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통신부품연구실 한영탁 책임연구원
ETRI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될 광원(Light Source)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광원 소자는 광을 생성함과 동시에 생성된 광에 정보(데이터)를 싣는 역할을 한다.
데이터를 변조해 전송하는 광반도체 칩인 것이다.
이 광반도체 칩은 데이터센터 내부 네트워크에 사용되는 광트랜시버의 송신부에 적용되는 중요한 부품이다.
광통신부품연구실의 한영탁 책임연구원을 찾아가 해당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계흡수변조형 광원은 통상 EML(Electro-absorption Modulated Laser)로 불려요. 광을 만들어주는 레이저인 DFB-LD(Distributed Feed-back Laser Diode)와 광을 흡수하는 변조기 EAM(Electro-absorption Modulator)로 구성됩니다.
전계흡수변조형 광원의 DFB-LD에서 CW(Continuous Wave)* 광을 생성하는데요. 생성된 광이 EAM을 통과할 때 EAM에 전계**를 인가하면 광이 EAM에서 흡수되어 광이 꺼지게 됩니다. 반대로 EAM에 전계를 인가하지 않으면 광이 투과되어 켜지게 되죠. 전계흡수에 따라 광이 꺼지거나 켜지는 방식으로 정보를 광에 변조하여 광신호를 송신할 수 있는 광반도체 칩입니다.
이번에 개발한 전계흡수변조형 광원은 일정한 광출력 세기와 단일 파장의 광을 내보내는 레이저인 DFB-LD와 고속 변조기인 EAM이 단일 집적되어 있어 직접변조 광원(DML; Directly Modulated Laser) 소자보다 고속의 장거리 통신에 유리한 장점을 가집니다.
* CW(Continuous Wave): 지속파라고도 하며 광을 실시간으로 계속 출력하는 광파다.
** 전계: Electric Field, 또는 전기신호라 한다.
기존 광원 소자의 경우 채널당 100Gbps 광신호를 전송할 수밖에 없지만, 이번에 개발한 광원 소자는 채널당 224Gbps의 초고속 광신호를 한 번에 전송할 수 있습니다. 기존 광원 소자의 변조대역폭(Modulation Bandwidth)은 38GHz에 머물러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광원 소자의 경우 25°C에서 80GHz, 70°C에서 70GHz 수준으로 변조대역폭을 대폭 증가시켰죠. 224Gbps 광신호를 70°C에서 2km 전송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어요.
또한 광원 칩에 광도파로와의 광결합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는 광모드(크기) 변환기(Spot-Size Converter; SSC)와 광원의 광출력세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모니터링 광검출기를 세계 최초로 단일 집적화했다는 점이 기존 광원과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광원 소자에 광모드 변환기를 집적하면 광도파로와의 광결합 효율이 증가해요. 그래서 고가의 고배율 렌즈 대신 저가의 저배율 렌즈를 사용할 수 있게 되죠. 더불어 광정렬이 쉬워져 광모듈 패키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요. 또 광원을 구동하는 전류를 기존 100mA에서 80mA로 낮출 수 있어서 저전력 동작이 가능해집니다. 게다가 광원 소자에 모니터링 광검출기(Photo-detector)를 집적하면 별도의 광검출기를 패키징하지 않아도 되니 패키징 비용이 절감됩니다. 저가의 광모듈을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224Gbps 광원 소자 기술을 적용하면 5GB 용량의 풀HD 영화를 1초에 5.6편을 보낼 수 있게 됩니다. 광원 소자에서 광신호의 변조를 담당하는 전계흡수변조기(EAM)의 공정 구조를 최적화했어요. 전계흡수변조기의 속도를 늘리기 위해 도파로 폭과 길이를 감소시켰어요. 동시에 칩 자체의 저항 성분을 충분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높은 소광비(Extinction Ratio)* 특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을 적용했죠.
* 소광비(Extinction Ratio, 消光比): 빛을 끄는 비율을 말한다. 광이 꺼졌을 때의 상태 값 P(t)과 광이 켜졌을 때의 상태 값 P(0)의 비로, 광이 꺼지는 상태가 0에 수렴하는 소광비일수록 광신호 변조를 완벽하게 만든다.
전계흡수변조 광원은 광변조기, 레이저 다이오드, 그리고 수동도파로 등이 하나의 작은 광원 칩 내에 정밀하게 집적되어 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직접변조 광원 소자보다 화합물 반도체 제조 공정 난이도가 매우 높은 소자죠. 이런 이유로 100Gbps 이상의 전계흡수변조형 광원 소자를 기판 성장부터 모듈 패키징까지 전 공정을 수행할 수 있는 III-V족 화합물 반도체 Fab 시설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아요.
하지만 ETRI는 보유하고 있는 화합물 반도체 장비 및 인프라 시설과 함께, 광원 소자의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는 공정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반복적인 광원 소자 공정 및 검증을 통해 이번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고속의 광신호 전송을 위해서는 전계흡수변조형 광원 소자를 모듈로 패키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특성 저하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요. 이 과정에서 고속 신호선이 연결되고 임피던스 정합회로가 구성되는데요. 여러 가지 회로적 요소들이 기생성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패키징 전후로 광원 소자의 특성이 열화되는 문제가 있었어요.
저희는 통상 패키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주파 특성 저하를 막기 위해 전계흡수변조형 광원 소자의 임피던스 정합회로를 최적화했어요. 광원 소자의 변조대역폭을 늘릴 수 있는 패키징 구조를 고안했죠. 그 결과 25°C에서 80GHz, 70°C에서 70GHz 수준을 자랑하는 높은 변조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게 됐어요.
* 광원 모듈 패키징: 광원 소자에서 출력된 광신호를 외부 광섬유 또는 광도파로로 전달하고, 광원 소자의 구동에 필요한 전기신호를 광원 소자의 전극으로 전달하기 위한 인터페이스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데이터센터 분야뿐만 아니라 5G와 6G 이동통신 분야에서 단일채널, 다채널 초고속 광송신 모듈에 적용할 수 있어요. 채널당 100G/224Gbps 기반 4채널로 구성된 400G/800Gbps 광송신 모듈과, 8채널로 구성된 800G/1.6Tbps 광모듈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업체인 ㈜엘디스에 광모드 변환기와 모니터링 광검출기기 집적된 전계흡수변조형 광원 기술을 이전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에 지속적인 기술 지원을 통해 2025년 이후에는 본 기술을 이용한 224Gbps 전계흡수변조형 광원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에 개발한 224Gbps 전계흡수변조형 광원의 변조대역폭을 90GHz 이상으로 높여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고 싶어요. 또한 224Gbps 4채널로 구성된 800Gbps 광송수신 모듈(엔진) 및 8채널로 구성된 1.6Tbps 광송수신 모듈을 추가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최근에는 3D 나노프린팅을 이용한 포토닉 와이어본딩 기술을 통해 고가의 렌즈를 이용한 광정렬 방식을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포토닉 와이어본딩 기술은 광정렬 및 광결합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Break-through 기술입니다. 광결합 효율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광모듈 패키징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더 저렴하고 효율적인 광모듈 기술을 위해 열심히 연구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