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을 전해주세요.
오늘도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계시는 김흥남 원장님 이하 ETRI 임직원 여러분, 모두 안녕하십니까? 저는 1980년부터 2001년까지 ETRI 운용기술실, 데이터통신연구실, 표준연구센터와 벤처산업기술부에서 근무했던 진병문입니다.
저는 2001년 ETRI 퇴사 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입사하여 표준화본부장으로 약 12년 동안 재직하다 작년 말 정년퇴임을 했습니다.
현재는 분당에 거주하고 있으며, 순천향대학교 정보보호학과의 초빙교수로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TTA의 연구 프로젝트인 ‘IT 용어 개정‘ 및 ’표준교재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국제표준전문가 로서 ITU-T SG 17(정보보호)에서 활동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여가시간에는 운동삼아 걸어서 집 근처 도서관에 다녀오거나, 주말에는 등산을 즐깁니다. 또 텃밭에 상추, 고추, 호박, 배추 등을 심어 가꾸고 있는데 조금만 심어도 수확량이 꽤 많아 재미가 쏠쏠합니다.
Q. ETRI, TTA 재직시절 주력했던 일들과 성과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ETRI 재직시 M10CN ESS S/W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 PSTN-PSDN 연동장치 개발, IT 시험기술 개발, IT 선행표준(안) 연구 업무에 주력했습니다. 이중 연구를 통해 나온 다수의 IT 선행 표준(안)들은 TTA 단체표준으로 제정되어 IT 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며, 개발된 X.25, ISDN, ATM 시험기술들은 현 TTA 시험연구소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TTA 재직 당시에는 약 12년간을 표준화본부장으로서 IT분야 TTA 단체표준의 제정을 맡았으며, 국제표준화에 있어서는 2000년부터 약 8년간 ITU-T SG 17(정보보호) 부의장을 맡았으며, 2008년부터는 이동통신 국제표준화를 주도하는 3GPP의 PCG(프로그램 조정그룹)의 의장 및 부의장을 맡았습니다. 그동안 TTA에서 제정된 주요 표준으로는 WiBro 표준, DMB 표준, IMT-2000 표준, LTE-A 표준, 정보보호 표준, 인터넷 표준 등이 있습니다.
Q. ICT 기술표준의 중요성에 대해 고견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표준’이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 간에 정해진 약속으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ICT 분야의 기술표준은 정보통신 서비스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 반드시 정해야 하는 것으로,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에 필수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LTE-A 표준이 정해졌기 때문에 보다 빠른 속도의 휴대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DMB 표준이 정해졌기 때문에 우리가 DMB를 시청할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WiBro 표준 덕분에 언제 어디서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구개발 전주기에 있어 연구 성과의 한 부분으로서의 표준화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개발과 특허를 연결시키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Q. ETRI에 재직하며 가장 보람된 성과와 인상 깊은 추억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저는 1980년 4월 ETRI에 입소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 전전자교환기가 처음 도입된 시기로, 그때만 해도 ETRI 인원이 겨우 300명도 채 되지 않았었는데, 한꺼번에 33명이라는 많은 연구인력을 선발했지요. 입소 후 동기들은 단체로 ESS(Electronic Switching System) 교육을 약 3개월간 함께 받았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개월 간의 시간동안 동고동락하며 교육을 받아서인지 서로 매우 친해졌지요. 그때의 추억이 아직도 남아있어 지금까지도 동기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며 만나고 있습니다. 입소동기 중 일부는 이미 정년퇴임을 했고, 현재 대학교수 6명, ETRI에 3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IT기업의 CEO로 5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1980년대 중반 ETRI 데이터통신연구실에서 X.25 시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당시가 생각납니다. 며칠간 야근을 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짜고 그것을 돌려서 패킷을 서로 주고받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기쁨이 잊히지 않네요. 당시에 ETRI는 TDX 개발에 연구소 전체가 매진하는 분위기로 야근을 자주 했거든요. 야근 후 9시에 출발하는 통근버스를 타고 유성에 들러 동료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피로를 풀곤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Q. 지난 10여 년간 외부에서 바라본 ETRI는 어떤 모습인지 말씀해 주세요.
ETRI는 우리나라 ICT분야의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2천 명 이상의 핵심 연구원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TDX, DRAM, CDMA, WiBro, DMB, LTE-Advanced 개발 등 많은 연구 실적을 통해 세계 속의 연구원으로 우뚝 섰습니다. 그런데 최근 ETRI가 과거처럼 대형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또한 IT 분야 대기업 연구소들이 양적, 질적인 면에서 큰 성장을 이루어 ETRI와 경쟁할 수 있는 단계에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ETRI가 발전 전략을 잘 수립하여 시행함으로써, 현재의 명성을 유지하고 이들과의 경쟁에서도 지속적으로 우위를 점하기를 바랍니다.
또한 좋은 조직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좋은 인재이며, 따라서 인재 확보 및 인력 정예화에 보다 힘써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인력순환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 건강한 인력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하여 ETRI가 ‘세계 수준의 ICT 연구기관’이라는 명성을 공고히 해나가기를 기대합니다.
Q. ETRI 임직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또한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미국 코넬대학교 칼 필레머 교수의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을 읽었습니다. 필레머 교수가 70년 이상 인생을 산 1,000여 명의 현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한 책인데요, ‘지금껏 살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삶의 지혜와 조언을 발굴한 책이지요.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한 이야기를 들음으로 미처 몰랐던 삶의 해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저의 바람은 앞으로 몇 년간 순천향대에서 초빙교수로서 후학을 지도하면서 TTA의 국제표준 전문가로서 ITU-T SG 17에서 활동할 예정입니다. TTA의 연구프로젝트에도 일부 참여할 예정이며, 개인적인 바람은 아내와 함께 기회가 되는대로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결혼한 딸은 손주를 안겨주고, 아들은 좋은 사람을 만나 내년까지 결혼하기를 기대하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