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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3 · April 21 · 2017 · Korean

Seminar ______ Alternative Futures for Korea’s S&T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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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X Tech Seminar 시리즈 4차

ETRI 미래전략연구소 표준연구본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을 앞두고 IDX(Intelligent Digital Transformation) 분야의 주요 핵심기술을 고찰하는 ‘IDX Tech Seminar’를 매달 개최한다. IDX의 대표기술로 대변되는 3초(초지능, 초연결, 초실감)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핵심기술·표준·시장에 대한 R&D방향을 모색하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Alternative Futures for Korea’s S&T Research

미래학자 짐 데이토 하와이대 교수

‘미래학의 아버지’라 손꼽히는 세계적 석학이 우리 연구원을 찾았다. 짐 데이토 교수(James Allen Daotr)는 1967년 엘빈 토플러와 더불어 미래협회를 만든 미래학 분야의 선구자다. 세계 미래 연구연맹 회장, 하와이대학교 미래학연구센터의 센터장을 역임했다. 과연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할까? 호기심 어린 얼굴로 미래를 궁금해 하는 연구원들에게, 데이토 교수는 미래학이 하나의 미래를 예지(Predict)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대안 가능한 여러 미래들을 예측(forecast)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미래학에서는 미래를 복수형으로 표현한다. 데이토 교수는 6년간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2004년에는 한류에 대한 논문을 쓸 정도로 우리나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연단에 선 그는 한국의 대안 미래(Alternative Futures)에 대하여 따뜻한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가야할 길이 있었던 시대

과거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한강의 기적’을 언급한다. 짧은 기간 일자리, 소득, 경제 모든 면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일궈냈다는 자랑스러움을 담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짐 데이토 교수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그 당시에는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을지 몰라도, 한국의 성장과 번영은 사실, ‘쉬운 일’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한국에는 따라해야할 명확한 모델이 있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은 로스토우(Rostow)의 경제성장 5단계(전통사회-도약준비단계-도약단계-성숙단계-고도대중소비사회)를 따랐다. 로스토우는 후발 산업국가들이 도약단계로 올라서기 위한 조건으로 투자율의 증대, 노동생산성의 비약적 상승, 새로운 공업 발전 등을 제시하며, 이를 위해선 스스로 사회를 개혁해 나갈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며 군대를 주목했는데, 실제로 우리나라는 군사정권을 바탕으로 로스토우의 경제발전 단계에 가장 부합한 나라로 발전해나갔다. 로스토우의 1965년 우리나라를 방문해, ‘한국이 도약단계에 진입했다’고 선언, 한국사회를 열광하게 만들기도 했다.

데이토 교수는 우리나라가 이 경제발전 모델에 따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엄청난 인적, 경제적, 물질적 자원을 과학 기술의 연구개발에 쏟아 부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한국이 농업과 원재료 수출국에서 전자 소비재 수출 국가로, 이제는 최고 수준의 제품을 생산‧수출하는 국가로 올라섰다고. 그러나 데이토 교수는 그것이 ‘다른 누군가가 발명한 것들을 누구보다도 잘 만들어냄으로써’ 이룩한 성과였다고 말한다.

어느 순간 우리나라는 맹목적으로 따라가야 할 그 무엇도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동시에 세계적으로, 값싸고 풍부한 에너지의 시대도 끝났다. 평생동안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없어졌으며, 빠른 경제성장의 결과로 지역별, 계층별, 산업별 격차가 커졌다. 앞이 보이지 않는 지금, 데이토 교수는 “지금까지처럼 ‘경제성장’만이 국가의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꿈의 사회(Dream Society)의 아이콘

우리는 농업사회, 산업사회를 지나 정보 사회를 살고 있다. 짐 데이토 교수는 그 다음, 인간 사회가 나아가야 할 단계를 ‘꿈의 사회(Dream Society)’ 라고 소개했다. 최초의 인간처럼, 경쟁적으로 일할 필요 없이 풍성한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사는 사회를 일컫는다. 그는 인간이 무의식중에 스스로를 기술의 노예로 길들이며 치열한 경쟁 속에 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 그 기술들, 즉 로봇과 인공지능 등이 인간을 다시금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해줄 것이란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 우려되는 지금, 어떻게 꿈의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일까? 데이토 교수는 이미 완전 고용과 좋은 일자리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역설적이게도, 실업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완전한 실업(Full Unemployment)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노동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접근으로 이어진다는 낡은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 그의 주장에 따르면 노동은 로봇이, 의사결정은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정부는 사회복지와 평등 분배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면 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부적절한 노동에서 벗어나 꿈을 꾸고, 계획하고, 놀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을 갖게 되며 일에 대한 성취감과 사회공헌에 대한 자긍심을 우선시한다. 이러한 꿈의 사회에서 부를 창출하는 방법은 물질적인 재화나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이미지, 스토리, 꿈을 판매하는 것이다.

짐 데이토 교수는 이미 꿈의 사회로의 진입 가능성을 한국을 통해 보았다고 말한다. 그 증거는 다름 아닌 한류다. 그는 한류가 폭력성과 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불편한 서구 문화 대신, 가족 가치와 전통적인 아시아의 감성을 충실하게 묘사하며 서양과 아시아의 가치를 능숙하게 섞어 자신들만의 것을 만들어냈다고 평한다. 또한 한국 정부는 앞장서서 드라마를 판매하고 연예인들을 홍보대사로 삼으며 이미지가 부를 창출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최초의 정부라고 말한다. 이것은 일본의 망가(만화)나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으나 국가 정책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그는 2004년 한류에 관한 논문 「Korea as the wave of a future : the emerging Dream Society of icons and aesthetic experience」를 통해 한국은 대중문화에 바탕을 둔 정책을 구현하며 사회 경제의 성공적 척도로 ‘Gross National Product’ 대신 ‘Gross National Cool’을 삼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성공 지표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 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혜안을 제시한다.

세계적 리더가 되려면

데이토 교수는 ETRI가 미래에 기여하길 원한다면 ETRI의 ‘E’를 ‘전자(Electronics)’에서 ‘경제(Economics)’로, 혹은 ‘G(New Governance Design)’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정보사회는 이제 길을 잃었고, 신자유주의를 대신해 꿈의 사회를 실행하게 만들 경제 이론과 실천, 새로운 거버넌스가 필요하며, 그것을 ETRI가 해낼 수 있다는 뜻에서다.
데이토 교수는 전자가 지금까지 정보 사회를 창출하는 데 있어서 사회 경제적 변화의 핵심 동인으로 부상했으나, 이제는 전자를 더 많이, 새로운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기본적인 물리적 및 생물학적 특성을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세포와 그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통신하는 지, 그 프로세스를 활용하여 창조적인 인간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단어나 소리의 빠른 전자적 전송을 넘어서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뇌 대 뇌로, 물체 대 뇌로 의사소통이 진행될 수도 있다.
데이토 교수는 앞으로 중요해질 미래 기술은 무엇이 될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이 직접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학자나 엔지니어뿐 아니라 조각가, 화가, 댄서, 가수, 게이머 및 기타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해야 한다. 그는 한국이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에 지금까지 초점을 두어왔지만 앞으로는 STEAMSS(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and Humanities, Math, Social Sciences)와 융합하여 발전한다면 세계 최고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는 또한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근면함과 창의력이라면 세계가 배우고 따라할만한 국가가 될 것이라는 독려의 말로 발표를 마쳤다.

글 : 현성은(ETRI 표준연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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