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찬 일상, 조화로운 삶
안녕하세요? 동의대 권오준 교수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그동안 전하지 못하였던 무한한 애정과 감사의 인사를 전하게 돼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직장이 대학이다 보니 아무래도 교수들이나 학생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고,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산학교류 및 학회활동 등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의 관심사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다소 무거운 화두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몇 개월째 삶과 죽음, 우주 창조, 진화론, 유신론과 무신론과 같은 내용을 다룬 책들을 두루 읽고 있습니다.
또 나이가 나이다보니 건강에 신경을 써야할 것 같아 틈틈이 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잘 하는 운동은 없고, 주로 걷거나 등산하는 정도입니다. 요즘 특히 걷는 데 관심이 많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보로 출퇴근을 하고, 교내 및 교외 산악회에 가입해 종종 등산도 다닙니다. 지난주에는 부산 갈맷길(태종대~송도해수욕장)을 걸었고, 조만간 경주에서 있을 ‘신라의 달밤 165리 걷기대회’에 참가할 계획입니다. 무박2일로 15시간에 걸쳐 66km를 걷는 코스인데 무사히 완주하고자 틈틈이 체력을 기르고 있습니다. 아주 열심히는 아니더라도 심신을 모두 건강하게 유지하여 활기차게 생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육자로서의 보람과 책임감
그동안 저는 학생들이 다양한 연구개발 경험을 통해 실무적인 인재로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지도해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3년 전부터 기업체와 함께 1년 과정의 산학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참여 학생 대부분이 매우 적극적으로 임하여 좋은 아이디어들을 내고 활기차게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고 뿌듯합니다. 또한 기업으로부터 학생들의 수행결과에 대한 칭찬을 들을 때, 그리고 그러한 결과로 제자들이 좋은 직장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한번은 30대 중반의 여교사가 단지 경력관리의 차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기 위해 제 수업을 들었는데, 제 지도를 받아 논문을 준비하면서 공부와 연구에 빠져들어 해외유학까지 가게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그 제자로부터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앞두고 연락이 왔는데, 제게 받았던 지도가 박사학위를 하게 된 동기가 됐고, 연구 접근방법 등이 도움이 됐다며 고맙다고 하더군요. 누군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큰 책임감도 느낍니다.
두 권의 책
깨달음과 보람의 ETRI 시절
입소 당시 저희 부서에서는 TDX-1A전전자교환기 개발을 완료해 필드 테스트를 진행하던 중, 이 교환기에 약간의 문제가 발견돼 이를 진단하기 위해 경기도 가평전화국으로 1주일간 출장을 가게 됐습니다. 당시 국내 모든 전화국에서는 기계식 교환기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첨단기술인 전전자교환기를 개발한 주역이니 당연히 환영을 받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현장 직원들은 우리를 반기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매우 적대시 하는 것이 었습니다. 이유를 알아보니, 기존 기계식 교환기는 고장이 나면 어디가 잘못됐는지 바로 확인해 조치할 수 있는데, 전자식은 육안으로 도무지 파악이 안 돼 모니터를 통해 경고메시지를 확인해야만 겨우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기계식 교환기를 통하여 여태껏 갈고닦은 전문기술이 하루아침에 쓸모없어지게 될 형편이니 반가울 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그분들의 상황이나 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신기술에 대한 거부감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나이가 되어서 돌이켜보니 당시 그분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고, 사회적인 가치와는 별개로 신기술에 대한 여러 입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아쉬웠던 일도 생각나는군요. TDX-10 시스템 후속버전으로 TDX-ISDN 시스템을 개발해 현장 설치를 앞두고, 기존 전화선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ADSL 시스템이 개발됨에 따라,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TDX-ISDN 시스템이 큰 빛을 보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때 개발된 세부기술들이 CDMA 이동통신 시스템 개발에 활용돼,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이동통신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부상하는 초석이 됐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ETRI에 바라는 점
제가 몸담고 있는 동의대에서는 최근 IT와 콘텐츠 분야를 통합해 ICT대학을 단과대학으로 독립시켜 특성화하였습니다. 대학에 있다 보면 때로는 교수들이 기업이나 연구소의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느끼곤 합니다. 대학 입장에서 ETRI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연구소가 인재육성 및 발굴 차원에서 교육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우선 특강 및 인턴 확대, 학연공동프로젝트 참여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특강을 통하여 연구소의 최신 연구동향을 신속하게 대학으로 전파할 수 있을 것이며, 인턴 확대를 통해 학생들에게 큰 비전을 심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희망하는 것은 학연 공동 프로젝트 참여로, ETRI 연구원이 멘토가 되어 1년 정도의 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주고 지도해줌으로써 실질적인 연구개발 경험을 쌓게 하는 것입니다. ICT 분야는 기술의 발전 속도가 무척 빠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이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ETRI의 훌륭한 전문가들을 통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인재가 길러지길 기대합니다.
ETRI 임직원 모두가 훌륭한 연구결과를 내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도 좋은 성과들을 만들어내고 있어 동문으로서 감사할 따름이며, 저 또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막론하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 대해 항상 열려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과욕을 버리고 주어진 일에 충실히
제 나이 50대 중반, 이 시점이 가장 건너가기 힘든 길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저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실직이나 파산 등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 원인을 찾아보면 과욕이 화를 부른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삶을 통하여 그동안 얻은 경험에 비추어볼 때 과욕에는 항상 그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깨닫고 충실히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제 특별한 목표나 계획보다는 그동안 추진해온 교육 프로그램을 정착시키고 발전시키는 데 힘을 쏟으려 합니다. 그동안의 연구개발 및 교육 경험을 살려 인성과 전문지식을 가진,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로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바람도 같은 맥락입니다. 앞에서 말한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되어 학생과 기업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것이 가장 큰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