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국악이 빚은 예술
산과 강이 빛 좋고 결 곱게 익어가는 계절 여름. 유난히도 덥던 어느 날, 양평의 한 스튜디오를 찾았다. 스튜디오에는 IT국악밴드 카타의 연습이 한창이다. 무더위를 타파하는 경쾌한 음악 소리가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 연주하는 악기를 들여다보니 다소 색다른 모습이다. 장구와 기타, 건반이 LED 옷을 입고 음악에 맞춰 번쩍번쩍 빛을 뿜는다. 우리는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을 ‘퓨전(fusion)’이라 한다. 카타는 전통적인 국악이라는 장르에 IT기술을 접목해 만든 퓨전 그룹이다. IT기술로 빛을 연주하는 그들의 경쾌한 이야기를 감상해보았다.
IT와 국악?! 낯설지만 특별한 만남
빛을 연주하는 IT 국악밴드 카타입니다. 카타는 IT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악기를 만들고, 새롭게 음악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습니다. 현재 4차 산업혁명으로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IT기술과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도 급격한 기술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사실, 시대는 계속해서 변화의 흐름을 맞이했습니다. 예술사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큰 변화를 가져온 인상주의 태동은 산업혁명과 기차의 탄생 덕분입니다. 파리에 생긴 기차는 삶의 생활권을 넓혔습니다. 화가들도 작업실이 아닌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고, 밝은 색채와 빛을 표현한 인상주의 화풍이 탄생하였습니다. 또, 카메라가 발명되면서 카메라에 담긴 형태나 인물화를 통해 화가들이 빛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후대에 와서는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 선생님이 ‘미디어 아트’를 통해 빛을 조각하셨습니다. 카타는 이러한 본질적인 변화를 통해 빛을 연주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된 밴드입니다. 최근에는 공간 연출 분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미술이나 건축물 등 예술 분야에서 파사드 효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명, 미디어 파사드라고 불리는 기법은 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카타는 파사드 효과를 표현하기 위해서 무대 공간이나 조형물을 활용합니다. 우산에 LED를 장착해 음악에 맞춰 빛을 표현합니다. ‘LED 트리’는 나무 형태의 조형물에 음악이 맵핑 되어, 연주에 따라 나무의 빛이 다양하게 연출됩니다. 단순히 듣는 음악을 넘어서 공간 연출을 통해 음악이 공간적으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카타를 만들기 이전에는 퓨전국악을 했습니다. 초기에는 아날로그 악기를 사용했지만, 10년 전부터 IT기술을 도입해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그 흐름에 맞춰서 변화한 것입니다. 인상주의 태동으로 새로운 장르가 개척된 것처럼, 카타는 IT기술을 통해 IT뮤직이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생각합니다.
빛을 연주하는 사람들
카타가 만든 악기에는 LED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악기를 연주하면 빛이 표현됩니다. 초창기에는 컴퓨터의 자판이나 키보드처럼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센서를 컴퓨터 장치와 연결할 수 있게 개발하면서 연주 방법이나 악기의 형태가 변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디드럼과 터치 기타, 이지신스입니다. ‘바디드럼’은 웨어러블 드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벨트 모양의 드럼을 입고 터치를 통해 소리를 구현합니다. 바디드럼을 처음 관객들에게 선보였을 때는 관객들이 어떤 공연을 하는 것인지 잘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서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끔 빛 장치를 추가하게 되었습니다. 바디드럼을 입고 터치하면 흥겨운 드럼 소리가 연주됩니다. 이지신스는 ‘춤추는 피아노’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공간터치 기술을 응용한 악기입니다. 키보드에 음원이 설정된 공간 센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직접 터치하지 않고, 키보드 위에 손을 움직이면서 곡을 연주합니다. 또, 제가 주로 연주를 도맡아 하고 있는 터치 기타는 줄이 없어도 연주할 수 있습니다. 줄이 없는 대신 빛 장치를 통해 음악을 표현할 수 있게 했습니다. 흥겨운 리듬을 담당하는 ‘빛을 품은 북과 장구’는 북과 장구를 치는 강약에 따라서 빛의 밝기가 달라집니다. 음악에 따라서 다채로운 빛을 감상할 수 있어 매력적입니다. 아이폰은 자판을 두드리지 않아도 되는 편리한 스마트폰 세상을 열었습니다. 악기를 따로 구매하거나 오랜 시간을 들여 배우지 않아도 터치만으로 손쉽게 음악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서 악기의 범위와 악기를 생각하는 이미지가 바뀐 것입니다. 카타의 악기들도 IT기술을 입어 더 편리하게 연주할 수 있습니다.
눈과 귀를 사로잡는 음악! 카타!
악기를 개발할 때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음악으로 출발하다 보니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대부분 기술은 인터넷을 통해 습득했는데, 아마 인터넷이 없었다면 정보를 얻기 어려웠을 겁니다. 요즘 ‘정보의 민주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하는데, 인터넷에 정말 많은 양의 정보가 있습니다. IT국악밴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입니다. 보통 공연에 대한 영감은 매 순간순간에서 얻습니다. 최근 ‘우주항공축제’에서 공연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연을 준비할 때 공연 장소에 찾아가 발사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발사대 공간과 태극기 조형물, 바다와 연결되어 있는 개방된 공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장소에 어울릴만한 연출을 위해 많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어느 순간 뇌리를 스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 옛 기보법 중의 하나인 정간보 형태의 큰 틀에 LED 디스플레이 장치를 디자인했습니다.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생각하는 도중에 뜬금없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IT 관련 전문 기술을 소개하는 KBS ‘티타임’이라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그 코너에 카타가 IT국악밴드로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가장 특별한 추억으로 남습니다. IT 기술을 잘 이해하는 관계자 분들 덕분이기도 하고, 이를 통해 카타의 가치와 방향성이 많은 분께 알려졌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공간 연출에 대한 부분을 좀 더 확장하려고 합니다. 공간에서 보여주는 파사드와 음악의 조화를 통해 관객 여러분들이 매혹적인 순간을 경험하길 바랍니다. 또, 기술적으로는 연주로봇인 ‘뮤봇’을 개발하고자 준비 중입니다. 기본적인 기술 방향은 해결했고, 로봇의 본체와 구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고민 중입니다.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기술 분야에서도 기술적 난해함은 항상 있을 테지만, 저희는 특히 엔지니어로 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단한 기술도 몇 년을 고생하며 해결하곤 합니다. 어렵게 기술을 구현하고 나서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더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앞으로도 IT와 국악의 색다른 만남으로 눈과 귀가 즐거운 음악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