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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2 · September 15 · 2017 · Korean

Focus  ______  박성수 MediAI WG(워킹그룹) 미래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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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병원에서 인공지능 주치의를 만난다

ICT로 의료정보를 공유해 전반적인 의료수준을 높이는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의료4.0’ 개혁이 한창이다. 동네의 작은 병원에도 ‘명의’ 수준의 인공지능 주치의가 존재한다면 국민들은 보다 저렴하고 양질의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다. 진정한 복지사회를 실현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길을 개척하는 원내 전문가들이 있다. 이들을 이끄는 백발의 수장, 박성수 책임연구원을 만나본다.

국민의 우산이 되는 의료 시스템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파란 우산, 깜장 우산, 찢어진 우산!” 익숙한 동요에 등장하는 한 구절 속, 찢어진 우산은 서민의 상황을 연상시킨다. 빗물이 새는 찢어진 우산으로 몸을 가릴 데 없는 서민은 가난과 질병의 고통에서 신음한다. 기본적으로 공공 부문인 국민의료시스템은 국민의 우산이 되어야 하는데, 의료 분야는 의료 정보에 대해 철옹성을 이뤄 과도한 의료비 문제를 야기했다. 미국 의료보험시스템의 문제점을 고발해, 돈 없으면 치료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조명했던 영화 ‘식코(SICKO, 2007)’가 사회에 파장을 일으킨 후 수년이 흘렀지만, 하나의 권력층인 의료계의 영향력으로 과도한 의료비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아무리 반대를 한다고 해도, 정보 공유는 막을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분위기에 가세해, ETRI는 기계가 진료하는 IBM의 닥터 왓슨 서비스를 모티브로 삼은 ‘인공지능 주치의’의 현실화를 위해 법제도와 업계의 문화를 고려해 준비 중이다. 의료 분야에 공익만을 강조해서는 의학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인공지능 주치의는 의료계의 전문성을 억압하려는 취지가 아니다. 다만 감기와 같은 보편적인 질병은 인공지능 주치의와 같은 기계의 도움을 받아 동네개인병원(시골 등 모든 분야의 전문 의료진 진입이 어려운 상황 포함)에서 전담하여 저렴하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며, 대형병원은 더욱 복잡하고 전문적인 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를 갖추게 하기 위함이다.

ETRI에서 의료4.0을 국가 아젠더로 발굴하고 추진하는 움직임이 생긴 것은 사실 이상훈 원장의 의지가 한몫했다. 과학기술자문회의 발표에서 그는 제4차 산업혁명 성공을 위한 거대 국가전략으로 새로운 지능정보국가 도약 전략 (IDX : Intelligent Digital Transformation)을 제안하였고, 복지행정의 IDX로 전국민 건강지킴이를 예시로 들었으며 이를 구체화하도록 주문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주제를 ‘인공지능 건강지킴이’로 확대시켜 기술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이 1단계 목표였다. 소장들에게 추천을 받은 연구원들이 MediAI(인공지능 주치의) 워킹그룹 팀원으로 합류했고, 박 책임을 필두로 팀원들은 중지를 모아 기술로드맵을 작성했다. 그러한 노력으로 ‘인공지능 건강지킴이’ 기술은 국가 전략 프로젝트 후보에 올라간 PMI(정밀의료)를 포함하고 있어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내외부 전문가 그룹과 10차례 회의를 하며, 기술로드맵을 수정 중이다.

국가 프로젝트로의 도약을 꿈꾸며

인공지능 주치의 기술이 명실상부 국가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세미나는 내외부 전문가가 정보를 공유한다. 외부 전문가는 의사, 인공지능 및 생명공학 분야의 전문가, 변호사, 규제개혁 전문가 등 다양하다. 선의의 경쟁자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도 교류하며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추후 초빙 인사들을 MediAI의 전문가 자문 그룹으로 만들어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내부 전문가의 경우, 인공지능, 빅데이터, 바이오, 영상처리, 디바이스, KSB, 방송미디어, 부품소재 등 관련 부서들이 주로 참여 중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세미나에서 논의한 내용을 회의록으로 작성해 보관하고, 회의에 참석한 이들을 대상으로 전체 메일을 보내 정보를 공유한다. 세미나는 기존의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데에 파수꾼 역할을 한다. 병원 간의 무한경쟁, 대형 병원에서 작은 질환도 의료비를 가중시키는 문제, 공공 보건의료 강화, 의료관련 행정처분 시효제 도입 등 의료계 현안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눈다. 특히 인공지능 주치의 서비스에 ETRI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한다면, 본 기술이 국가 전략 프로젝트가 되는 길은 좀 더 가까워진다. 아래 4개의 큰 카테고리 내에 ETRI의 기술이 소개됐다.

현재의 가시덤불, 그리고 인공지능 주치의가 바꿀 미래

현재 MediAI의 구성원들은 프로젝트를 직접 수주해서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실현화 시킬 수 있는 포인트를 고민한다. 외부 의료계의 비협조도 만만치 않다. 원격 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2014년에 국회에 제출됐지만 개원의원들이 원격의료를 반대해서 불발됐다. 이유는 원격의료 시스템을 갖춘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더 많이 몰릴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더불어 원격 의료 서비스의 발전으로 장소의 제한까지 풀린다면 환자들은 진료를 받고, 실제 치료는 더 크고 좋은 병원에서 받으려는 심리가 생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인공지능 주치의가 자리를 잡는다면, 대형 병원은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전문성에 초점을 맞출 수 있고, 동네 병원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해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또한 정보 공유로 오진에 대한 의견교류가 가능해 전반적인 의학 수준이 높아진다.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지만 박 책임은 MediAI의 향후 계획을 힘차게 밝혔다. 인공지능 기반의 전문의 보조기술, 환자 상담이 가능한 지능형 의료서비스 기술을 개발해 인공지능 진료 도우미 기술을 명의 수준으로 만들고자 한다. 가깝게는 5년 후에 의대 6년차 수준으로, 10년 후에는 전문의 수준으로, 15년 후에는 명의 수준으로 개발시켜 전국 병의원에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더불어 관련 서비스 산업 기술을 개발할 포부를 밝혔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성장과, 행정 서비스의 지능화가 가능하다. 또한, 의료서비스를 반도체, 휴대폰 산업 이후의 1등 산업이자 먹거리로 육성해야한다. 그렇다면 ‘병원 정보 시스템’ 수출은 가능할까? 그는 중동이나 동남아시아를 가능성 있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 중동의 경우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의학연구를 등한시하는 문화지만, 병원 치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의료 산업도 하나의 산업이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에 귀 기울여,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의료 빅데이터의 활용과 접근성이 높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점이 ICT 강국인 우리나라가 기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자, ETRI의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미래에 전 국민 보건 의료를 책임질 우산의 뼈대가 될, MediAI의 실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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