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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27

말뫼(Malmö),
지역을 넘어 전 세계의 미래를 생각하다

각 지역에는 저마다의 강점이 있다.
이 강점으로 인해 인적 자원이 더 유입되기도 하고, 지역이 더욱더 부강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역의 강점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인구가 줄고 문화 또한 쇠퇴하여, 결국 세상으로부터 잊힌 지역이 될 수도 있다.
스웨덴 말뫼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다른 신생 도시들의 본보기가 된 도시다.

말뫼, 내일을 계획하다

말뫼는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의 외레순(Öresund) 해협을 마주하는 항구 도시로, 예전부터 여러 지역으로 통할 수 있는 중요 항로였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으로 말뫼에서는 조선 기술이 발달했고, 이를 기반으로 말뫼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20세기 말, 한국이나 일본 등 다양한 국가가 조선업 강국으로 떠오르면서 말뫼의 위상이 꺾이기 시작했다. 결국 세계적 흐름에 대응하지 못한 말뫼의 조선업은 점점 쇠퇴했고, 급기야 도시의 상징이었던 코쿰스사의 크레인을 철거하기까지 이르렀다. 조선업이 쇠퇴하자 시민들은 말뫼를 떠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선 제작 작업이 멈춘 지역에서는 해양 오염 문제가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지 못했더라면, 빛나는 영광을 뒤로한 채 영영 잊혔을 수도 있었던 말뫼. 그러나 말뫼는 위기 상황을 손 놓고 지켜보지 않았다. 말뫼는 친환경 도시로 새롭게 변화하려 했고, 이를 위해 유럽 내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인 ‘SURE’와 신재생 에너지 도시 계획인 ‘RESECO’에 참여했다. 더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내일의 도시 프로젝트(City of Tomorrow)’를 실시했다.

탄소 저감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와 건축을 잇다

Bo01 지구의 건물, 옥상에 태양열 발전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Solar Collectors in Bo01, Sweden by David Huang, CC BY-SA 2.0

내일의 도시 프로젝트의 목표는 ‘지역 건물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었다. 말뫼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버려졌던 항구 내 산업단지를 Bo01 지구로 지정하고 각종 사업을 실시했다. 그렇게 ‘살다’라는 뜻의 스웨덴어 Bo와 프로젝트가 시작된 2001년을 의미하는 01이 합쳐진 Bo01은 ‘제로 에너지 타운’으로서 탈바꿈했다.

우선 말뫼는 Bo01 지구 건물의 옥상에 태양열/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에너지를 생산했다. 또한 지구 곳곳에 히트 펌프를 설치해 지하 대수층에 있는 열원을 끌어올려 에너지를 만들기도 했다. 집마다 음식물 분쇄 장치도 설치해 모인 음식물 쓰레기로 바이오 에너지 또한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Bo01은 각종 친환경 에너지로 지역 내 난방 수요의 83%를 충당했다. 이를 통해 일반 스웨덴 주택 에너지 효율의 약 25~40%까지 높였다.

해안과 면한 구역에서는 풍력 발전 터빈을 설치했다. 현재 말뫼 서쪽 해안 10km 지점에 있는 ‘릴그룬드 해상풍력발전단지’에는 높이가 115m에 달하는 풍력 터빈 48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를 통해 말뫼는 풍력 에너지 연간 발전량을 36,000 MWh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는 1만 3천 가구의 연간 전력 소비량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말뫼는 이렇게 친환경 에너지 생산 정책을 펼치면서도, 신재생 에너지 공급설비가 도시경관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련 디자인 지침(건축물 방향, 설비설치 지침, 신재생 에너지 공급설비 모듈 설정 등)을 마련했다. 이렇게 세심한 친환경 프로젝트 덕분일까. 오랜 상징이었던 코쿰스를 대체하는 ‘터닝 토르소’라는 건물이 세워져 말뫼를 더욱 빛내고 있다. ‘터닝 토르소’는 대표적인 에너지 절약 빌딩으로, 에너지 소비가 적고 수명이 긴 LED 조명으로 건물을 밝히고, 내부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는 건물이다.

친환경 에너지와 생활 공간 및 건물을 면밀하게 연결한 말뫼의 성과에서 알 수 있듯, 말뫼는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건축’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말뫼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0)까지 줄이겠다는 ‘말뫼 2023’이라는 대형 프로젝트 아래, 건설 부문에서의 새로운 ‘기후 중립 건설 프로젝트’인 LFM30을 시행 중이다. 말뫼는 해당 프로젝트의 목적을 ‘지역의 건설이 기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삼았으나, LFM30 참여에 강제성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215개 기업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말뫼는 이들과 함께 건축 설계부터 자재 선정 및 조달, 건물 운영 및 유지보수까지 건축 전 과정의 혁신을 통해 탄소 감축을 꾀하고 있다.

말뫼가 말하는 ‘지역 발전’의 의미

말뫼의 상징 ‘터닝 토르소’ / 출처 : Shutterstock

말뫼의 오랜 노력으로 다시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말뫼는 이제 더 이상 쇠퇴하는 도시가 아니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송도를 포함한 세계 곳곳의 도시들이 모델로 삼을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더 나은 도시가 되기 위한 말뫼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말뫼가 2021년에 발표한 행정 보고서에 의하면, 말뫼는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일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재생을 넘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곳까지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도시를 개발하겠다는 말뫼를 보고 있자니, 우리는 어떤 태도로 ‘지역 개발’을 대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런 마음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말뫼는 앞으로 얼마나 더 다채롭고 효율적인 미래 도시 계획을 선보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