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둘도 없는~ 전기자전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만드는 재미’ 요즘 DIY(Do It Yourself)족이 늘어나는 이유다. 필요한 물건을 직접 제작하면 나만을 위한 맞춤형 물건이 탄생한다. 맞춤형 전기자전거를 만들어서 ETRI에 메이커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서상우 연구원을 만나본다.
부산의 맥가이버~
서상우 연구원은 어렸을 적부터 PC, 노트북, TV, 라디오 등 전자제품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등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 부모님께서 가게를 하셨는데, 그가 직접 가게 간판을 만들어 드린 적도 있다. 점 배열로 글자를 만드는 도트 매트릭스 방식의 간판이었는데, 그는 어린 나이에도 거침없이 납땜하고 손에 기름을 묻혀가며 완성했다. 뭐든 뚝딱 만들어 보며 직접 부딪히는 성향이 강해서 누군가 투자라도 해줬다면 자동차, 비행기도 서슴없이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부산의 맥가이버에게 전기자전거 만들기는 필연적으로 다가왔다. 고향인 부산에서 대전으로 근무지를 옮겼을 때, 그는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를 보고 한 눈에 반했다. 평소 전기자전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그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바로 전기자전거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일반 자전거에 비해 가격이 상당한 상용 전기자전거, 게다가 기능이 제한적이고 출력도 낮아 오르막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는 것을 망설였다. 그러다 그는 세상에서 오직 자신만을 위한 맞춤형 전기자전거를 만들고자 마음을 먹었다. 맥가이버의 피가 발동한 것이다. 샘솟는 의욕으로 그는 난생 처음 전기자전거 만들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기자전거 만들기에 도전!
전기자전거는 문자 그대로 전기 모터를 이용해 힘들이지 않고 주행할 수 있는 자전거이다. 동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운동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이에 대해 그는 고개를 격하게 젓는다. 라이더의 의지에 따라 운동량을 조절 할 수 있다는 것. 모터에 비중을 많이 두어 사람의 힘을 덜 쓰는 방법과 반대로 사람 근력 비중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운동을 하고 싶다면 모터 대신 근력 사용 비중을 높이면 된다. 이렇게 할 경우, 일반 자전거와 비슷한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 무릎이 아픈 이는 모터 비중을 높여서 무릎 관절에 무리가 적게 가는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이러한 전기자전거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는 애초에 자신에게 맞는 전기자전거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조절 가능한 전기자전거의 속성을 더욱 부각시키기로 했다. 그의 전기자전거 만들기 프로젝트는 작년 6월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반 자전거에다가 전기 장치들을 달아 보는 것으로 시작했다가, 아니다 싶어 새로 하나씩 부품을 구매해 처음부터 만들게 됐다. 그가 실행했던 대략적인 전기자전거 제작 순서는 다음과 같다.
그는 최대한 무게도 가벼우면서, 한번 충전에 서울에서 부산까지(약 300km) 주행도 가능하고, 로드 자전거보다 빠르며, 산악에 최적화된 자전거를 만들고 싶었다. 직접 납땜하고, 캐드 작업에 쇠를 깎고 하는 작업은 고됐지만, 그러한 노력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신만의 자전거가 탄생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원하는 게 생기면 전기 장비들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개선시키고 있다. 그의 전기자전거 만들기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온오프라인 세계를 전기자전거로 횡단하기
그의 블로그는 콘텐츠 종합 창고이다. 국내에 전기자전거 시장이 작다보니 다양한 정보를 얻는데 한계가 있어 주로 외국 사이트에서 자료를 찾아 블로그에 정보를 집약해놓았다. 이밖에 그는 국내 유명 전기자전거 카페에서도 열심히 활동했지만 카페 운영자가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카페의 용도가 보통 판매되는 전기자전거의 홍보용으로 활용되는 것이 현실이어서, 개조나 변형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있다. 직접 만들어 체험담을 올리는 활동을 막는 분위기에 그는 잠시 주춤했지만, 도전적인 메이커인 그는 끝내 전기자전거를 완성시켰다.
직접 만든 자전거를 타고 투어를 하는 기분이란~!! 주로 대전 외각의 여러 산을 투어 하는데, 험난한 산길을 빠르게 오르는 느낌이 참 좋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그는 대전 인근 출장지가 있으면 전기자전거를 활용한다. 그의 최장 거리 주행 기록은 대전에서 동탄 신도시까지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것이다. 전기자전거이기에 장시간 주행이 가능했다며, 가파른 산이나 장거리 주행이 가능해 운동의 폭을 넓히는 것이 전기자전거의 매력이라고 그는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는 매주 목요일 연구원內 ‘목무달(목요일은 무조건 달린다!)’ 회원들과 50km 이상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다. 회원들의 자전거는 각기 다른데, 처음에 전기자전거를 가져간 그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같이 땀을 흘리며 연대감을 느껴야 하는데 전기자전거로 보다 수월하게 달리는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진 것. 하지만 그는 전기자전거도 MTB 자전거 못지않은 운동이 되는 도구임을 회원들에게 각인시켰다.
편견을 깨는 메이커를 꿈꾸며
그는 아이폰이 지금 뚝 떨어지면 아무도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휴대폰이 단계별로 발전하면서 사용자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더불어 사용자의 아이디어가 녹아 들어간 제품과 기술이 다시 나오면서 기술자와 사용자가 함께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메이커 운동은 그런 것이다.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 그가 메이커 혁신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전기자전거 시장은 작다. 즉 수요가 작아 찾는 사람들이 한정적이고, 당연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들도 적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고 자전거의 편견을 깨는 제품을 구상 중이다. 현실적인 것부터 실현시키려고 하는데, 가령 그는 차에 달린 후방 센서를 자전거용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자전거 특성 상 뒤를 잘 보지 못해, 뒤에 오는 차량 운전자와 시비가 붙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의 부품을 자전거에 장착시키다 보면, 배의 역할까지 하는 수륙양용 차가 나타났듯 자동차의 역할을 하는 자전거가 출현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온-오프라인 세계를 열심히 누비며 전기자전거의 매력을 설파하는 그는, 세상의 물건들이 항상 그 모습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편견이 싫다고 말한다. 아울러 그것을 깨뜨리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메이커를 꿈꾼다.
메이커 운동이 확산 돼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인다면 새로운 개념의 자전거가 나오지 않을까? 서 연구원의 열정과 도전을 응원하며, 그로 인해 세상에서 보지 못한 새로운 제품을 조만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