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문화를 즐겁게 버무리다
어김없이 김장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년 이맘때면 김치를 담그는 손길로 집안이 분주해진다. 지금은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집이 많이 줄었지만, 예전에는 다음 해에 먹을 김치를 담그느라 온 동네가 바빴다. 우리의 식탁에 꼭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김치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밥상을 책임져 왔다. 단순히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주는 김치의 모든 것을 느끼고, 즐기고, 체험할 수 있다고 해서 다녀온 곳. 바로, 서울 뮤지엄김치간이다.
김치의 모든 것
도심 속에서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인사동. 이곳에 위치한 뮤지엄김치간은 김치의 전통과 역사, 과학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어
어린이와 외국인까지 많은 관람객이 찾는 공간이다. ‘뮤지엄김치간’이라고 이름 지은 데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통 사회에서 반찬을 만드는 곳은 ‘찬간(饌間)’, 임금의 식사를 준비하는 곳은 ‘수라간(水刺間)’, 양식을 보관하는 곳은
‘곳간(庫間)’이라고 하였다. 이런 ‘-간(間)’처럼 김치의 다채로운 모습과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달하고 체험하는 공간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름 그대로 뮤지엄김치간은 김치를 느끼고, 즐기고, 체험하는 공간이다.
김치를 직접 담그기 전에 멀티스크린 속 콘텐츠를 통해 김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본다.
‘김장플레이’는 멀티스크린에 나오는 김치 만드는 과정을 손으로 터치해가며 배울 수 있다.
지금은 김치를 반찬 통에 담아 김치전용 냉장고에 보관한다. 오래전에는 김치를 어떻게 보관했을까?
김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장독대다. 한국 음식의 맛은 장독대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옹기와 장독대 문화가 발달했다.
장독을 땅에 파묻고 그 안에 김치를 넣어두면 시원한 김치 맛을 오랜 시간 맛볼 수 있었다. 뮤지엄김치간에는 전통 방법 그대로 빚고
구운 옹기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된 옹기 모양도 다르다. 지역별로 기후적 특성을 반영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옹기의 모습이 다르다고 한다.
이번에는 김치 유산균을 연구하는 ‘과학자의 방’을 들여다본다. 과학자의 방은 김치 유산균을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발효과학 테이블 위의 버튼을 그림자로 인식하면 발효과학을 설명하는 영상이 펼쳐진다. 김치에는 식이섬유, 무기질, 비타민 등 각종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그중에서도 김치가 숙성하면서 발생하는 김치 유산균은 ‘유산균의 보고’로 알려져 있을 만큼 건강에 이롭다.
김치의 역사와 세계의 절임 채소를 한 눈에
김치의 기본 상식을 배워보았다면, 이제 김치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역사를 배워볼 차례다.
우리나라 김치는 삼국시대에 소금에 절인 채소에 소금물을 붓거나 소금을 뿌림으로써 국물이 많은 김치를 만든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고려시대에는 삼국시대와 달리 부추나 미나리, 죽순 등으로 김치를 만들었고 향신료가 가미된 양념 김치도 등장했다.
조선시대 중기에 들어서 고추가 수입되면서 지금의 모습과 유사한 김치가 탄생했다.
우리나라 김치 종류는 총 200여 가지로 알려졌지만, 지방에 따라 그리고 각 가정에 따라서 만드는 방법이 가지각색이라 더 다양하다.
전시관 한 편에는 김치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세계의 김치 여행’을 주제로 김치 전문가들이
영국과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4개국과 북한,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 12개국, 쿠바, 칠레 등 아메리카 지역 4개국 등
총 20개 나라에서 촬영한 60점의 사진 작품을 전시했다. 평소에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주민이 만들어 먹는
김치와 북한의 김치 등 이색적인 사진들과 사연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절임채소 모습은 어떨까? 이곳에는 세계 각국의 절임채소를 전시한 ‘김치움’이 있다.
김치 냉장고와 같이 꾸며놓은 전시실 안에는 냉장고에 여러 나라의 김치가 저장되어 있다.
‘톡- 톡’ 김치가 익으면서 유산균이 터질 때 나는 소리가 들린다. 일명, ‘꽃보다 김치’라고 하는 영상도 함께 볼 수 있다.
김치가 익으면서 벌어지는 모습이 마치 꽃이 피는 모습과 같다 하여 이름 붙였다고 한다.
맛깔스러운 김치를 직접 만들기
김장은 한국인에게 있어 연례행사와 같다. 오래전부터 춥고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고 나눴다.
2013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김장이 등재되었다. 김장은 단순히 김치를 먹기 위한 행위를 넘어서 공동 작업을 통해
가족과 협력하고 결속을 강화하는 기회임을 보여주기도 한다. 뮤지엄김치간에는 김치에 담긴 한국의 음식 풍습과 문화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가 마련되어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을 헌정하는 공간이다.
이외에도 김장을 담그는 옛 도구에 관한 이야기와 발효 과학에 대한 정보를 디지털 전시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김치에 대해 이해하고 체험해보았다면, 이제 김치를 직접 담가 볼 차례다. 예약하고 방문하면 ‘김장마루’에서
김치 담그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방문한 날에는 많은 어린이가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라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배추 안에 김칫소를 조심조심 넣는다.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오늘 체험을 통해 앞으로 김치를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의 김치를 이해하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김치는 소박한 밥상에도 고급스러운 뷔페에도 장소를 막론하고 한국인의 밥상 위에 꼭 오른다.
김치에 대한 모든 것을 디지털 전시와 함께 하나의 문화로 만든 뮤지엄김치간. 김치와 문화를 즐겁게 버무려 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