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평창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1218대 인텔의 슈팅스타(Shooting Star)란 드론들이 펼친 군집비행이었다. 드론들은 개체 간 거리를 150cm로 정교하게 유지하며, 바람이 불어도 안정적으로 오륜기, 스노보드 선수 등을 그려내며 탄성을 자아냈다.
최근 드론은 군용뿐 아니라 농업용, 상업용 등 다양한 민간 부분에 활용되며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 드론 기술력은 어디까지 왔을까? 지난 4월 12일 개최된 IDX Tech 세미나에선 국내 1세대 드론연구자인 KAIST 심현철 교수(항공우주학과)가 연단에 올랐다.
01
왜 지금 드론인가
흔히 드론이라고 하면 프로펠러가 4개 달린 모양의 쿼드로터를 떠올리곤 한다. 프로펠러 4개만을 조절해 제자리에 떠 있거나 돌기, 뒤집기 등 원하는 비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다. 프로펠러가 여럿 달린 모양을 멀티콥터라 하는데, 프로펠러의 수는 효율적인 제어를 위해 짝수개수로 증가한다. 심현철 교수는 멀티콥터에 대한 아이디어는 1920년대에 등장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효율적인 아이디어가 아니어서 사장되어 있다가, 전동모터를 사용해 1991년부터 판매가 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힘입어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발전하면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던 센서들이 수만 원까지 저렴해졌다는 것이다. 제어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심 교수는 소형 드론들은 복잡한 거동을 보이며 불안정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좌우 기울어짐(Roll)과 전후 기울어짐(Pitch)을 안정화하는 정교한 제어 기술이 가장 중요한데, 최근 비행제어 알고리즘이 포함된 응용 소프트웨어가 발달하며 안정성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제어기술이 오픈소스로도 공개되어 있어서 드론을 개발하기가 더 쉬워졌다. 심 교수는 소형 드론의 비행시간이 보통 20분에서 30분 정도인데, 최근 내연기관과 전기 배터리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개발되면서 한계를 극복해가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02
국내 군집비행 기술, 어디까지 왔나
2018년 평창올림픽의 드론쇼는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천여 개가 넘는 드론이 서로 부딪치지도 않고 오륜기가 되었다가, 호랑이가 되는 모습들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많은 사람이 드론쇼가 인텔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아해했다. 우리의 기술력으로는 어려웠던 것일까? 심현철 교수는 이에 대해, 인텔이 IOC의 공식 스폰서라는 것을 먼저 설명한다. 군집비행 기술은 인텔이 잘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도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심현철 교수의 연구팀도 이미 여러 대의 드론들이 센서를 활용하여 서로의 위치를 인식, 부딪치지 않고 비행하는 기술을 테스트했다고 한다. 드론과 드론 간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고, 물체를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 교수는 최근에 학교 행사를 위해 50대의 드론을 창공에 띄우기도 했다. 국내 연구진의 기술로 띄운 가장 많은 수의 군집비행이다. 물론 비용 문제로 기능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안정성은 떨어지고 강풍에 휘둘리기도 했다. 심 교수는 인텔 역시 6년 전 50대의 드론으로 군집비행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어 막대한 자본과 안정적인 RTK(Real-Time Kinematic) GPS로 지금의 수준까지 발전해왔다는 것이다. 군집비행뿐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드론기술의 연구‧발전 속도는 해외보다 2~3년 더디다. 정부, 기업의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03
드론이 가져올 미래
심 교수는 무인항공기를 발전단계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누고 있다. 1단계는 무선조종, 2단계는 반자동 비행이다. 반자동 단계가 소위 소형 촬영용 드론으로 최근 널리 활용되고 있는 드론들이다. 3단계는 경로점 자동비행이며, 4단계는 임무 수행 자동비행, 그리고 5단계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능형 자동비행이다. 현재의 연구수준은 5단계에 해당하고, 실제로 AI 드론들이 시중에 판매되는 중이라고 한다. 칩이 사람을 인식하고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다.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하고, 추적하는 지능형 드론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시사한다. 두바이에서는 드론 택시를 공개 테스트하기도 했다. 독일 드론 제조업체 볼로콥터가 만든 2인승 항공택시를 200m 상공에서 5분간 비행한 것이다. 블로콥터의 CEO는 현재 모델은 GPS 트랙을 기반으로 비행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완전한 감각 기능을 구현해 드론이 장애물을 피하며 다른 드론과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드론에서 숙식이 해결되면 어떨까? 미래형 숙소나 사무실까지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심 교수는 지금 사람을 태우고 자율비행하는 드론의 형태가 당장은 택시 등 새로운 교통수단으로도 기능하겠지만, 앞으로는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글 ‧ 표준연구본부 서비스표준연구실 현성은 기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