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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의 대가에게 과학자의 길을 묻다

장하석 교수 초청 강연

‘과학자들에게 필요한 창의성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지난 9월 23일, ETRI 국제회의장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한 ETRI 연구원들의 열기로 가득 채워졌다.
바로, 과학철학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의 특강이 개최된 것.
장하석 교수와 ETRI 연구원들의 뜨거웠던 만남의 현장에 함께 했다.

장하석 교수와 ETRI의 만남

ETRI 국제회의장은 장하석 교수의 강연을 듣기 위한 임직원들로 가득했다. 장하석 교수는 이날 ETRI 임직원을 대상으로 ‘통념을 깨는 과학자들’이란 주제를 갖고 약 90분의 강연을 이끌어갔다. 창의성과 관련된 재미있는 과학사를 사례 중심으로 진행해 흥미를 끌었다.
장 교수는 강연에 앞서 “창의성을 길러주는 과학 교육과 과학정책을 해야 한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창의성이란 정해진 방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실제로 창의성을 발휘했던 과학자들을 보고 영감을 얻는 것 이상이 없을 것이다.”라며 강연의 문을 열었다. 또한, 다양한 과학사 사례를 통해, 여러 가지 통념을 깬 과학자들의 이야기도 소개했다.
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강연 관련 주제를 비롯해 장 교수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이 쏟아졌다. 또, 전 연구원 중 희망자를 받아 추첨으로 5명을 선정하여 장 교수와 함께 점심을 가지는 ‘장하석 교수와 젊은 과학자와의 만남’도 진행되었다.
이번 ETRI와 장하석 교수의 만남은 ETRI에서 그동안 진행해왔던 명사초청강연을 통해 이루어졌다. 명사초청강연은 지난 2010년부터 직원들의 창의성 함양을 위해 약 20여 회 시행해온 것으로, 용혜원 시인을 비롯한 이시형 의학박사, 유홍준 전 문화재처장, 심형래 영화감독, 박범신 소설가 등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를 초청해 진행해왔다.
한편, 장하석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학에서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박사 과정을 거쳐 20대 후반의 나이에 영국 런던대 과학철학과 교수가 된 세계 과학철학의 대가이다. 현재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로 과학사 및 과학철학을 지난 2010년부터 강의 중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온도계의 철학』 등이 있다. 지난 2006년 ‘과학철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커토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통념을 깨는 과학자, 창의성을 가진 과학자

장하석 교수는 ‘통념을 깨는 과학자들’이란 주제를 가지고 ‘창의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요 내용으로 여러 가지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전했다. 1)잘 알려진 모델을 엉뚱한 곳에 적용해보라 2)서로 상충되는 아이디어를 동시에 적용해라 3)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덮어 버리지 말고 이해하려고 노력해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답을 얻기 위해 다양한 사고방식을 실천한 과학사 사례와 함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또한, 색다른 생각을 하려면 색다르게 살아야한다고 말했다. 즉, 지적인 경험을 색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배경지식, 다른 시각과 문제의식, 다른 지적 가치관의 문제를 이해해야 하고, 분야 간 정보 교류와 이동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론적으로 색다르게 살기를 가능케 하는 것을 ‘다원주의’로 표현했는데 각 분야에서 한 가지만 하려는 경향을 벗어나, 한 분야 내에서도 몇 가지 패러다임이나 실천체계를 병행하면 정상 과학적 효과를 얻으면서 선입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원주의는 일시적, 국지적으로 효율이 저하될 수 있지만, 장기적, 전반적인 효율을 생각한다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원주의를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향은 다른 틀을 가진 사람에 대한 관용, 이미 잘 이루어진 유용한 실천 체계의 보전, 필요에 따라 각기 다른 학문을 융합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 무모한 창의력 대신, 여러 가지 틀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융합을 키우고 다룰 수 있는 지도자의 역량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도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분야 간의 교류와 이동을 권장하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