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연구원을 비롯해 벤처투자전문가, 기업 마케팅담당 임원, 대학 초빙교수,
인천/황해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본부장, ETRI홀딩스 부사장을 거쳐
현재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원장으로 부임하기까지 폭 넓은 이력을 쌓은 강훈 원장.
다양한 길로 나아가면서도 그가 중심에 둔 것은
ETRI 출신 컴퓨터네트워크 엔지니어라는 자부심이다.
자신의 핵심 역량을 지키되 멀티플레이어로서 새로운 환경과 역할을 즐길 줄 아는 사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원장 강훈입니다
진흥원은 미래창조과학부 R&D 연구 성과가 효과적으로 사업화를 이룰 수 있도록 대학, 출연연, 연구자들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다양한 사업화기술과 수요기업을 직접 발굴하는 ‘직접사업화업무’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는 ETRI에서 약 6년을 근무했는데, 연구소를 떠난 뒤에 훨씬 더 ETRI의 위상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연구소를 나와 어느 곳에서 일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업무들이 ETRI와 관련돼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놀라면서 ETRI 출신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됐습니다.
벤처투자회사에서 투자업무를 진행 할 때 접하는 많은 벤처의 기술이 ETRI 기술이거나 ETRI와 연결된 기술이었습니다. 2000년도 당시에 창업하는 많은 기업들은 네트워크장비, 반도체설계, 이동통신장비 등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창업자들 중에는 ETRI 출신이 많이 있었고, ETRI의 기술을 이용한 창업도 많았습니다. ETRI 출신인 저는 기술분석을 할 때 익숙하고 또한 반가운 기술도 많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반 기업에 있을 때도 ETRI 기술을 기본으로 하는 장비를 개발하는 업무를 수행하였고, 해외투자유치를 담당하는 공무원으로 일할 때도 ETRI 기술을 중심에 두고 ICT 관련기업을 유치하는 업무를 진행했었습니다. ETRI홀딩스에 근무할 때에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으로 일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진흥원 업무 역시 많은 기술들이 ETRI 기술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것처럼 많은 융합기술의 핵심은 ICT고, ICT를 선도하는 중심에 ETRI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 역량을 갖게 된 ETRI 시절
ETRI에서 참여한 첫 번째 프로젝트는 '통신시스템연구단 광대역통신망연구부 HAN/B-ISDN'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연구원들이 통신망의 근간을 이루는 백본, 액세스, 가입자망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이 연구에 참여했던 동문들과 공동연구기업 연구원들이 우리나라 IT붐을 일으킨 원동력이 돼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가 취약했던 기술인 '초고속라우터 관련 사업’입니다. 팀을 꾸려 팀원들과 함께 연구 수행을 하며 고속 스위치, 무선LAN 등 연구결과물을 낼 수 있었습니다. 사업 종료 이전에 ETRI를 떠나게 되면서, 이 사업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ETRI 시절 초기, 유럽이 주도적이었던 ITU-T 표준화 회의에 참석해 우리나라와 일본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힘썼던 일입니다.
ETRI에서 쌓은 경력과 경험들은 제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일을 습득하는데 탄탄한 기초체력이 돼주었습니다. 자신의 주력분야를 갖고 가되, 여러 가지 길을 열어두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필요한 재교육을 잘 수행한다면 멀티플레이어로서 실력을 발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망기술을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려면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에서는 기초연구성과활용지원사업, 신산업창조프로젝트, 산학연공동연구법인지원사업까지 3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진흥원은 사업 추진을 효율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진흥원의 자체 역량을 활용한 사업화 유망기술 발굴, 지원 사업과의 연계 강화, 연구성과를 활용하는 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 등 '선순환적 체계'를 마련했습니다.
세부적으로, 미래창조과학부 R&D 연구성과 중 기술이전·사업화가 가능한 사업화 유망기술 발굴 프로세스를 재정립했습니다. 이어 자체 발굴한 유망기술을 지원 사업과 연계해 사업의 효율성 증진을 도모했습니다. 또한 진흥원 직원 역량을 강화해 자체 마케팅을 수행하면서 공급자(연구자)와 수요자(기업)의 코디네이터 역할을 강화해 공공기술의 산업계 활용을 촉진하는데도 힘쓰고 있습니다.
ETRI도 1실1기업 기술지원 등 사업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술지원이 가능한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에서 아무리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에서 활용할 환경이 못 되거나 인력이 부족하면 지원이 어렵습니다. '지원'과 '협조'는 서로의 필요성이 충족 될 때 이루어집니다. 필요한 기술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이 일차적 지원 대상입니다. 많은 중소기업이 당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애로기술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직시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기술 협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실용화의 활발한 생태계를 위하여
국내 연구 기술을 실용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 요인은 기술완성도와 연구자와 기업 간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연구자는 이정도 단계면 사업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기업은 사업화하는데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서로의 입장 차이가 존재합니다. 즉, 연구자와 기업이 바라보는 기술 완성도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것이죠.
또한 기술사업화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 설계가 중요하나 이에 대해 체계적인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R&D가 '기술 개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술사업화를 위한 후속 연구( R&BD ; 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사업화 연계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진흥원은 다양한 기술사업화 지원 사업을 통해, 기술수요자와 기술공급자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무조건적인 기술 매칭보다, 수요입장에서 해당 기술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기초·원천 R&D 연구와 투자가 연구자·공급자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술 수요자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요자인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R&D는 자칫 연구를 위한 연구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진흥원에서는 비즈니스 관점의 기술정보를 제공하는 미래기술마당, 기업과의 접점을 다양화한 기술 마케팅 채널 ‘T-Concert’, 중기청·KOTRA 등 타부처와의 협업 등을 통해 수요자 관점의 기술정보 제공 및 진흥원과 수요자 간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Tech-BM Workshop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로부터 사업화가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수립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ETRI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으로
ETRI는 ICT 분야의 미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기업이 즉각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동시에 개발해야하는 어렵고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사업화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ETRI의 문턱을 높다고 보고, 접근하기 힘든 기술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향후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ETRI의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중소기업이 조금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ETRI가 되길 바랍니다. 진흥원에서도 공공연구기관 및 대학의 공공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와 민간 TLO와의 적극적인 협력과 상호 시스템 보완을 통해 연구 생산성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어떤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 ETRI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장 앞에 두고 나아갈 것입니다. 벌써 2015년 마지막 달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더 나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