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동문 여러분,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김길호입니다. 먼저 ETRI의 40주년을 축하합니다. 뜻 깊은 해를 맞아 ETRI가 ICT 분야의 세계 최고 연구소로 도약하는 2016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지난 25년간 반도체 안에 전자의 움직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케빈디쉬(Cavendish) 연구소 톰슨(William Thomson)에 의해 전자가 발견 된지 1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전자의 실체를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연구는 반도체에서의 양자 현상을 이용한 단전자 소자, 양자암호에 사용되는 단일광자 소자, 스핀소자, 양자컴퓨터 등 미래응용소자 분야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론적으로만 알려진 Bose-Einstein Condensation 현상(BEC : 원자들이 절대 온도 0℃에 가까워지고 임계밀도 이상이 되면 외부에서 어떠한 힘이 작용하지 않음에도 스스로 모이는 현상)을 이차원 물질의 반도체에서 구현하려는 실험적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중양자우물 반도체구조에서 일어나는 이차원 반도체 물질을 이용한 ‘고온 초전도 현상’을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양자소자, 스핀소자, 3차원 적층소자로 등의 응용 연구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래 새로운 형태의 양자소자를 구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ETRI에 있었던 15년 전, 최근 몇년 전부터 이슈로 떠오른 Wearable 컴퓨터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ETRI는 세계적인 연구소로서 IT 분야의 선도적인 연구를 해왔습니다.
삼성은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스마트폰의 핵심기술들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애플보다 늦게 스마트폰을 만들어서 스티브 잡스에게 ‘최초’라는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저는 ETRI에 있는 많은 분들이 스티브 잡스보다 더 많은 미래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스마트폰은 Wearable 컴퓨터의 연장선상에서 콘텍트 렌즈나 안경에 초대형 화면의 디스플레이어 및 카메라 기술이 접목될 것입니다. 또한 피부나 지갑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무선 통신 CPU, 소리 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기술, 몸의 움직임으로 동작되는 발전기 및 축전기, 뇌와 메모리를 연결하는 바이오 인터페이스 기술 등을 이용해 들고 다니지 않는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폰일 것입니다. 앞으로의 Wearable 컴퓨터는 또 다른 유망 분야인 스마트 자동차의 발전에 초석이 될 종합 IT 원천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에서 ETRI가 세계적으로 선두가 되는 연구소로 활약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나라 과학계를 이끌어갈 미래의 과학자는 창의력을 갖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떻게 창의력을 가질 것인가?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 높은 창의력은 K-pop, 한국드라마 등의 한류를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창의력에 창의교육이 바탕이 된다면, 이런 잠재력이 폭발할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의문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 문제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질문을 만들어 표현하며,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더 큰 흥미를 갖게 되고, 과학 뿐 아니라 인문, 예술 분야와도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창의력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학부생들의 대학 교육뿐 만 아니라 대학원 교육에서도 창의교육의 점진적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자연과학 및 공학의 경우, 오리가 알지 못하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창의력을 발휘하지 않고 모방해 논문을 쓰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처럼 창의교육은 학생들 스스로가 직접 실천하고 부딪쳐서 연구자로 성장·성숙해져가는 과정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