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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 Different,
드론으로 세상을 기록하다

조성준 블룸버그통신 서울주재 외신기자

드론이 상용화되면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분야는 촬영이다.
현재 드론스타그램(Dronestagram; 드론에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는 사이트)은
3만 명 이상의 유저들이 활동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드론 촬영계의 1세대인 조성준 사진기자를 만나
우리의 시각을 하늘로 확대시킨 드론과 빛으로 그린 그림,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게 드론은 하나의 티핑 포인트입니다."

블룸버그통신 서울주재 외신 사진기자 조성준입니다. 제가 취재한 사진들은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타임, 포춘 등 국외 언론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저는 캐논 포토 아카데미 전임강사로 드론을 사용한 항공촬영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또, 2014년에 항공촬영 에이전시 ‘드론이미지’를 설립해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과 영상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사람에 밀착해서 찍는 다큐 사진 외에 항공사진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2003년, 우연히 항공사진가 얀 베르트랑(Yann Arthus-Bertrand)이 헬기를 이용해서 찍은 ‘하늘에서 본 지구’라는 사진을 보게 됐고, 항공사진 촬영이 제 버킷리스트에 추가됐어요. 2014년 초, 드론을 접하고 막연히 갖고 있던 꿈을 실현시킬 기회라고 느꼈습니다. 마침, 드론을 직접 조립·제작하고 있는 절친한 사진작가 선배에게 5일 동안 개인 강습을 받았습니다. 그 후, 3개월 동안 새벽마다 당시에 드론 비행이 가능했던 일산의 킨텍스 부근에서 드론 비행과 촬영을 연습했습니다. 그렇게 드론의 매력에 푹 빠져서 아내의 허락을 받고, 만기된 적금으로 드론을 구입해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했죠.

"드론은 공중촬영의 패러다임을 바꿨어요."

활동반경이 제한적인 인간의 시각을 초월해 더 넓은 세상을 관망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진작가들은 근시안적인 프레임을 초월해 해방감을 맛보고 싶은 그 욕구가 좀 더 강할 수 있습니다. 19세기부터 사진가들은 열기구, 건축물, 항공기 등을 통해서 공중촬영을 시도하고, 발전시켜왔습니다. 오늘날 드론의 등장은 기존의 다른 촬영 수단들이 지니고 있던 비용, 접근성 등의 제약을 해결해주면서 고공촬영의 기회를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드론 촬영의 가장 큰 매력은 집광촬영(수직촬영)의 극대화입니다. 일반 사진이 수평적 시선이라면 드론은 수직적 시선이죠. 촬영 대상을 표현할 때 바라보는 각도 중 수직으로 내려다보는 것을 ‘직부감 앵글’이라고 하는데요. 피사체의 윗부분을 극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프레임이죠.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촬영법도 수직으로 내려다 본 뷰(View)입니다. 보통 헬기촬영이 45°에서 이루어진다면, 드론은 90°까지 꺾어서 촬영이 가능합니다.

드론 촬영의 또 다른 묘미는 상상의 여지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촬영에 앞서, 구글 어스, 다음 스카이뷰, 네어비 항공뷰 등을 통해 촬영할 장소를 파악하고, 어떤 높이에서 어떻게 뷰(View)가 나올지에 대한 구상을 충분히 합니다. 하지만 사전 시각화 준비는 어디까지나 제가 지상에서 할 수 있는 몫이고, 실제 촬영된 사진은 제 생각과 상상을 뛰어넘을 때가 많아요. 촬영을 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들이 쌓입니다.

"드론의 매력은 새처럼 날아서 벌처럼 찍는 것입니다."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들 중, 마음에 드는 몇 개를 꼽자면 우선 전남 증도에서 찍은 태평염전 사진입니다. 태평염전을 공중에서 수직으로 찍은 것은 그 사진이 처음일 거예요. 그래서인지 그 사진을 보고 많은 분들이 사진보다는 현대 미술 같다는 평을 하셨습니다. 저 역시 촬영 후에 사진을 보고, 새하얀 소금을 중심으로 펼쳐진 잿빛 작업장이 추상화처럼 표현돼서 놀랐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미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잘 반영된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올림픽 공원 촬영도 기억에 남아요. 생각지 못했는데, 찍고 나서 보니 공원의 보도블록들이 고구려 벽화처럼 표현되었습니다. 또, 취재차 몽골에 갔을 때, 광활한 초원을 드론으로 촬영했었습니다. 저는 초원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을 의도하고 촬영을 진행했는데, 마침 양과 소떼들이 그 개천을 건너 이동하면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멋있는 대자연을 포착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고공촬영을 통해서 전체를 조망해서 보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패턴이나 이미지들이 만들어집니다.

"촬영 할 때 한 순간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저는 모터가 8개 달린 대형 드론에 DSLR 카메라를 장착하고 주로 100m 상공에서 촬영 합니다.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한 컷을 찍을 때 드론의 비행시간은 10~15분입니다. 드론으로 항공촬영을 할 때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이 하늘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물체가 어떻게 흔들림 없이 선명한 사진과 영상을 촬영 할 수 있을까 인데요.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드론의 짐벌(Gimbal)입니다. 드론이 움직이더라도 카메라가 수평을 맞출 수 있도록 전후좌우 방향축에 대하여 회전을 허용하는 지지틀인 짐벌이 있어서 가능합니다.

항공촬영용 드론은 여러 개의 로터로 구성된 멀티콥터(다수의 하향 추진력을 가진 모터와 프로펠러를 가속 및 감속하여 움직임을 제어하는 무인 항공기)를 이용합니다. 비행체의 안정적인 운행을 제어하는 자이로센서가 탑재된 멀티콥터는 GPS 위성과 연결되어 있어 비행자세를 잡아주는 호버링이 가능해요. 사진가에게 최적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촬영을 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부분이 안전성과 안정성입니다. 배터리가 방전 되면 바로 추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30% 정도에서 착륙을 하는 것이 안전해요. 또 배터리는 온도의 영향을 받아서 지금처럼 추운 겨울에는 평소보다 비행시간이 짧아집니다.

"기록의 예술, 사진의 가치는 시대를 담는 것이죠."

지난 2년여 동안 드론을 이용하여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대한민국 곳곳의 모습을 사각의 프레임 안에 차곡차곡 정리해 왔습니다. 처음 드론을 시작할 때만해도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사진작가로서 제 인생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진이란 같은 것을 찍더라도 남다르게 자신만의 시각으로 표현하는 것이 관건인데, 그런 의미에서 드론이 시각의 지평을 열어준 셈이죠.

제가 살고 있는 세상, 사회의 일상을 독창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기록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한 사람이자 사진작가로서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외신기자로 일하는 특성상,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국내의 산업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데요. 이런 생생한 현장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기록물로 완성하고 싶습니다. 또 다른 꿈은, 훗날 북한에 갈 수 있게 되면 한반도의 전역을 드론으로 찍어보고 싶습니다.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6‘에서 사람을 태우는 드론, 조종기가 필요 없이 자율 비행하는 드론 등이 공개됐다고 합니다. IT와 항공공학이 융합된 드론의 세계는 앞으로도 무궁무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