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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생각하는 로봇 구현 가능할까?
ETRI가 만드는 로봇의 미래

사람들에게 한동안 장난감으로 인식되어왔던 로봇은 이제 산업현장에선 대체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산업용 로봇은 입력된 논리 구조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업하며, 생산성과 정확성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을 월등히 초월했다. 하지만 스스로 자율로봇을 작동시킬 만큼 인공지능 기술이 충분히 발달했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로봇기술은 아직 실시간으로 3차원 공간을 인식하는 수준까지는 발전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로봇들을 일상에서 만나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그 답을 내놓기 위해 ETRI도 조용히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은 모든 로봇이 인공지능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봇은 사전에 입력된 논리회로에 의해 작동된다. 공장 로봇을 비롯해 가정용 청소 로봇도 일정한 논리회로에 따라 작동되기 때문에 완전한 의미의 자율로봇은 아니다. 즉 스스로 생각하지 못한다. 스스로 주변의 새로운 변화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할 줄 아는 자율로봇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여러 관문이 남아 있다.
인공지능은 같은 일만 반복하는 논리회로와 달리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해서 일처리를 하고, 실시간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다. 이는 인간의 뇌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로봇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을 대신하는 역할로서 활용가치가 높다. 인간이 갈 수 없는 곳, 감당할 수 없는 노동을 대신 하는 것이다. 현재는 이동 로봇(키바 KIVA)이나 무인주행자동차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로봇들은 인공지능보다 주로 논리 구조에 따라 작동되는 부분자율로봇이다.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와 같이 인공지능에 의해 작동하는 자율로봇이 10년 이내에 가능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TRI에서는 다가오는 자율로봇 시대를 대비해 어떤 기술들을 개발 중일까?

01

자율로봇 기술 개발의 주춧돌을 놓다

사람의 뇌는 저장부분과 연산부분이 있는 공존 형태다. 반면 컴퓨터는 저장부분과 연산기가 분리되어 있다. 컴퓨터가 사람의 뇌처럼 저장과 연산부분이 공존하게 된다면 정보의 전송 시 계산까지 하면서 신속하게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사람의 두뇌 신경을 모방한 광컴퓨팅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ETRI 연구진은 이러한 뇌를 닮은 컴퓨터 칩 개발에 몰두해 왔다. 사람의 뇌가 정보전달의 완벽한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사람의 뇌구조 장점을 그대로 가져오기 위해 전기적 또는 광학적인 자극에 의한 광 스위칭 소자의 이력현상을 제어하는데 노력했다. 그 결과 ETRI는 나노 두께의 극초박막 형태 신물질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이차원(2D) 반도체 물질 중 하나인 그래핀과 광통신 기술을 접목한 광 시냅스 모방소자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진이 만든 광 메모리 소자는 20㎛ x 20㎜ 수준이다. 향후 수백 나노미터(nm) 수준으로 개발하고 이를 칩 형태로 고집적할 예정이다. 전자형 시냅스 모방소자의 한계와 달리 광 시냅스 모방소자는 채널 간 간섭이 없고 소비전력이 낮다. 또한, 빛의 다양한 파장을 사용할 수 있어 동시다발적인 연산이 가능케 된다.
ETRI 연구진이 개발한 본 소자는 향후 정보전송 목적인 광통신에 칩 형태로 내장되어 계산 하면서 동시에 정보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TRI는 사람이 사물을 보고 인식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통상 0.06초 내외인데 광컴퓨팅이 가능케 되면 저전력은 물론, 인식속도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패턴인식이나 음성인식 등의 기술진보에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연구진은 향후 스스로 생각하는 칩을 만드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다.
기존 생각하는 로봇들이 이미 프로그래밍화 된 로봇이라면, 앞으로는 실제 스스로 생각하는 로봇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ETRI는 자율로봇 기술개발에 대한 초석을 마련하게 됐다.

