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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76 · January 13 · 2017

Wide Interview  ______  성단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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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도전과 실행으로 전자통신 강국을 이어나가길

ETRI를 떠나 30여 년간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다양한 통신 네트워크 기술 분야의 특허를 출원하며 연구의 끈을 놓지 않은 성단근 교수. 계속해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ETRI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 덕분이었다. 호기심 어린 눈빛에서 젊은 공학도 못지않은 연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ETRI에 전하는 그의 메시지를 들어본다.

전자통신 강국의 초석을 닦은 ETRI

1977년 ETRI 1기로 입사해 1980년 7월까지 연구 활동에 매진했습니다. 현재는 KAIST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TRI는 처음에 KIST 부설 연구소로 출발했습니다. 그 당시 연구부서가 교환, 전송, 시스템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저는 교환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당시에는 백색전화기 시절이라 전화기 한 대를 신청하면 6개월 ~ 2년을 기다려야 했어요. 지금과 비교했을 때 상상이 되시나요? 외국에서 전자교환기를 도입하는 사업에 참여하였는데, 워낙 복잡한 시스템이라 기술 규격을 만들 때 거의 천 페이지 정도의 문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후에 ETRI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던 디지털 전자교환기 연구 개발에 참여하였는데 초기에는 연구원 5명 정도로 출발했습니다. 1세대 스위치 엔지니어로서 설계와 개발을 하다가 도중에 유학을 가게 되었지요. 유학 중에 신문을 통하여 한국의 소식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초기에 시분할교환기 개발을 위해 씨를 뿌렸던 연구가 TDX 교환기로 성공적으로 개발되어 농촌 지역에 설치·운용한다는 기사를 접했거든요. 소수 인원이 시작했던 연구가 2~300명으로 늘어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격했습니다. 그때 당시 ETRI의 TDX 교환기 관련 기술의 확보와 산업계의 기술 이전을 통해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획기적인 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생각이 드네요. 저는 초기에 시작해서 마무리를 못 해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우리나라 젊은 연구원들이 열심히 한 덕분에 현재 대한민국이 전자통신 기술 강국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Can-Do Spirit! 도전과 실행

제가 ETRI에 재직할 당시에는 연구원 숫자가 많지 않아 상당히 바쁜 업무가 지속되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날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1980년부터 국가적으로 시행된 유학 자유화 정책으로 까다로웠던 유학의 문이 열리기 시작할 때였죠. 유학을 떠나서 어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통신 네트워크 분야 연구를 하려고 했지만 적합한 교수님을 찾지 못해 연구 분야를 바꾸었습니다. 수학, 항공우주, 기계공학 등 여러 학과를 다니면서 학위 논문 연구 주제에 맞는 과목들을 수강하느라 전체 수강과목 중 약 40%를 다른 학과 대학원에서 듣고 나머지는 전기과에서 수강하여 상당히 힘들었죠.
하지만 유학 시절 경험을 통해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Can-Do Spirit'이라는 말이 있죠. 다른 학과의 어려운 과목을 수강하면서 연구의 기초체력을 키우게 되었는데, 이런 과정을 통하여 어려운 분야에 도전하며 개척하고, 이를 통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으로 인공위성 개발, 각종 교환기, 다양한 유,무선 인터넷 통신망, 셀룰러 이동통신망, 스마트 그리드, 에너지 ICT 등 다양한 연구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KAIST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난 30여 년 동안 24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350여 개 국내외 특허와 570여 편의 논문도 썼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고군분투하며 다른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이 몸에 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많아 항상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화두를 학생들에게 던져줍니다. 학생들의 선호도나 취향, 장래희망 등을 관찰하면서 일종의 맞춤양복(taylor-made)처럼 그 학생에게 맞는 적절한 문제를 연구의 화두로 전하는 것이죠.

미래 혁신에 필요한 개방(open)과 공유(sharing)

4차 산업혁명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이 도래하면서 개방 즉, 오픈이 중요한 핵심이 되었습니다. 사람 간 오픈은 마음을 열어야 상대방에게 자기 생각이 전달됩니다. 물리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ETRI가 오픈을 하기 위해서는 외형적으로 문턱을 낮춰야합니다. 예를 들면, 식당을 오픈해서 연구단지 연구원들이 같이 모여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새로운 미래기술의 먹거리를 찾을 수도 있겠지요. 작년에 미국의 벤처회사 드롭박스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부서와 책상 사이에 벽이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유일하게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CEO룸도 투명한 유리창으로 된 공간이었죠. ETRI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모든 사람이 벽과 열쇠로 문을 잠그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벽이지만 마음의 벽이기도 합니다. 벽을 허무는 것이 진정한 오픈의 시작입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는 오픈을 통해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빅데이터라고 하는 정보가 늘어나면 사람의 심리상태, 자연의 변화, 시스템의 성능 등 모든 것을 분석할 수 있죠. 그리고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보잘것없는 아이디어일지라도 오픈과 공유를 통해 더 가치 있는 것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각자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는데 지금은 오픈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없이 많은 샘플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신의 목적에 맞는 기술에 접목할 수 있습니다. 생산성도 훨씬 높아질 수 있지요. ETRI와 같은 연구소에서 그룹별로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오픈해서 외부에 있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 사람과 협업을 통해 손에 손을 잡고 연구하는 세상이 필요합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다른 관점의 이야기도 들어보며, 이해하는 소통의 과정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미래 혁신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소통과 협업으로 사랑받는 ETRI가 되길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 거의 3~4년을 주기로 계속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며 살아왔네요. 전자공학은 기술이 눈에 띄게 급변하기 때문에 파도를 즐기는 서퍼처럼 기술에 뛰어들어 연구를 즐겨야 합니다. 무언가 즐기면서 임하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박사 학위 졸업장은 저에게 자신감을 의미합니다. 지금까지 박사 50명, 석사 75명의 학생을 배출했습니다. 3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졸업할 시점에 지도하는 학생들에게 항상 전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졸업장의 앞면은 한 장의 종이로 된 졸업증서이지만, 보이지 않는 뒷면에 붙어 있는 자신감이 더 중요하다고요. 자신감이 있으면 사회에 나가 어떤 일에 부딪혀도 이겨 나갈 수 있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습니다. 눈이 오는 들판을 거닐 때, 남이 밟았던 발자국을 따라가면 편하지만, 그 길이 꼭 좋은 길만은 아닙니다. 남이 가지 않는 새로운 영역으로 첫 발자국을 딛고, 먼 훗날 남들이 자신의 발자국을 쫓아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취향에 맞춰 아직 탐색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를 찾아서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처럼 무언가 자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보고자 하는 개척 정신을 가지세요.
미래 산업은 반도체, 하드웨어 기술보다 데이터 중심시대로 바뀝니다. ETRI 연구원분들이 새로운 기술 분야도 잘 해내시겠지만, 개방과 공유를 명심하여 대학, 외부 출연 연구 기관, 외국의 연구소나 학교 등 소통과 협력을 통해 좋은 업적이 많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에게 더욱 사랑받는 ETRI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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