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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미륵 천년미소와 가을 대추

충남 논산시 관촉사 & 연산 대추축제

관촉사, 탑정호, 대둔산, 계백장군 전적지, 상계사, 개태사, 옥녀봉과 금강, 노성산성...
이들 논산8경 중 관촉사가 첫번째로 꼽히는 이유는 단연 은진미륵 때문이리라.
알듯 말듯한 은진미륵의 은은하고 온화한 미소가 모나리자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고려때부터 이어내려온 천년고찰의 아름다움을 통해 고려의 불교문화와 역사를 가까이서 만나고,
덤으로 풍성한 가을의 정취를 양껏 들이마시고 돌아왔다.

관촉사에서 마주한 천 년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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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의 아름다운 문화재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러 떠난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고즈넉한 풍경에 넋을 잃고 가다 보니, 어느새 천년고찰 관촉사에 도착했다.
논산시 반야산 기슭 아래 자리하여 빼어난 풍경과 아름다운 문화재를 자랑하는 곳이다.
사찰로 올라가는 길에는 입구에서 대웅전이 있는 곳까지 돌계단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세상의 번뇌와 시름이 한 꺼풀씩 벗겨지는 듯하다.

관촉사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다. 그중 제일은 ‘은진미륵’이라 불리는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제218호)이다. 높이 18m에 달하는 입상은 멀리서 보아도 위엄 있는 그 기운에 압도된다. 특히, 온화하고 자비로운 표정, 모나리자보다 아름다운 미소로, 천년의 미소로 표현된다.
그런데, 석조미륵보살은 보통의 불상과 다르게 몸의 비율이 조화롭지 못하고 거대하고 과장되었다. 이렇게 큰 불상이 사찰 마당에 세워지게 된 연유가 궁금했다. 석조미륵보살은 고려시대 광종의 명을 받은 혜명스님이 100여 명의 석공과 36년간의 노력 끝에 만든 것이다. 그런데, 불상을 만들고 보니 어떻게 세울지 난감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동자승 두 명이 물가(지금의 관촉사 주차장)에서 삼등분된 진흙 불상을 만들어 흙을 쌓고 나머지 부분을 올리는 모습을 보았다. 혜명스님은 그 방법을 따라 미륵의 몸통 부분에 흙을 쌓고 부처의 머리를 밀어 올려 완성했다고 한다. 또, 석조미륵보살 귀의 길이는 1.8m에 달하는데 광종이 많은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함과 지방 호족 세력을 억압하기 위한 광종의 뜻을 담고 있다. 이렇게 불상이 세워지자 비가 내려 불상의 몸을 씻어주었고, 서기(瑞氣)가 21일 동안 서렸으며, 두 눈썹 사이에서 발한 빛이 사방을 비추었다고 한다. 중국의 승려 지안(智眼)은 빛을 좇아와 예배드리고, 마치 그 빛이 세상을 비추는 촛불과 같다고 하여 관촉사(灌燭寺)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나라가 태평하면 불상의 몸이 영험하게 빛나고 서기가 허공에 서리며, 환난의 시기에는 온몸에 땀이 흐르고 손에 쥔 연꽃이 색을 잃는다는 등의 전설이 있다.

 

석조미륵보살이 쓰고 있는 보관(寶冠)을 보면 갈라진 부분이 있는데, 여기에 얽힌 설화도 전해진다. 오랑캐가 고려를 정복하려고 압록강을 건너려 했다. 그러나 압록강의 깊이를 알지 못해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 스님이 압록강을 폴짝폴짝 뛰어 건너가는 모습을 보고, 오랑캐 병사들이 압록강으로 마구 뛰어들었다. 하지만 깊은 물길로 수많은 오랑캐가 강물에 빠져 죽었고, 가까스로 강을 건넌 오랑캐 장수가 스님의 목을 베려고 했는데, 칼이 부러지더니 스님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이 스님이 지금의 석조미륵보살이고, 그때 오랑캐 장수의 칼에 보관이 갈라졌다고 한다. 마음을 절로 낮아지게 하는 석조미륵보살의 영험함만큼이나 전해지는 이야기가 많다.

