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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9 · July 28 · 2017 · Korean

Insight Trip  ______  한국영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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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처음 만나는 한국영화의 발자취

푹푹 찌는 듯한 불볕더위 속 한국영화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에는 무더위도 피하고, 한국영화의 역사를 직접 체험해보고자 하는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최초의 한국영화부터 천만 관객 시대를 연 블록버스터급 영화까지. 한국영화박물관은 말 그대로 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한국영화, 그 100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한국영화 100년의 역사를 따라서

한국영화는 2016년, 100년의 세월을 맞이했다.
이제는 천만 관객이 더 이상 놀라울 일이 아닐 정도로, 영화산업은 문화의 한 축을 거뜬히 담당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한국영화를 즐기고, 한류열풍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한국영화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영화박물관은 영상과 실제 전시품 등을 통해 한국영화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상설전시관에 들어서면 한국영화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활동사진이 조선에 들어온 경로와 과정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미국 여행가 버튼 홈스가 처음 조선에 들어온 경로와 조선인들의 활동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이다.
단순한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이지만, 1900년대 초 우리나라의 생활상과 사회상을 살펴볼 수 있는 역사 자료이다.
그때 당시 조상들의 눈에 비친 카메라의 모습은 얼마나 신기했을지 짐작해본다.

최초의 한국영화는 1919년 제작된 김도산 영화감독의 [의리적 구투]이다.
한국영화의 탄생 시기부터 최근에 이르는 연표를 통해 한국영화 역사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연표를 지나면 본격적인 한국영화 100년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시간이다.
1900년대 초기부터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최초의 조선영화 등장과 영화인들의 활동, 일제식민지하에서의 조선영화 체제 등을 알아볼 수 있다.
흑백 필름 시절이었던 당시의 영상물들이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온다.
오래전 영화 속 음악 소리와 흑백 영상이 주는 매력에 눈길을 빼앗긴다.
오래된 영화 시나리오와 필름, 손때 묻은 촬영용 카메라까지. 오래전 영화 제작을 위해 애썼던 영화인들의 노고가 전해지는 것 같다.
일제 식민지와 6.25 전쟁을 겪으면서 촬영감독들은 전쟁터 등에서 기록영상을 찍는데 동원되었다.
실제 전쟁 당시 사용한 카메라와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당시 촬영감독이 전쟁 속에서 카메라 한 대에 의지하며 고군분투한 모습을 떠올려본다.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 불릴 정도로 한국영화가 호황기를 누렸다.
당시의 황금기를 증명하는 다양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서울 시내에는 12곳의 개봉관이 있었으며, 당시 한 해 평균 영화 관객 수가 1억 7천만 명(누적)이고, 100편 이상의 영화가 제작되었다고 한다.
1980년대는 영화 산업에도 사회상이 반영되어 변화의 바람이 불던 시기이다.
‘Street 1980’으로 꾸며 놓은 공간에는 그때 당시 영화 포스터와 시나리오 등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를 빛낼 한국 영화의 밝은 미래

1990년대를 대표하는 영상매체는 비디오테이프이다.
동네마다 비디오 대여점이 있고,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영화를 볼 수 있던 시절이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 변화에 따라 멀티플렉스 극장과 블록버스터 영화, 대기업의 영화시장 참여 등 영화산업이 발달했다.
이제는 추억이 된 비디오테이프가 아련한 추억을 되살린다.

아카이브 공간은 터치스크린으로 포스터를 찾아보고, 영화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마음에 드는 영화음악을 선택하면, 스크린 속 턴테이블이 움직이며 노래가 흘러나온다.
또, 미디어 테이블을 통해 연대별 주요 영화작품과 감독, 배우 등을 검색해볼 수 있다.
영화음악에 잠시 매료되었다가 눈길을 돌리니 대형 스크린에 ‘한국영화 100선’의 영상들이 펼쳐진다.
한국영화 초창기부터 2012년까지 개봉한 영화 중에서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작품을 전문가가 선정했다.
한국영화 100선 중에서 내가 본 영화는 몇 편 정도가 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이다.

영화 장르에서 애니메이션은 이제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한국영화박물관에는 애니메이션 전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영화 탄생 이전의 시각적 놀이기구였던 여러 나라의 매직랜턴 등이 전시되어 있다.
한쪽에는 대형 조에트로프가 전시되어 애니메이션의 원리를 살펴볼 수 있다.
버튼을 누르면 조에트로프가 서서히 속도를 높여가며 작동하며면서 애니메이션이 펼쳐진다.
아이들이 직접 애니메이션을 그려볼 수 있는 스크린도 준비되어 있다.
스크린에 그려진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종이에 덧대어서 그리고, 표정을 상상해서 직접 그려볼 수 있다.

상설전시관의 마지막은 영화를 빛낸 영화인들과 영화 [사도] 속 주인공이 입은 의상이 전시되어 있다.
영화 속 숨은 주인공인 감독과 스태프,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경력이 있는 영화인들을 기리고자 마련된 공간이다.
영화인들의 주요 필모그래피와 연출 노트, 소장품, 영화제 트로피 등이 전시되어
영화의 화려한 면과 함께 영화 한 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의 노고를 느껴볼 수 있다.

한국영화와 대중가요, 그 100년의 만남

영화를 더 몰입하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영화를 볼 때,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하고, 어떤 사람은 영상미에 놀라고, 이야기에 감동 받는 사람도 있다.
영화를 더 몰입하게 하는 요소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이지만,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다.
한국영화박물관 기획 전시관에서는 「한국영화와 대중가요, 그 100년의 만남」을 주제로 한 기획 전시가 한창이다.
1916년 신파극 주제가 [카추샤의 노래]로 시작된 한국 대중가요가 2016년 100년의 역사를 맞았고,
1919년 연쇄극 [의리적 구투]로 시작된 한국영화는 2019년 100년을 맞이한다는 데서 기획한 특별전시이다.
기획 전시는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대중가요 100선을 고르고 골라 엄선된 음악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한국영화와 대중가요의 특별한 만남을 느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관 한편에는 나이 지긋한 관람객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축음기와 전축 체험 공간이 있다.
전축의 턴테이블을 직접 만지며, LP판에 기록된 시간을 불러온다.
오래전 가수의 목소리와 ‘지지직-’ 거리는 아날로그 소음이 중년층 관람객에게 ‘그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아날로그 체험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을 위한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요즘 첨단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증강현실 기술을 접목한 전시물이다.
이른바 ‘연기돌’로 불리는 아이돌 겸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와
영화음악을 소개하는 섹션의 각 이미지에 태블릿을 비춰보면 영화 속 한 장면이 펼쳐진다.

이외에도 사운드박스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 영화주제가 10선을 들어볼 수 있다.
그 옆에는 5대의 CD재생기를 통해 대중가요 100선을 모두 들어볼 수 있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음악을 들으며, 부모와 자녀 모두 세대를 초월하는 색다른 경험을 해본다.
한국영화의 발자취와 영화음악까지 보고, 듣고, 즐긴 시간!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박물관에서 한국영화를 마음껏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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