩어져 있다. 이상적으로는 이 데이터들이 한 사람이나 가족 단위로 잘 통합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유전체 빅데이터, 라이프로그, 개인 건강기록 세 가지가 통합적으로 의사에게 전달될 것이며 스마트폰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나한테 세 가지 정보만 주면 내가 당신의 대리인이 되어서 당신의 정보를 기반으로 전 세계를 돌며 당신에게 도움이 되어 줄게요.”
한편 김주한 교수는 인간을 위한 초연결시대의 밝은 면을 전망하면서도 현실적인 현재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의료 데이터의 특징인 고도의 복잡성, 기관들의 의료 데이터 공유 배타성, 그리고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성 등으로 인해 각종 규제와 걸림돌 많아 연구와 솔루션의 적용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블록체인과 해시 함수 개념을 활용하여 데이터 인텔리티를 유지할 수 있고 데이터 흐름의 복잡도를 훨씬 더 간단하기 편해진다.”
다행히도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나타났다.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연결 네트워크 시스템을 가능케 하는 분산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김주한 교수가 적용하고 있는 블록체인은 역시 완전한 분산형 시스템이다. 물론, 중앙집중형이 데이터 시스템이 관리하기에 더 편하고 효율적이지만, 최근 개인정보 보호법이 매우 강화되고 있어 연구팀은 블록체인을 서비스 플랫폼으로 활용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은 하나의 시스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또한, 잠들어 있는 데이터를 깨우고 효율적인 정보 공유를 하기 위해서는 체계화된 정보 체계가 필요하다. 실제로 현재 20여 개의 기관이 헬스 아바타, DNet과 아바타 빈즈, PHR을 이용한 스마트 만성 콩팥병 관리 시스템 등을 운용하고 있으며 소아암, 유방암, 대장암, 운동 재활 근 골격 기능 등 임상 영역을 나누어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시스템을 30여 개 정도만 만들어도 전체의료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체계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며 현재 이러한 활동에 참여하는 의사 커뮤니티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초연결시대의 새로운 기술이 혜성같이 나타나면서 그동안 기술을 적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비효율적이고 힘들었던 진퇴양난의 상황을 해결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글 · 2018ETRI 대학생기자단 인천대학교 이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