반야산 기슭, 빛나는 고려의 보물

논산에 전해지는 전설에 따르면, 염라대왕이 저승에 온 사람을 천국 또는 지옥으로 보내기 전, 질문을 하는데 “이승에서 은진미륵과 개태사의 솥, 그리고 강경 미내다리를 보고 왔느냐?”라 묻는다고 한다. 그만큼 빼어난 명승지 하나를 보았으니, 나중에 저승에서 염라대왕의 마음에 들 대답하나 번 셈이다.
관촉사에는 석조미륵보살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재가 있다. 대웅전 앞 윤장대는 불교경전을 넣은 책장에 축을 달아 돌리 수 있게 만든것으로, 부처님의 법이 사방에 널리 퍼지고, 태평성대를 이루어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윤장대를 한번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이 있다. 하여 관촉사를 찾은 많은 이들이 이를통해 자신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염원한다.
사찰로 들어가는 계단 맨 위쪽에는 해탈문(解脫門)이라는 석문이 세워져 있다. 석조미륵보살의 영험함에 기도를 올리고자 하는 백성들의 수가 많아 관촉사 내에 줄을 세워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만든 것으로 조선시대에 세운것으로 전해진다.
석조미륵보살 앞에는 석등과 배례석, 석탑, 석문이 있다. 배례석은 부처님께 예를 올리던 곳에 높은 직사각형의 받침돌이다. 윗면에는 아름다운 연꽃을 새기고, 좌우에도 작은 연꽃 두 송이를 새겼다. 현재까지 남은 많은 배례석 중에서도 연꽃 문양을 새긴 아름다움이 빼어난 문화재이다. 배례석과 함께 있는 석탑은 관촉사에 있던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던 것을 이곳에 세운 것이라 한다.

 

석조미륵보살 앞에 부처님의 진리로 길을 비추어준다는 의미인 석등이 있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석등은 그 시간만큼이나 장대함과 웅장함이 담겨 있어, 고려 시대 석등 중 제일가는 걸작으로 남았다. 고려 시대 뛰어난 예술적 감각과 역사적 가치가 남아있는 관촉사에서 논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가을 대추의 향연

들녘마다 붉은 대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익어가는 계절. 가을의 풍요로움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 관촉사에서 차로 20여 분을 달려 연산 대추축제가 열린 연산전통시장을 찾았다. 축제 입구에서부터 정감 가는 시골 장터의 모습과 활기찬 축제의 기운에 마음이 절로 푸근해진다. 연산 대추축제는 논산을 대표하는 가을 축제로, 2002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15회를 맞았다. 연산은 전국 대추의 40% 이상의 집산지로서 연산면 인근의 벌곡면, 양촌면, 전라북도 운주면 일대에서 생산되는 품질 좋은 대추를 사들여 팔기 시작하면서 이름을 얻게 되었다. 연산전통시장에만 15개소의 대형대추상회가 자리하고 있고, 최근에는 연산 대추의 명성을 높이려 대추나무를 재배하는 농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연산 대추축제의 장소인 연산전통시장은 1911년부터 열린 오일장이 지금까지 이어져, 이곳을 지키는 상인들의 얼굴에 패인 주름만큼이나 깊은 역사와 세월의 시간이 겹겹이 쌓인 곳이다.

 

축제는 역시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빠질 수 없다. 대추로 만든 파이, 고추장, 떡 등 다양한 음식과 포토존, 대추나무 공예품, 추억의 엿장수, 공연 등 정겨운 축제 풍경에 손들은 금세 시골의 맛과 멋에 흠뻑 젖는다. 지루할 틈 없이 축제를 즐기는 사이 잊어서는 안 될 오늘의 주인공 대추. 큰 포대 안에 담긴 갓 수확해 말린 대추들이 달콤한 냄새로 유혹한다. 옛말에 ‘대추 세 개로 요기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양이 풍부한 대추. 상인들의 푸근한 인심이 건네는 손길 덕분에 금세 요기가 되는 듯하다.
가을 정취 속 푸근한 축제의 인심과 고려의 아름다운 문화재를 만났다. 가을처럼 풍성하고, 찬란한 마음이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