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신비로운 세계 속으로
최근 경제, 과학, 예술 등 전 분야에 걸쳐 뇌과학을 응용한 새로운 시도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뇌과학은 뇌의 신비를 밝혀내 인간의 물리적, 정신적 기능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뇌에 관한 연구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루어져 왔지만, 여전히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다. 최근에는 인간의 생각을 뇌의 활성 패턴 분석을 통해 읽어 내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심지어는 잠자는 동안 꾸는 꿈을 읽어내기 위한 시도도 이루어졌다.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브레인 디코딩 기술과 연구 현황, 앞으로의 발전을 전망해본다.
뇌 연구의 필요성과 주요 국가의 뇌 연구 정책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이 아닐까.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이세돌을 상대로 4대1로 승리한 이후, 국내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IBM은 1997년 인공지능 딥 블루로 체스 세계 챔피언을 이긴 이후, 의료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을 개발하였으며, 국내 여러 병원에 도입되어 환자 진료에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 ‘엑소 브레인’이 EBS 장학퀴즈에서 승리하는 등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나아가 의료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창업자이자 CEO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인지 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사비스는 2012년 Nature에 투고한 글에서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알고리즘에 관한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뇌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경향과는 상반되게 허사비스는 신경과학이 인공지능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이유는 첫 번째, 내비게이션을 위한 그리드 셀, 시각 처리를 위한 계층적 셀 레이어 등 뇌에서 발견된 많은 구조가 새로운 컴퓨터 알고리즘과 아키텍처에 영감을 줄 수 있으며, 두 번째로 신경과학의 발견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타당성을 검증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에 관한 연구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국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2013년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선포하고, 뇌 지도 제작과 뇌활성 조절 연구 등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였다. 유럽은 가상 뇌를 구현하기 위하여 슈퍼컴을 이용한 신경망 모델링을 연구 중이며, 일본은 영장류의 뇌 이해를 통해 인간 뇌의 이해를 증진하고 뇌 질환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국은 China Brain Project를 통해 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뇌 연구 촉진법에 따라 1998년부터 기본계획을 마련하여 뇌 연구를 추진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제3차 뇌 연구촉진 기본계획을 마련하여 추진할 예정이다.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는 브레인 디코딩
최근에는 뇌 연구의 한 분야로써 뇌를 직접 읽어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보거나, 어떤 생각을 하거나, 또는 손이나 다리를 움직일 때 뇌의 신경세포들이 특정 활성 패턴을 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뇌 신경세포 활성 패턴들을 분석하여 뇌 신경세포 활성 패턴만으로 우리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움직임을 하려고 하는지를 알아내려는 시도이다. 이를 브레인 디코딩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 브레인 디코딩은 뇌를 직접 읽어 컴퓨터나 로봇을 작동시키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를 위한 기술로 활용될 수 있으며, 트라우마와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도 이용될 수 있다. 또한, 꿈을 외부 저장 매체에 기록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활용을 위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브레인 디코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뇌 신경세포 활성 패턴 측정 기술’, ‘뇌 신경세포 활성 패턴 측정 실험 프로토콜’, ‘뇌 신경세포 활성 패턴 분석 기술’, ‘브레인 디코딩 응용 기술’이 필요하다. 브레인 디코딩은 어디에 활용할 것이냐에 따라 확보해야 할 데이터의 종류와 수준, 확보 프로토콜 등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뇌 신경세포 활성 패턴 측정 방법과 분석 방법도 달라질 수 있어, 앞서 말한 기술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개발되어야 한다. 뇌 신경세포의 활성패턴을 측정하는 것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신경세포(Neuron)는 활성화되면 세포막을 통해 이온 전류를 만들어 세포 내부와 외부 사이에 전압 변화를 유발하며, 이때 미세한 신경 전류를 생성하게 된다. 전극을 이용한 침습적 방법은 이러한 신경 전류를 신경세포 바로 위에 바늘 모양의 전극을 꽂아 측정한 여러 개의 전극을 사용하여 수십에서 수백 개의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뇌의 전기신호를 정밀하게 관찰할 뿐만 아니라 신경세포에 직접 전기적인 자극을 줄 수 있어, 달팽이관 임플란트, 심장 페이스 메이커 등에 활용된다. 뇌파(EEG: Electroencephalography)는 뇌 신경세포 사이에 신호가 전달될 때 생기는 전기의 흐름을 측정하는 것으로, 뇌의 활동 상황을 측정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주로 두피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측정하는데, 매우 복잡한 패턴으로 진동하는 파형형태를 보인다. 