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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한 길을 걷는 마음으로

이용탁 광주과학기술원 특훈 교수

총 214편의 SCI 논문, 국내·외 학회 논문 발표 366건, 특허 등록 53건 등 광학 발전에 기여한 이용탁 교수.
한눈팔지 않고 광전자 분야라는 연구의 길을 37년간 걸어왔다.
그를 묵묵하고 꾸준하게 한 길만 걷게 만든 것은 연구에 대한 도전 정신과 열정이었다.
연구자에게 교수라는 직업은 항상 연구할 수 있어서 좋은 직업이라고 말하며, 수많은 연구 성과에도 모든 결과를 운과 학생들에게 돌리는 그.
퇴임 이후에도 꾸준히 연구 활동을 하며 지내고 싶다는 모습에 천생 연구자라는 직업이 어울리는 이용탁 교수를 만났다.

나의 자랑, 나의 자부심, ETRI

안녕하세요. ETRI 임직원 여러분. 제가 ETRI를 떠난 지 벌써 23년째입니다. 저는 1979년 ETRI에 입사 후 1994년까지 재직하고, 이후 광주과학기술원 정보통신공학부에서 교직 생활과 연구 활동을 하며 지내다 최근 정년 퇴임을 했습니다.
저와 같이 ETRI에 근무했던 많은 분들이 지금은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거나 벤처기업가로 성공하는 등 많은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설립 이래 ETRI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입국의 견인차 구실을 해왔고, 지금도 후배들이 그 전통과 명성을 이어가는 것을 볼 때 동문의 한 사람으로 늘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가집니다.
저는 ETRI에서 초창기에 광통신 시스템 국산화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맡은 분야는 반도체 레이저, 광 검출기 등 광통신용 광소자 개발이었는데 GIST로 옮긴 후, 광변조기, LED, 태양전지, 또 이와 관련된 나노 광학, 집적광학, 광배선, 피코 프로젝터, 3D 카메라 등을 연구해 왔습니다. 한국광학회에서 매년 동계학술대회에서 광학 발전에 기여한 1명을 선정, 학술 대상을 수여하는데, 올해 제가 대상을 받은 것은 오랫동안 광전자공학 및 나노광학 분야에서 기여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구자로서의 행운

지금까지 저의 교직 생활과 연구 활동에는 행운이 많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바로, 열정이 넘치는 좋은 학생과 동료들을 만나고, 꾸준히 연구비 지원을 받았고, ETRI와 GIST 같이 좋은 연구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었던 것 모두가 저에게는 행운입니다. ETRI에서 쌓았던 경험을 기반으로 제가 대학에서도 같은 분야의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과 정부로부터 비교적 꾸준하게 제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에 그동안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994년 공채 1기로 GIST에 부임했습니다. 당시 광주는 과학기술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이었습니다. 또, 신설 대학이어서 실험 기자재 부족 등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요.
모든 것을 바닥에서 시작해야 했고 미래도 불투명했지만, 초창기 멤버들은 오직 열정 하나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의 GIST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GIST가 작지만 강한 대학으로 국내외에 많이 알려져 있고, 박사학위 수여자도 1,000명 넘게 배출했습니다. 제 연구실에서 공부한 졸업생들이 국내외의 뛰어난 대학, 연구소, 기업에서 인정받고 활약하는 모습을 볼 때 무엇보다 보람을 느낍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가 이룬 것이 있다면 9할은 학생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를 야구 감독에 비유하자면, 좋은 성과는 바로 선수들인 학생들이 내는 것이죠. 학생들에게 선배로서 조언과 약간의 도움을 주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공학은 홍익인간, 실사구시의 학문

공학은 지적 호기심을 탐구하는 과학과 달리 인간의 편리와 이익을 추구하는 홍익인간, 실사구시의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가 사회를 이롭게 하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공학자의 기본자세는 우리가 하는 연구가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연구 결과가 실용화에 연결되어야 비로소 공학자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대학은 단기적 성과를 추구하는 기업이나 국가적 대형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소와는 달리 일차적인 역할이 학문의 후속세대 양성으로, 연구에 있어서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기초부터 한발 한발 거북이와 같이 느린 걸음을 하지만, 결국 반환점을 돌아 목표 지점에 골인합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공학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이처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결국 연구에 있어서 왕도는 없고 목표를 세워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목표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ETRI 재직 시 초기에는 광통신 분야 연구에 참여했는데 1979년 국내 최초로 광화문-중앙 전화국간 광통신 시스템 국산화 현장시험을 위해 광화문 앞 맨홀 뚜껑을 열고 들어가 동료 연구원들과 광케이블 포설 작업을 하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실험실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현장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고 그 후로 연구 결과의 생산 현장 적응성을 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대기업에서 안주하는 것만 바라보지 말고 벤처에 도전해 보라고 권유하는데, 저도 앞으로 기회가 되면 벤처를 육성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ETRI,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

저는 GIST 퇴임 후 당분간 GIST에 남아 동료 교수, 연구원들과 레이저 전력전송, 드론 자율주행 등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또, 작년에 창업한 연구소기업((주)와이텔 포토닉스)에서도 일을 할 계획입니다. 우선, 얼마간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 계획한 일을 구상하고 그동안 소홀했었던 등산도 자주 하고, 여행도 다니고 싶은데 계획대로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ETRI, GIST 모두 설립 초창기에 참여하였기에 기억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ETRI는 청춘 시절의 열정이 넘쳐나던 저의 첫 번째 직장이었고, 해내야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구성원 모두가 연구에 몰두하던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곳입니다. 1980년대에 ETRI가 이룩한 전전자교환기, 광통신, 4M DRAM, 위성통신, CDMA 등 수많은 이정표를 세우는데 ETRI의 일원으로 일조할 수 있었던 점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때의 경험은 그 후 대학에서 제 연구생활을 뒷받침하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ETRI가 규모도 훨씬 커졌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ETRI의 동문이라는 사실에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합니다. 또, 외부에서 볼 때, ETRI는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좋은 연구 환경과 훌륭한 인적 인프라를 가지고 있습니다. 후배 연구원들께서는 그동안 선배들이 이룬 업적을 돌아보고 새로운 도전과 열정으로 ETRI의 전통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