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을 재정의하다
하늘도, 땅도, 더불어 사람도 편안한 곳, 천안(天安). 대부분 ‘천안’하면 ‘호두과자’나 ‘천안삼거리’를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천안만큼 스포츠 열기로 뜨거운 곳이 없다. 천안시가 연고지인 프로배구단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첨단복합베이스 캠프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도 천안의 스포츠 열기를 대변하는 곳이다. 첨단 과학과 스포츠가 접목되어 마치, 배구를 위한 ‘성(城)’과 같은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와 천안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간 천호지에 다녀왔다.
오직 배구를 위한 성(城)
프로배구단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2013년 지은 복합베이스캠프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는 오직 배구를 위한 첨단 시설이 갖춰진 합숙소 겸 훈련장이다.
천안 외곽으로 달리다 보면, 석곡 저수지 부근에 커다란 성과 같은 베이스캠프가 자리 잡고 있다.
언덕 위에 올라서 있고, 건물 전체가 알루미늄 그물망으로 뒤덮여 있어 이름에 들어간 ‘캐슬’ 처럼 비밀의 성과 같은 느낌을 풍긴다.
내부에 들어서면 역대 선수들의 핸드프린팅과 스카이워커스의 역사가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1983년 현대자동차서비스로 창단했을 때부터 현재 팀 순위 1, 2위를 다투는 최강 팀이 되기까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선수들의 자부심을 고취한다.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는 오직 배구를 위한 성(城)과 같다. 선수들이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요소들로 꽉꽉 채웠다.
내부 중앙에는 건물 전체의 중심이기도 한 정사각형 연습장이 있다.
그 위로는 4층 천장까지 공간을 비워두었고, 연습장을 감싸는 벽을 중심으로 2층에는 선수들이 체력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 3~4층에는 선수들의 숙소와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다.
연습장 코트는 팀의 색깔을 나타내는 디자인으로 구현되었다.
실제 홈경기장과 같은 색상을 사용하여 선수들이 실제 경기장과 같이 훈련을 실감나게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선수 숙소의 손잡이와 책상, 샤워기, 변기의 높이가 모두 일반인이 사용하는 것보다 높다.
침대도 기존 침대보다 120cm 더 길게 만들었다. 평균 신장 190cm가 넘는 장신 선수들을 위해 최적화 한 것이다.
보통 8층 건물의 높이는 4층으로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체력 훈련장과 재활 시설은 선수들이 오롯이 자신과 싸움을 하는 곳이기에 선수들의 의견을 담아 건물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에 배치했다.
봄이면 하얀 배꽃이 피는 배 과수원과 저수지를 풍경 삼아 훈련에 매진할 수 있다.
비가와도 내부에서 달리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달리기 트랙, 블루링 코트를 만들어 효율적인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스포츠와 과학의 만남
이곳은 연습장을 중심으로 모든 공간이 연결되어 있다는 특이점이 있다.
외부에는 선수들의 가족이 찾아와 머무를 수 있는 지하 벙커와 같은 독채 건물이 있다.
외부의 어느 방향으로 들어와도 연습장과 통하고, 감독실, 치료실과도 연결되어 있다.
선수들의 숙소도 베란다를 통해 모두 연결되어 있다.
2인 1실이지만 침실은 개인적인 공간으로 나눴고, 거실은 함께 사용한다.
락커와 사우나도 중앙에 마련해, 홈 선수와 연습경기를 위해 이곳을 찾은 국내외 어웨이 선수들이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체 건물이 ‘소통’의 공간인 셈이다.
첨단시설도 이곳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선수들이 컨디션을 높이고 안전한 훈련을 할 수 있는 치료실과 재활 훈련 선수들을 위한 재활치료실, 수중치료실이 마련되어있다.
태블릿PC를 이용해서 연습장의 천장과 양면의 문을 개폐할 수 있고, 조명도 조절할 수 있다.
연습장에는 CCTV를 설치하여 HD급 영상화질로 선수들의 훈련 영상을 데이터화해 동작을 분석한다.
선수들은 몇 초 내에 화면을 통해 본인의 동작을 확인하고, 문제점을 개선한다.
체력 훈련을 하는 동안에도 영상을 촬영하여 모두 데이터화한다.
데이터화된 자료들은 선수들이 각자 소지한 태블릿PC를 통해
본인의 훈련 모습과 경기 영상을 확인하여, 전략 분석과 체력 훈련에 도움을 받는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배구의, 배구에 의한, 배구를 위한 그들만의 성(城)에서
첨단 과학이 접목된 효율적인 훈련 시스템을 통해 오늘도 배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도심 속 푸근한 강이 두 팔 벌려 반겨주는 곳, 천호지
천안을 대표하는 배구팀의 베이스 캠프를 뒤로하고 천안의 또 다른 명소 천호지를 찾았다.
천안의 명소는 독립기념관, 천안삼거리 등 여러 곳이 있지만,
천안 시민들이 언제든지 편안하게 발길을 두는 곳이라 하면, 아마도 천호지가 아닐까.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에 위치한 천호지는 운동 코스는 물론, 스케이트보드장 등이 마련되어 있어 운동과 산책을 즐기기 위해 많은 시민이 찾는다.
근처에 단국대학교가 있어, 대학 이름을 따 일명 ‘단대호수’라고도 불리며 청춘들이 삼삼오오 모이기도 한다.
천호지 안에는 붕어, 잉어, 오리가 서식한다. 호수 위에 유유자적 떠 있는 오리 무리를 보면, 평안해지는 마음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요 며칠간 ‘겨울이 찾아 왔구나’ 하며 추웠던 날씨가 조금은 주춤해졌다.
눈부신 황금빛 갈대를 바라보며 호수 주변을 걷는 사람들을 보니,
붕어든, 오리든, 사람이든 무엇이든 품을 것만 같은 푸근한 천호지에 마음을 뺏긴 듯 편안한 표정이다.
무엇보다 천호지의 매력 포인트라 하면 호수 주변을 감싸는 갈대군락과 떨어지는 해의 그림자, 노을이 지는 풍경이다.
노을 지는 풍경을 보며 따스해지는 마음을 품고, 올 한해도 잘 지내보자며 모두에게 안녕을 바라보았다.
우리에게 호두과자로, 천안삼거리로 다가왔던 천안.
첨단시설을 갖춘 복합베이스 캠프를 통해, 천호지를 통해, 천안은 스포츠와 과학이 만나는 곳,
자연과 사람을 따듯하게 품어주는 곳으로 재정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