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혜택을 골고루 나누는 세상 만들어가요
모노스키(Mono Ski)란 스키 플레이트(Ski Plate)가 하나인 스키이다. 하지가 마비되거나 절단된 장애인들이 타는 스키이기도 하다.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스키이지만, 장애인들이 스키를 바로 타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장비가 고가인 데다 스키를 안전하게 배울 수 있는 곳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구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부 학생들로 구성된 동아리 블루스크린 팀과 김창훈 교수는 VR 기술을 이용해 장애인이 쉽게 스키를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장애인도 재미있게 체험할 수 있는 스키
무더위를 식히는 반가운 비가 내리던 날, 대구대학교에서 블루스크린 학생들과 학생들을 지도한 김창훈 교수를 만났다. 학과 연구실에 모인 학생들과 김창훈 교수는 ‘실감형 모노스키 체험’ 기술과 관련해 열띤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교수와 제자 간 허물없는 의견 교류가 이번 기술 개발 성공에 큰 몫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대구대학교 컴퓨터정보공학부는 1985년에 신설되어 올해로 32해를 맞이했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으로 떠오르고 있는 AI 기반의 비전, VR+AR의 융합 현실, 사이버 보안을 주로 연구하는 컴퓨터공학전공과 빅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데이터 처리와 응용분야를 연구하는 컴퓨터소프트웨어전공이 있다. 동아리 블루스크린도 학과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리이다. 1999년부터 시작되어 현재 햇수로 18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실감형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은 학부생 3, 4학년으로 이루어진 총 8명의 학생이 7개월간의 노력 끝에 개발한 기술이다.
“실감형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은 VR기술과 모션인식 근전도 센싱 기술을 이용해 모노스키를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기술 설명을 부탁하자 김창훈 교수가 말을 이어나갔다. “모노스키는 일반인이 아닌 하지가 마비되거나 절단된 장애인이 이용하는 스키 장비 중 하나입니다. 시트버킷, 서스펜션, 스키플레이트, 스키 프레임, 아웃트리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가상현실로 옮겨야 하므로 VR 기술 외에 모션인식과 근전도 센싱 기술이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실감형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은 단순히 VR을 체험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도 분석한다. 사용자와 상호 연동된 아바타를 3인칭 시점에서 볼 수 있는 리플레이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과 사용 근육, 이동 경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가상코치 기능을 추가해 사용자의 사용 근육과 최적 이동 경로를 프레임 단위로 저장하여 사용자가 효과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스포츠의 장벽을 허문 첫걸음
‘실감형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 개발의 시작은 대한장애인체육회 전 사무총장을 지냈던 대구대학교 최원현 교수와 대한민국장애인스키 국가대표 김남제 감독과의 만남에서부터다. 이동과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동계 스포츠의 대명사인 스키의 사전 경험을 지원하고, 전문가의 데이터 축적을 통한 지능형 서비스를 통해 장애인 스키의 저변확대와 기술력 향상을 위해 개발되었다. 때마침 블루스크린 동아리에서도 VR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동아리 회장을 맡은 박찬희 학생이 대표로 ‘실감형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 개발의 계기를 설명했다.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경험을 가상의 공간에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가상현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장애인 스포츠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도중에 지도교수님인 김창훈 교수님과 장애인 스포츠 관계자분들의 추천으로 가상현실 기반의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김창훈 교수의 지도로 모노스키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수집했다. 모노스키를 타거나 배우기 위해서는 스키장에 가야한다는 불편함과 고가의 모노스키 장비로 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방법을 곧바로 기술에 적용했다. 김창훈 교수는 학생들에게 몸이 불편한 사람의 처지를 생각해보며 개발할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눌 것과 재미있게 만들어서 한 번 타면 다시 타고 싶도록 부가 기능을 고민해볼 것 등 기술 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학생들의 힘으로 만든 시스템, 기술 이전까지
‘실감형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개발 공급업체인 (주)포워즈시스템에 기술을 이전해 본격적인 사업화를 앞두고 있다. 학생들의 힘으로 기술을 개발한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박찬희 학생은 기술을 개발하면서 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사실 초기에 개발을 시작했을 때는 완성이라도 제대로 하자는 생각으로 7개월 동안 학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학우들과 열심히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스키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인데, 스키의 특성상 설상에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미끄러짐을 구현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금도 더 완벽한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 중입니다. 저희가 개발한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을 통해 장애인들이 모노스키를 체험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실제 모노스키를 배우거나 즐기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창훈 교수는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더 많은 장애인이 스키를 탈 수 있도록 전체적인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실감형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최소한 시뮬레이터 이상의 장치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고, 일반인들이 이러한 장치에서 훈련하고 실전에서 스키를 체험하려면 그에 따르는 체력증진 기구 또한 아주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더욱 많은 장애인들이 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려면 단순한 기기 수준의 지원이 아닌 전체적인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여러 경로로 지원할 방법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현재,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은 장애인들이 모노스키를 체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블루스크린 학생들은 아마추어 선수나 엘리트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모노스키 훈련 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가상현실과 연동한 모노스키 시뮬레이터를 제작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HTC Vive 기반으로 제작된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을 스마트폰 등에서도 간편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새롭게 구현할 예정이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VR 기술이 많은 주목을 받는 가운데, 관련 기술들이 사회 약자에게 도움을 주는 ‘스마트 복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실감형 모노스키 체험 시스템’ 역시 스마트 복지에 가까이 다가간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컴퓨터 공학 분야가 스마트 복지와 관련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김창훈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VR 기술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IT 기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향후 발전 가능성 또한 매우 높습니다. 스마트 복지 분야로 좁혀서 예를 들면, 접근이 편리한 2D 기반의 각종 정보지원 매체와 접근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현실 기반의 정보 지원 사이의 상충관계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발달 장애 학생에게 책을 가지고 건널목 건너기 교육을 하면 비용은 적게 들지만,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건널목 현장에서 교육을 하려면 큰 비용이 듭니다. 이러한 경우, VR과 기타 지원 기술을 접목하면 상충관계를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대구대학교는 전국 최초의 특수 교육 사회복지 분야 대학으로, 김창훈 교수는 학생들에게 컴퓨터공학 기술을 접목해 지원할 수 있는 복지 시스템에 대해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부분적인 기술보다 저수준에서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VR, AR, 그리고 지능형 데이터 서비스까지 전 분야에 대해 포괄적으로 생각하라고 교육한다. 폭넓은 사고와 실제 복지의 대상이 원하는 분야로 접근했을 때, 세상에 정말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술의 혜택을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지는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 대구대학교의 건학이념은 사랑, 빛, 자유라고 한다. 컴퓨터정보공학부 블루스크린 학생들과 김창훈 교수가 만들어가는 사랑과 빛, 자유가 있는 세상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