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도 스마트하게 가사로봇과 함께하는 삶
우리가 상상하던 로봇 세상은 제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로봇은 이미 집을 청소하고, 자동차를 운전한다. 산업 분야에서는 다양한 로봇들이 사람이 하기 힘든 궂은일을 대신한다. 권기현 마젠타로보틱스 대표는 산업 분야를 넘어 가사 활동에도 로봇 기술이 적용되어, 가사 노동 부담을 줄이고, 사람이 더 많은 기술과 콘텐츠를 창조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로봇이 함께하는 일상, 그가 바라는 더 넓은 미래를 들여다봤다.
삼겹살 굽고, 집안일하는 로봇
ETRI와 인연은 2014년 ETRI 예비창업과제에 선정되어 ETRI 초빙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ETRI 지능로봇시스템 연구실과 1실 1사 기업으로 창업 하게 되었습니다. ETRI ‘OPRoS 컴포넌트, 테스트 기술’을 산업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 기술 이전받았습니다. 로봇의 움직임을 ‘TASK 작업’이라고 부르는데, OS처럼 기본이 되는 기술입니다. 로봇 외형을 만든 다기보다 로봇이 다양한 가사 노동에 투입되고, 작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만드는 것이죠.
2015년에는 첨단 로봇과 자동화 기술을 소개하는 ‘로보월드’ 전시회에서 3차원 가상영상 작업로봇을 선보였습니다. 그때 선보인 기술은 삼겹살을 굽는 것이었죠. 예전에 이 기술로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에 나가 선보인 적도 있습니다. 또, ‘로보 바텐더’로 아트나비라는 전시관에서 열린 로보파티에 참석했습니다. 홍보용으로 개발한 시제품이지만,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하면 가사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이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현재는 스피커의 품질을 측정하는 검사 장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래 사업아이템은 서비스 로봇입니다. 가사 노동 부담을 줄이는 가사 서비스 로봇을 만들겠다는 창업 초기 목표를 잊지 않고, 지금도 가사 서비스 로봇 상용화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창업 성공에 필요한 것은? 경험과 준비
가사 노동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내 때문입니다. 첫 딸이 세 살이 되었을 때, 가사 노동으로 자신의 일을 못 하는 아내를 위해 본격적으로 집안일을 했습니다. 그때 집안일이 많이 자동화된다면 그 시간에 다른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고, 집안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ETRI의 기술을 결합해 제품화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가장 먼저 개발한 제품이 주방 로봇 시스템 ‘우렁각시’입니다. 요리와 식기 세척을 모두 해주는 시스템을 구현해 가구회사나 가전회사 전시 홍보관에 시제품으로 설치했습니다. 계속해서 업그레이드에 주력하고 있죠.
사실, 한 차례 창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국내에 벤처 붐이 불 당시,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지식관리 솔루션이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새롭게 도전했지만 실패했죠. 당시에는 벤처 기업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척박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마젠타로보틱스를 창업할 때는 ETRI 창업 프로그램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삼성전자 근무 당시 제가 30대였는데, 그 시절엔 회사에서 배운 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이후, 40대에 다시 창업에 도전할 때는 한번 실패했던 경험과 연구원, 외국계 회사 등 다양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겪었던 경험과 ETRI 기반 기술이 만나 체계의 종합을 잘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기술과 경험은 사실 따로 보면 하나의 조각에 불과하지만, 이를 종합해서 하나의 시나리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기 세척기의 임무는 설거지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요소 기술들은 매우 많습니다. 이를 한꺼번에 모아 하나의 시스템으로 종합하는 것이 마젠타로보틱스의 기술력입니다.
거듭 드리는 말씀이지만,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는 철저하게 준비하시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창업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자산은 경험과 인간관계입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경영이나 영업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부하세요. 그렇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를 보리라 믿습니다.
다가올 로봇 시대를 꿈꾸며
가사 서비스 로봇 기술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처음 식기 세척 로봇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우려가 많으셨습니다. 아직 저희도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말입니다. 우선 가사 로봇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편이 아닙니다. 시장성을 보았을 때, 산업용 로봇이 더 앞서갈 수밖에 없죠. 저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냉장고 부품수와 식기 세척 로봇 부품 수를 따져보아도 비용 측면에서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게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였을 당시 이야기를 해볼까요? 담임선생님께서는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하셨습니다. 그 넓은 땅에 모를 심으면 쌀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요. 1900년대만 하더라도 전 세계 인구 90%의 직업이 농부였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서비스업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제 농업 종사 인구는 15% 미만입니다. 로봇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제조업이나 여러 직업이 분명 많이 사라질 것입니다. 대신에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겠죠. 역사는 그렇게 발전해왔습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겠지만 상상이 이제 것 현실화 되고 있는 것처럼 로봇은 더욱 발전될 것입니다. 좀 더 긍정적인 발상을 해보면, 힘든 일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11명이 공을 차는 축구도 산업이 창출되리라 생각지 못했지만, 프리미어리그를 보면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수많은 경제가 창출됩니다. 부가적으로 유희나 여행, 콘텐츠 산업 등 새로운 산업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2~30년 후에는 아디다스가 그러하듯 몇백 명이 근무하던 공장은 사람 대신 로봇이 일하는 공장으로 바뀌겠죠.
고령화 문제도 로봇 산업 기술 발달에 한 몫 할 것입니다. 노인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날 텐데 이들을 보살필 사람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장 고되게 느끼는 가사 노동은 설거지, 빨래, 목욕 등 입니다. 그중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다 필요한 것이 설거지 로봇입니다. 인간의 노동력이 단순 노동보다, 창의적 노동의 가치가 더욱 절실해질 무렵 식기 세척 로봇이 꼭 필요한 날이 오겠죠.
기술의 발전은 도전에서부터
마젠타로보틱스의 올해 목표는 매출 5억 달성입니다. 최종 목표는 가사 서비스 로봇을 만드는 로봇 전문 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직원 모두가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패 경험에도 불구하고 창업하겠다고 했을 때, 아내의 도움이 컸습니다. 항상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기에 남들이 보기에 다소 황당해 보일 수 있는 이야기라도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만약 가족의 믿음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다른 일을 하면서 제 꿈은 잊혀졌을 겁니다.
ETRI 지원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마젠타로보틱스의 방향성과 ETRI의 기술이전 덕분에 지금의 마젠타로보틱스가 있고, 앞으로도 더 빛을 발하리라 생각합니다.
기술의 발전은 끊임없는 도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식기 세척 로봇과 같이 가사 로봇 서비스가 산업용보다 시장성이 낮아 사업을 진행할 때 어려움이 따르지만, 언젠가는 아내에게 한 가사 서비스 로봇을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고 싶습니다. 또, 많은 분이 가사 서비스 로봇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의 사업 아이템을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시는 분들이 많이 생겨나길 바라며, 최선을 다해서 가사로봇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