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180년의 역사 속으로 가는 타임머신
오래전 카메라는 휴대하기 힘들 정도로 부피가 컸다. 가격도 고가여서 소유하고 있는 사람도 몇 되지 않았다. 초창기에 카메라가 발명되었을 때는 사진 한 장을 찍기도 매우 어려웠다.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카메라는 발전을 거듭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에 카메라 기능이 있어, 대부분이 사람들이 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닌다. 사진을 찍고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다. 버튼만 누르면 순간을 기록하는 카메라의 역사 속을 다녀왔다.
카메라 역사의 산실
한국카메라박물관은 김종세 관장이 30여 년간 수집한 귀중한 카메라들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 사진작가로 활동해 온 김종세 관장은 렌즈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는 사진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다양한 카메라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카메라만 해도 3,000여 점에 이른다. 여기에 각종 렌즈와 액세서리 등을 합하면 무려 15,000여 점이나 된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카메라는 오랜 세월을 간직한 제품들이 많아, 단순한 카메라로 느껴지기보단 유물에 더 가깝다. 박물관의 외관은 카메라박물관답게 카메라를 연상시킨다. 중앙 부분은 렌즈경통의 단면을 표현했고, 독일 라이츠사의 카메라를 본뜬 것이라고 한다. 거대한 카메라 속으로 들어가니 한눈에 보아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다. 현재 일반에게 공개된 전시품은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오랜 시간 카메라를 수집해온 김종세 관장의 숨은 노고가 느껴진다.
1층 제1 기획전시실에서는 [Nikon 100년의 만남 특별전]을 개최 중이다. 니콘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일본의 카메라 브랜드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회사인 만큼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1919년 200명의 직원과 8명의 독일 기술자들로 시작한 회사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19곳의 공장과 23,000명의 직원을 부릴 정도로 성장했다.
초기에는 산업과 과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광학 제품을 만들다가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들만의 카메라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역사를 들여다본 카메라의 눈
2층 제2전시실에는 카메라가 처음 발표된 1839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단위로 카메라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나무로 된 고풍스러운 카메라가 제일 먼저 관람객을 반긴다.
영화 「덕혜옹주」에도 출연한 카메라라고 한다. 오래전 많은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담았을 카메라는
오랜 시간이 지나 영화 속에서 불빛을 터트리며 지금의 사람들을 찍는다.
‘카메라’라고 부를 수 있는 장치의 역사는 180여 년이나 되었다. 사람들은 렌즈가 달린 상자인 카메라 옵스큐라를 들여다보며 그림을 그렸다.
이후 프랑스의 다게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빛을 기록할 수 있는 필름을 카메라 안에 넣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최초의 사진인 다게레오타입이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서 오랜 시간 카메라를 열어야만 했다. 전시된 흑백 사진 속 인물들이 장시간 카메라 앞에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사진 한 장 찍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 지금보다 사진 한 장이 더 귀하고 소중했을 것이다.
1850년대에는 입체 사진이 유행했다. 스테레오 카메라로 만드는 입체 사진은 그때 당시에도 매우 신기한 것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3D 입체 사진인 셈이다. 색이 다른 셀로판 안경을 끼고 보니 오래전 유럽의 모습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한쪽에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마호가니 나무로 만든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다. 당시에 카메라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1860년대~1870년대에는 한 번쯤 사진을 통해 보았던 아코디언 모양의 카메라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왕실로 카메라가 들어왔던 시기이다.
고종 황제는 사진 찍기를 매우 좋아해서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엽서로 나누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이 발달하며 카메라의 크기가 점점 작아졌다. 전시관에서는 특별한 카메라도 만날 수 있다. ‘콘탁스 Ⅱ 라이플 카메라’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기념하며 총 4대가 만들어졌는데, 그중 한 대가 카메라 박물관에 소장되었다. 당시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를
촬영했을지도 모르는 카메라이기 때문에 민족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순간을 기록하는 작은 상자
카메라가 발달하면서 군용 카메라도 많이 만들어졌다. 당시에 적의 기밀을 빼내기 위해 일명 ‘스파이 카메라’로 불리는 만년필,
시계 형태의 카메라부터 수중카메라까지 영화 속 첨단 무기를 보는 것 같다. 역사를 거듭해 발달한 카메라는
크기도 점점 작아지고, 도금한 카메라 등 수집할만한 가치가 높아졌다.
180여 년의 카메라를 한 자리에서 보니 그 수에 놀라고, 특이한 모양에 놀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지하 전시실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이나 단체 체험이 있는 때에 다양한 체험 교육이 열리는 장소이다.
검은 상자에 바늘구멍을 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는 체험을 하기도 하고, 입체 사진을 만드는 체험을 진행하기도 한다.
전시실 벽 쪽에는 ‘한국클래식카메라클럽’에서 회원들이 그동안 니콘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 작품들이 걸려있다.
33주년을 맞은 동호회답게 회원들은 80세 이상의 연세 지긋한 분들이 대부분이다. 일상의 다양한 면면을 담은 작품을 둘러보다
멋진 야경이 찍힌 작품 앞에 멈췄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바라본 풍경을 담은 것이라 한다.
나이가 들어도 변치 않는 사진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진은 지나가는 순간과 찰나의 시간을 담는다. 역사의 한순간을 담기도 하고 한 사람의 생애 한 면을 담기도 하며,
소중한 사람과의 모습을 추억하기도 한다. 어쩌면 놓쳐버릴 수도 있는 순간을 기록하는 카메라. 180여 년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서 많은 사람과 장면을 오롯이 담아냈을 카메라의 시간을 살펴봤다.
오늘은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담아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