02

웨어러블 시장의 문을 열다

그동안 센서의 경우, 전기가 잘 통하는 전도성 계열 금속이 주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금속은 구부리기 어렵고 반복하면 쉽게 끊어지는 유연성과 내구성의 문제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문제점에서 착안해 연구진은 얇으면서도 단단하고 땀이나 약품 등 화학적으로도 안정성이 뛰어난 센서 개발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ETRI 연구진은 처음으로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를 결합, 면섬유에 코팅해 여러 번 구부리거나 눌러도 방수되고 높은 전도성을 갖는 직물형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 면섬유와 같은 직물을 그래핀 및 탄소나노튜브를 섞은 용액에 담갔다가 빼고 건조공정을 통해, 압력 및 변형정도(Strain)를 동시 측정 가능한 직물형 복합센서이다. 특히 세탁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방수특성이 있고 별도의 기능보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제작한 센서를 면장갑에 접목, 손가락 동작에 따른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센서 제작에도 성공했다.
이번 연구개발 성과의 핵심은 ‘환원 그래핀’과 ‘탄소나노튜브’를 결합 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압력 및 변형정도 측정 직물형 복합센서를 구현한 것이다. 센서의 크기는 1x3cm 정도이다. 수십 cm까지 대면적으로도 제작할 수 있고 디자인이나 크기에 제한이 없어 천에 바로 적용하여도 문제가 없다.
이 기술은 재료 자체가 센서이다 보니 마치 천에 코팅을 입히는 것과 같다. 염료를 코팅하듯 전도성 그래핀을 입힌 것이다. 따라서 원하는 만큼 잘라서 센서로 활용할 수 있다. ‘환원 그래핀’은 연필심의 재료인 흑연을 산화시켜 만든 산화 그래핀에 화학적으로 환원처리를 했다. 산화 그래핀이 절연체이다 보니 전도성을 띠게 하기 위해선 이처럼 산화 그래핀에서 산소(O2)를 제거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그래핀 기반 직물형 센서는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우수한 전기 전도성, 물에 잘 젖지 않는 수소성, 우수한 유연성, 대면적화 등 다양한 특성을 갖게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개발한 센서를 웨어러블 소재인 장갑에 적용해 보고 향후 로봇의 손, 또는 손발이 불편해 의수, 의족을 착용하는 환자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ETRI는 웨어러블 센서 시장의 문을 활짝 열게 되었다. 연구진은 관련업체나 장애인을 위한 의수-의족 관련업체, 침대업체, 자동차 관련 부품업체 등에 기술이전 등을 통해 기술 상용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03

엑소브레인 vs 인간의 지식대결

ETRI는 지난 2016년 11월 국내기술로 개발한 인공지능 ‘엑소브레인’과 인간 퀴즈왕 4명과의 퀴즈대결을 펼친 바 있다. 결과는 510대 350으로 엑소브레인이 완승을 거두었다. 엑소브레인은 퀴즈왕들과의 대결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다만 객관식 및 주관식에서 틀린 답을 내기도 했다.
엑소브레인이 틀린 답을 낸 이유로 학습을 하지 않은 분야의 문제도 있었고, 정답을 추론할 수 있는 데이터의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언어의 의미 분석을 위한 추가 연구개발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 퀴즈대결에서 선보인 ETRI의 엑소브레인 핵심 기술의 수준이 검증된 만큼, 국내 기업들의 엑소브레인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솔루션 개발에도 탄력을 받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ETRI는 오는 2020년까지 2단계 프로젝트 응용기술 개발에 전력한다는 계획이다. 상담, 법률, 특허 등 전문지식 질의응답 솔루션의 세계적 성능 달성을 목표로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3단계 마지막 프로젝트로 오는 2022년까지 영어로 기술된 전문 지식에 대해서도 질의응답이 가능한 한국어, 영어 전문지식 질의응답 솔루션을 개발한다. 아울러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 활용될 수 있는 지능형 로봇 질의응답, 웨어러블 질의응답 등의 솔루션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 퀴즈대결은 국내 인공지능 연구에서 한 획을 긋는 큰 이정표였으며,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인공지능 R&D를 지속적해서 추진해온 성과였다. 나아가 인간의 학습 메커니즘을 모사하여 다양한 전문분야에 걸쳐 스스로 지식을 학습 및 이해할 수 있는 지능 원천 기술 개발에 청신호를 켰다.
이 외에도 ETRI에서는 고령자를 위한 휴먼 케어 로봇 개발 및 자기 스스로 찾아가는 서비스가 가능한 자율주행차용 프로세서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이는 단순 노동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마음을 읽는 역할을 한다. 인간과 일상을 함께하는 로봇 개발이 상용화되어 하루빨리 사회 문제가 보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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