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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6 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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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융합과 협력을 통해 이룩하는 창조적 가치

Q. ETRI 임직원들에게 인사말씀과 근황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만섭입니다. ETRI에 근무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6년이 흘렀군요. 이렇게 ETRI 선후배·동료 여러분들께 인사를 드리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동문 여러분들의 건투와 건강을 빕니다.
근래에 저는 교수들의 일상이 대개 그러하듯 교육 및 연구와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4~5년 전부터 지금까지가 아마 교수로서의 본분을 제대로 수행하면서 지내는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이전에는 교수의 본분에서 조금 벗어난 활동들이 제법 많았기에 이제야 교수로서의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ETRI를 떠나신 이후 최근까지의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ETRI를 떠나 1998년 1월 1일 부로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교수로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ICU 설립 시기에 학교의 기틀을 만드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연구 분야는 ETRI에서와 마찬가지로 광통신 분야였습니다. 학교의 설립 취지를 살려 연구 활동과 관련해 ETRI와 많은 협력을 했습니다. 이후 광통신 분야에서 레이저를 이용한 micromachining, 표면 개질 등 레이저 응용 기술 분야로 연구 분야를 넓혔고, 지금은 주로 레이저 응용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5년 전인 2009년에 ICU와 카이스트가 합병이 되었는데, 이 시기에 실무책임을 맡아 성공적으로 통합이 이루어지도록 한 것도 큰 보람으로 기억됩니다.

Q. ETRI 재직 시절 주력했던 연구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세요.

ETRI에 재직하면서 주로 했던 일은 전송 분야, 특히 광통신 분야의 기술개발이었습니다. 약 18년 동안 줄곧 한 분야의 일을 계속해온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명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특히 1980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구로전화국에서 시흥을 거쳐 안양까지 광섬유 케이블을 깔고 시스템을 설치하여 광통신을 통해 통화가 가능하도록 현장에서 케이블을 포설하고 시스템을 설치하고 시험했던 과정들이 가장 큰 추억으로 기억됩니다.

Q. ETRI 임직원 및 동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통섭(Consilience)’을 저술한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Edward Osborne Wilson)의 ‘지구의 정복자’라는 책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수많은 동물 중에서 진화 과정 중에 어떤 것들이 필연적으로 일어나 현생 인류가 존재하게 됐고, 또한 어떻게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내용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또 다른 지구의 정복자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개미입니다. 진사회성 곤충인 개미개체의 무게를 계산하면 대략 세계인의 무게를 더한 것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일부 저자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있었지만, 그동안 저 역시도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알고 싶었던 것들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접근하여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연구원들이 읽는다면 탐구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Q. 만약 ETRI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해보고 싶으신 일은 무엇인가요?

우선 초창기에는 약 2~4년 정도씩 제 전공인 광통신 이외의 다른 여러 분야의 연구를 통하여 폭넓게 다양한 지식을 쌓고 싶습니다. 이후에 그 중 가장 관심있고 흥미로운 한 분야(예를 들어 광통신 분야)를 선택해 최소 10년 이상 집중적으로 깊이 있게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밖에도 보다 나은 연구환경 구축을 위해 개선하는 노력을 해보고 싶습니다.

Q. ‘창조경제 시대’에 ETRI에 대한 기대와 당부의 말씀을 남겨주세요.

ETRI는 지난 40년 가까이 국내 정보통신분야가 오늘날과 같이 성장하는데 핵심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동안은 누군가 앞서 이룬 것을 따라가는 조금 쉬운 길을 걸어왔다면, 앞으로는 우리나라가 일류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ETRI의 역할과 기대도 달라져야 합니다. 이제는 ETRI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세계 top 수준의 연구성과들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즉 세계의 전문가들이 평가할 때, 그 분야에서는 ETRI를 빼 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ETRI 임직원들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우선 연구원 개인적으로는 하고 있는 일에 흥미를 가져야 하며, 꾸준하면서도 악착같은 근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ETRI는 몇몇이 모인 소수 집단이 아닌 거대 전문가 집단이므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의 행복과 안전을 추구하는 분야에 더욱 더 집중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거의 복잡계(complexity)와 관련된 문제들일 것입니다. 복잡계란 수많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집합체로, 그 구성요소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매우 다양한 상호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성요소들에 대한 각각의 해답을 알고 있더라도, 그 구성요소들이 합쳐져서 전체가 되었을 때 그 전체의 결과를 예측하거나 해결책을 알 수 없습니다. 앞으로 ETRI가 부딪치게 될 문제들은 이러한 복잡계에 속하며, 이러한 문제들은 개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전문가집단이 모여 힘을 합쳐야 합니다. ETRI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해 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우리나라는 각 특정 분야에 있어 전문가집단이 부족하며, 그 소수의 전문가집단들도 각각 따로 연구하고 활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저는 제가 관여하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집단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계일류의 집단을 만드는 일에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고싶습니다. 우선 ETRI와 카이스트가 함께 협력하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제가 학업을 마치고 ETRI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를 인생의 제1기, ETRI에 입소해 카이스트 은퇴까지를 제2기라고 한다면, 그 이후부터는 제3기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제3기의 인생을 뜻하는 바대로 살아가기 위해 조금씩 준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건강을 유지하며 세계를 여행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외국어도 배워볼 생각이며, 한문으로 된 우리 고서들을 원문으로 읽어보는 등 전혀 다른 분야의 공부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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