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행복을 찾아라
보기만 해도 유쾌한 이가 있다. 말할 때마다 웃는 사람, 늘 행복한 것 같은 사람, 그리고 이웃에게도 그 행복을 나눠주는 그런 사람. 페이스북에서 천명 이상의 인맥을 보유한 마당발에, 꿈꾸는 일에는 주저 없이 문을 두드리는 즐거운 도전가!행복을 찾아 무한도전 중인 이지수 연구원을 만나본다.
세계의 긍정에너지를 품고 돌아온 국비 유학생
“일본어를 못해도 시험만 합격하면 일본어 교육, 일본 대학교, 학비, 생활비를 지원해준대.” 고등학교 때 이지수 연구원이 친구로부터 한국·일본 정부가 공동 지원하는 ‘한일 공동 이공계 국비유학생 파견사업’에 대한 소식을 접한 순간, 이것이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빛나는 문임을 직감했다. 그렇게 일본으로 떠나 유학생활을 시작한 그는 예상대로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낯선 타국에서 갓 스무 살 청년의 외로움은 컸다. 수줍던 청년은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면서 사교적인 성격으로 변모했다. 어느덧 유학생활을 즐길 정도로 적응할 무렵,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다. 그 여파로 한국 경제도 어려워져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고, 새삼 국비 지원을 받는 자신의 상황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은 소중한 유학기회인 만큼 꼭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더욱 더 열심히 공부했다. 불타는 의지와 적극성으로 그는 홀로 한국인이이지만 리더로서, 일본인 팀원 9명을 이끌고 프로젝트를 진행해 미국 하버드대에서 개최하는 대회에서 당당히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캄보디아로 여행을 갔을 때도 그의 열정과 도전 의식은 빛났다. 남들이 주로 가는 관광루트를 따르지 않고 홀로 자전거를 빌려 현지인이 사는 마을로 무작정 떠났다. 그곳에서 그는 진짜 캄보디아를 볼 수 있었다. 무상 교육을 받기 위해 일부러 스님이 되는 그곳에서(불교 중심 국가인 캄보디아는 스님을 지원하는 정책이 있다), 개인적으로 빚까지 내 학교를 설립한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긍정에너지로 세상을 바꾸는 그들을 보고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난생처음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라는 의문을 품고, 장차 어떤 공학자가 될 것인지 청사진을 그리게 된다. 그렇게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세계의 긍정에너지를 품은 채 모국으로 돌아온 그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따뜻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에 따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곳으로 진로를 고민하다가 그는 ETRI 병역 특례로 입사하게 된다.
누구를 위하여 연구를 하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대부분이 세계 최초,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에 집중할 뿐, 그가 꿈꿔온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적정기술을 연구하는 곳은 별로 없었다. 그는 다소 실망을 하고 방황하던 때, KAIST에 ‘국경 없는 공학자회’라는 동아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금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는 주저 없이 동아리 지도교수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한 끝에 동아리의 유일한 외부인으로 참여하게 된다. ‘국경 없는 공학자회’는 네팔 Nangi 마을을 매년 방문하여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건 또는 기술을 만들어 주는 일이 주된 임무다. 1년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며 느낀 점 중, 그가 ETRI 동료들과 가장 공유하고 싶은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 동일한 목표를 공유하고 진심이 통한다면 전공분야가 아니더라도 어떠한 일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경 없는 공학자회’에 활동하는 학생들은 없던 재능을 만들어 기부한다. ‘재능 기부’라는 말이 유행하지만, 다양한 곤경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서는 갖고 있는 재능 말고도 ‘없는 재능이라도 만들어서 도우려는 정성’이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교훈을 몸으로 체감한 그는 “우리 역시 각자가 지닌 전공분야의 틀을 깨고, 구성원들이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자신을 조금씩 바꿔 나간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라며 의견을 전했다.
하고 싶은 연구를 찾아서 도전!
그는 하고 싶은 연구를 찾아 직접 연구실을 옮긴 케이스다. KAIST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회사 업무 때문에 학생들과 함께 네팔에 가지 못해 항상 아쉬움만 남았는데, 입사동기와 과제에 대해 대화를 하다가 그는 무릎을 탁 쳤다. 동기의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자책 개발 과제가 그에게 또 다시 열정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분야와 전혀 다른 일이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그는 여러 보직자들에게 양해를 구해 팀을 옮기고 올해부터 본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과제 특성상 많은 시각장애인들을 만났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진정성을 보이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조금씩 그들의 관점으로 주변을 보게 되었다. 많은 대화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필요한 기술의 수요를 알아냈고, 꾸준히 연구 개발에 노력한 결과 시각장애인용 바코드 인식 기술을 개발했다. 교육에 대한 시각장애인들의 수요가 큰 만큼 그는 전자책을 전공 서적 수준까지 개발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이외에도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이 불편해 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따뜻한 연구를 마음껏 진행할 생각이다.
이지수 연구원의 그외 활동
- 미얀마 UIT 대학 총장과 적정기술 개발 관련 협력 방안 모색
- 치매 예방 로봇을 만드는 서울대 스타트업 기업에 자문 활동
- 대전과학고에서 사회적약자를 위한 과학기술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 예정
- 사회적약자를 위한 발명에 관한 EasyIT 책 저작 중
출근하고 싶은 행복한 연구실 만들기
그가 속해 있는 지식이러닝연구실은 부서명보다 ‘점심시간마다 족구하는 부서’로 더 유명하다. 또 족구뿐만 아니라 실원들끼리 다양한 취미생활을 서로 공유해 일과시간 후에도 함께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실원들 간의 의사소통도 잘 되고, 카카오톡으로 시시콜콜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수시로 주고받는다. 연구실에는 모든 실원들의 업무 일정을 공유하는 화이트보드도 있다. 여기에는 출장, 회의 일정뿐만 아니라 실원들의 생일, 경조사도 기록해 서로서로 가족같이 축하해주는 문화가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화목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연구도 열심히 협력해 수행하여, 지식이러닝연구실이 개발한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위한 상호작용 체험형 학습 SW 기술>이 미래부가 선정한 ‘2016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포함됐다. 그는 ‘출근하고 싶은 일터’가 되려면 구성원간 가족 같은 관계도 중요하지만, 잡무 분담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누구도 잡무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이러닝연구실의 경우 잡다한 업무를 모두가 골고루 분담하고 있고, 매년 분담하는 업무를 로테이션하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확산돼야 행복한 일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전파하는 이 연구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원내 AOC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The융합포럼 패널로 참가하여 정부출연연 관계자들에게 사회적약자 AOC 활동 소개와 사회적약자를 위한 연구 필요성도 전달했다. 한국에서 적정기술, 보조공학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을 초청해 세미나도 개최하고, 정보교류의 시간도 가졌다. 이지수 연구원이 속한 그룹의 팀원은 사회적 약자 AOC 활동을 바탕으로 국제학술지 논문에도 게재되었다. 앞으로도 AOC 활동에 참여를 바란다며 해사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 긍정 에너지가 넘쳤다. 일에서도, 사람 관계에서도, 행복을 찾으려는 그의 무한도전이 ETRI에 행복문화를 전파할 수 있기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