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로 즐기는 초실감 엔터테인먼트
요즘 문화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라면 ‘역사’일 것이다. TV를 켜면 한두 개 채널에서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사극이 방영된다. 과거에는 영화와 드라마처럼 ‘보는’ 역사 콘텐츠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직접 ‘즐기는’ 체험형 역사 콘텐츠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동력은 ICT 기술의 발전이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그리고 4D 영상 기술은 역사라는 과거의 사건을 지금 내가 겪는 것처럼 경험하게 해준다. 첨단 ICT 기술을 통해 다이내믹한 어트랙션을 즐길 수 있는 곳. 용인 에버랜드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여행을 즐겼다.
스마트한 놀이, 리얼한 역사체험
집, 학교, 회사, 백화점, 병원 등 어디에서나 ICT 기술을 누릴 수 있는 지금은 ICT 시대이다.
ICT 기술의 혜택은 편리한 일상생활에 그치지 않는다.
ICT와 엔터테인먼트가 만나 탄생한 스마트하게 노는 공간,
그 중에서도 에버랜드의 ‘프라이드 인 코리아’는 놀이에 역사 콘텐츠를 접목해 더욱 눈길을 끄는 곳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난 2015년 7월 25일 오픈한 ‘프라이드 인 코리아’는 에듀테인먼트(교육+엔터테인먼트)를 적용한 새로운 개념의 어트렉션이다.
입구를 통과해 환상적인 분위기와 함께 위대한 역사 속 인물들이 맞아주는 웜홀을 지나면 01 BAY부터 07 BAY까지 기나긴 역사 여행이 시작된다.
‘Brilliant Light In Korea’라는 타이틀이 붙여진 01 BAY에 들어서자 한국문화의 찬란함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파노라마 영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자연환경, 유구한 역사 속에 면면히 전해져온 정신문화, 인류문명에 기여한 과학기술과
기록유산, 놀이문화와 예술이 함축되어 있는 영상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장보고, 광개토대왕의 개척정신, 세종대왕의 인본주의 등 위인들을
대한민국의 DNA를 확인할 수 있는 02 BAY를 지나면 본격적인 ICT 역사체험이 시작된다.
게임으로 배우고 과학으로 체험하는 역사
03 BAY ‘Korean Spirit’에서는 영화로 봤던 명량대첩을 증강현실(AR)로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대형스크린 속에 내 모습이 나타나고 모션을 취하면 대포가 발사되고 전투를 펼칠 수 있다.
이순신 장군 휘하의 수군이 되어 일본 수군을 물리치는 게임을 하다보면 400여 년 전의 역사가 좀 더 생생하게 와 닿는 기분이다.
04 BAY ‘Korean Renaissance’에는 세종시대의 선비가 되어 장원급제의 영예에 도전하는 리얼 미디어 터치 게임이 준비되어 있다.
12대의 터치형 모니터가 연결된 미디어테이블을 통해 천문, 무기, 언어, 음악 등 과목별로 과거시험을 치르다 보면
15세기 문화를 꽃피운 위인들과 당시 과학유산의 독창성을 배울 수 있다.
이번엔 증강현실(AR)로 복식체험을 해볼 차례. 05 BAY ‘Korean Costume’은
신라, 고구려, 백제, 조선시대 의상을 가상으로 입어보면서 자연스러운 멋과 실용성을 겸비한 한국 의복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체험이다.
마음에 드는 의상을 고르면 화면 속 내 모습에 합성되고 그 시대로 돌아가 과거의 공간에서 생활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증강현실(AR)에 이어 이번엔 가상현실(VR) 체험이 기다리는 06 BAY ‘Beautiful Korea’로 이동한다.
회전의자에 앉아 ‘기어 VR’을 착용하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연유산인 ‘독도’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로 순간이동을 한다.
이 체험의 포인트는 고개와 몸을 최대한 많이 돌리는 게 유리하다는 점.