근적외선분광법(NIRS: Near Infrared Spectroscopy)은 전자기 스펙트럼의 근적외선 영역을 사용하는 분광학 방법이다. 뇌의 특정 부분이 활성화되면 해당 영역에서 국소 혈액량이 빠르게 변화하게 되고, 산소 소비량의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근적외선을 이용한 광학 이미징을 통해 혈액 헤모글로빈 수준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함으로써 뇌의 특정 영역의 활동을 측정할 수 있다. fMRI는 혈류와 관련된 변화를 감지하여 뇌 활동을 영상으로 측정하는 방법이다. 뇌 영역이 활성화되면 그 영역으로 혈류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와 같이 뇌 혈류와 신경세포의 활성화가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에 기반을 둔다. fMRI는 주로 BOLD(Blood-Oxygen-Level Dependent) 대비를 영상화하는데, BOLD는 뇌 세포의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혈류의 변화를 영상화하여 뇌의 활동을 지도화하는데 사용되는 뇌 스캔 유형이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광학과 유전학을 결합한 기술로 빛으로 생체 조직의 세포들을 조절하는 것이다. 신경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하여 빛에 반응하는 이온 채널을 발현시키고 빛을 이용해 신경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조절한다. 특히, 개별 신경 세포들의 활동을 조절·관찰하고 신경 활동의 조절이 어떠한 효과를 유발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공상과학 영화 속 뇌 과학의 가까운 미래
브레인 디코딩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 사례들이 있다.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보거나 풍경을 볼 때 보는 대상에 따라 뇌의 활성 패턴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것을 거꾸로 이용하여 뇌의 활성 패턴 분석을 통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알아내려는 시각적 객체 인식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 왔다. 2001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Haxby 등의 논문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시각적 객체가 뇌의 영역에서 신경세포들을 어떻게 활성화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 2003년 Cox와 Saboy는 NeuroImage에 발표한 논문에서 fMRI를 이용하여 뇌를 읽는 것이 가능함을 보였다. 영화 속에서 보았던 관심법과 같은 초능력을 떠올리게 하는 연구 사례도 있다.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읽어 내려는 시도이다. 2009년 Havard Medical School의 Lee 등이 Medical Image Analysis에 발표한 논문에서 저자들은 5명의 피험자에게 정신적인 상상 업무를 부여하고, 뇌 신경세포 활성 패턴을 fMRI로 측정했다. 측정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SVM 방법으로 분류기를 제작했고, 분류정확도가 70~80%로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다. 피험자로부터 측정한 같은 업무에 대해 발생하는 뇌 신경세포 활성 패턴 fMRI 영상이 피험자에 따라 크게 다르다는 것을 통해 반응하는 뇌의 영역이 사람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각적 객체 영상에 대한 브레인 디코딩을 넘어 동영상에 대한 브레인 디코딩도 시도되고 있다. 2011년 Nishimoto 등이 Current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저자들은 3명의 피험자에게 9분짜리 동영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이때 발생하는 뇌 신경세포 활성 패턴을 fMRI로 촬영하여 촬영된 데이터로부터 동영상을 재구성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실제 시청한 동영상과는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움직임이나 사람의 모습에 있어 꽤 그럴싸한 동영상이 재구성되었다. 얼굴 인식 기술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뇌의 얼굴 인식은 뇌의 Fusiform gyrus라는 뇌 영역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람들의 얼굴을 구분하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Fusiform gyrus는 사람과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 등 일부 영장류에서만 발견된다. 잠을 자는 동안 꾸는 꿈에 관한 연구도 이루어져 왔다. 꿈은 잠자는 동안 경험하는 일련의 영상, 소리, 생각, 감정 등의 느낌이라고 말한다. Horikawa 등은 2013년에 Science에 꿈을 기록하는 연구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잠자는 동안 꿈속에서 인지한 영상을 뇌 신경세포 활성 패턴 분석을 통해 알아내는 연구이다. 피험자가 잠자는 동안 fMRI 촬영과 뇌파 측정을 통해 꿈을 꾸고 있는지 알아내고, 깨워서 꿈의 내용을 말하도록 했다. 이렇게 만든 fMRI 영상을 통해 꿈속에서 본 영상들을 약 60% 정확도로 알아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BCI는 뇌와 컴퓨터, 또는 외부 단말을 직접 연결하는 것을 말한다. 뇌의 신경세포 활성 패턴을 미세 전극 어레이나 ECoG, 뇌파 등을 통해 측정하고 이를 분석하여 얻어진 정보를 컴퓨터나 외부 단말에 제공하여 제어하는 기술이다. BCI는 여러 연구그룹에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BrainGate는 미세 전극 어레이를 뇌에 심어 사지 마비가 있는 환자들이 뇌활성 패턴 조절을 통해 화면에 보이는 키패드의 글자를 선택하고, 로봇 팔을 움직여 음식을 섭취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BCI 시스템이다. 이외에 선천적으로 색맹인 사람에게 색을 인식하는 기능을 가진 마이크로칩을 뇌 속에 심어 색을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도 개발되었으며, 360여 가지의 색깔을 정확히 구별하고 적외선, 자외선까지 인식한다고 하고 있다. 브레인 디코딩은 BCI, 뇌 질환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여러 장면을 현실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 논문 다운받기(논문 저자 : 김승환 바이오의료 IT 연구본부 책임연구원/본부장)
- 본 글은 전자통신동향분석 논문을 재구성하여 작성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논문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