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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03 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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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들이 모여 친구가 되는 곳

여행자용 숙소를 일컫는 게스트하우스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쾌적한 환경도 장점이지만,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으며 호스트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른 게스트들과 여행이라는 공통점 아래 금세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게스트하우스 열풍은 많은 이들이 단지 잠만 자는 숙소가 아닌 여행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소통의 공간을 꿈꾸고 있다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외국인 관광객들이나, 답답한 도시를 떠나려 해도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곳이 바로 ‘한옥 게스트하우스’다. 이곳에서는 툇마루 등의 공유공간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비록 초면일지라도 바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서울 종로구에는 60여 채의 한옥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우리의 전통문화와 한옥생활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도심 속의 한옥에서 즐기는 하룻밤은 색다른 감흥을 준다. 격자문에 기대어 앉아 있노라면 아무 근심 없이 마음이 편안해진다. 처마에 걸린 빛이 가지를 뻗어 마당에 부드러운 그림자를 그려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툇마루의 나무 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사방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가 마음을 두드린다.
도심에서 느끼는 전통의 고즈넉함

삼청동과 가회동, 계동을 포함한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일대는 종로의 윗동네라 하여 북촌이라 불린다. 궁궐이 가까운데다 배산임수라는 최적의 풍수적 조건까지 갖추고 있어 조선시대 양반들의 주 거주지였는데, 이 지역의 한옥들은 대부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고풍스러운 정취가 흐른다. 100년이 넘도록 한 자리를 지켜온 고택과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운 공방, 멋스러운 가게들이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옥마을에서는 관광뿐 아니라 우리의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북촌 전통 공예 체험관이나 공방 골목에서는 자수, 옻칠, 화문석, 염색, 탁본 등 전통 공예품과 복식 유물들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다도와 서예를 비롯해 김치 담그기, 한복 입어보기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단위 여행객들의 방문이 잦다.

인근에 위치한 삼청동, 인사동, 경복궁, 창덕궁, 운현궁 등의 명소를 걸어서 둘러볼 수도 있다. 또 한옥 체험의 진수를 느끼고, 한국의 전통적인 볼거리, 먹거리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곳!
북촌 한옥마을은 누릴 것들로 가득한 곳이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소통의 공간

그렇다면 이렇듯 다채로운 얼굴을 가진 북촌을 어디부터 둘러보면 좋을까? 서울시는 북촌의 절경 8곳을 선정해 ‘북촌 8경’이라 이름 붙이고 포토스폿을 마련해 놓았다. 기와지붕 너머로 바라보는 풍경이 장관을 이루는 북촌 8경은 그야말로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곳들이다.

북촌문화센터 옆 언덕의 북촌 1경은 창덕궁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지점이다.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가면 다다르는 골목 끝의 원서동 공방길이 북촌 2경, 가회동 11번지의 북촌 3경을 지나 가회동 31번지가 내려다보이는 북촌 4경에 오르면 기와지붕이 넘실거리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북촌 5경과 6경은 가로수처럼 뻗은 한옥길 사이로 번화한 서울 시내가 한눈에 조망되어 북촌의 백미로 손꼽힌다. 마지막으로 아기자기한 골목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북촌 7경과 인왕산과 북악산이 바라다보이는 북촌 8경에서는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북촌관광안내소에서 출발하여 북촌 8경을 돌아본 뒤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코스는 이제 북촌 관광의 정석이 되었다. 이곳의 게스트하우스들은 그저 머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고 한국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문화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여행은 소통과 다름이 없다. 자연과 계절, 그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것이 여행의 본질이라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이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일이야 말로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일 것이다. 호스트와 게스트, 게스트와 게스트 사이의 도타운 정이 있는 공간!
이번 주말에는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기분 좋은 만남이 있는 도심 속의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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