360도 입체 가상현실 체험이기 때문이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바위틈의 파도, 밤하늘의 별을 놓칠 수도 있다.
‘프라이드 인 코리아’ 곳곳을 다니며 체험을 즐기고 있을 때 4D 영화 ‘활의 전설’ 상영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약 180평, 96석 규모의 4D 영화관은 32:9 비율의 곡면 와이드 천공 실버스크린과
모션 정밀제어가 가능한 모션체어가 설치되어 있고 바람, 물, 진동 등 6가지 효과가 적용되어 있다.
‘활의 전설’은 광활한 땅과 바다를 개척한 위대한 영웅 광개토대왕과 장보고의 애민정신을 그린 4D 영상물.
세계 최초로 영상의 이동에 따라 동작하는 다이나믹 모션 시스템이 적용돼 기존 4D 영화와는 차별화된 리얼리티를 느끼게 해준다.
특히 말을 타고 진격하는 장면, 화살이 날아가 꽂히는 장면에서는 절정의 박진감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6m 거대 로봇팔과 VR의 만남
같은 에듀테인먼트 어트렉션이지만, ‘프라이드 인 코리아’가 학습에 비중을 뒀다면 ‘로봇 VR 어트랙션’은 놀이에 비중을 둔 어트렉션이다.
‘로봇 VR 어트랙션’은 글자 그대로 로봇과 VR 콘텐츠를 결합한 어트렉션.
상하좌우, 전진후진, 360도 회전이 가능한 로봇팔에 탑승해 퀄리티 높은 그래픽 영상이 재생되는
‘기어 VR’을 쓰면 실제로 로봇에 타서 조종하는 것처럼 4D 가상현실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로봇 제어시스템에 장착된 탑승모듈은 국내 중소기업이 개발한 것으로,
영상신호에 따라 정확하게 로봇이 움직여 몰입감을 극대화시켜준다.
‘기어 VR’을 통해 재생되는 영상은 가까운 미래 인공지능의 발달로 로봇의 반란이 일어나
방어를 위해 나타난 인간 탑승 로봇(로봇 암)이 이를 막아낸다는 스토리다.
높은 건물을 뛰어 내리거나 공중을 비행하며 적군 로봇의 로켓 공격을 피하는 등
가상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로봇 VR 어트랙션’의 매력.
실감나는 영상과 다이내믹한 모션에 쉴 새 없이 비명이 터져 나온다.
튤립 만발한 4월의 정원
역사와 과학의 새로운 재미를 발견했다면, 이번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차례.
에버랜드에서는 1992년 시작해 올해 25주년을 맞이한 튤립축제가 한창이다.
핑크 다이아몬드, 아펠둔, 시네다블루 등 100여 종, 120만 송이의 튤립이 축제장을 화사하게 뒤덮고 있었다.
그야말로 형형색색. 빨강, 주황, 분홍, 핑크, 보라, 하양까지 총천연색 튤립 정원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봄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올해는 특히 하나의 꽃잎에서 두 가지 색을 띠는 30여 종의 줄무늬 튤립이 눈길을 끌었다.
초콜릿색에 가장자리만 노란색인 튤립이 눈에 띄었는데 도베르만을 닮아 ‘도베르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희귀한 튤립도 볼 수 있었다.
꽃만큼 금방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정원에 울려 퍼지는 왈츠와 음악에 맞춰 춤추는 분수의 청량한 소리, 바람에 전해지는 은은한 튤립 향기.
봄의 아름다움이 모든 감각으로 느껴진다.
토끼 머리띠를 한 여학생들, 한 손엔 엄마 손 한 손엔 풍선을 든 꼬마아이, 꽃을 배경으로 셀카 촬영에 여념이 없는 커플,
차도르를 두른 이슬람 관광객까지 모두들 꽃처럼 화사하게 핀 얼굴이다.
때로는 이렇게 특별한 콘텐츠도, 기술도 필요 없는 자연 그대로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