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Vol.223
영국의 수도 런던(London)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춘 도시다.
이곳 런던의 인구는 2022년 기준 약 950만 명이었고,
2030년까지 1,000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증가로 인해 시민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행정 처리 비용이 약 20억 파운드(3조 원)가 소요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런던은 이러한 문제들을 스마트 시티*를 구현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다.
* 스마트 시티: 정보통신기술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자원과 자율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도시
런던 스마트 시티 계획의 역사는 2013년부터 시작된다. 런던은 정부의 도시 개발 정책을 기반으로 한 도시 개발 계획인 ‘런던 플랜(London Plan)’을 정기적으로 마련한다. 2013년에는 스마트 시티로의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런던 플랜을 기반으로 ‘스마트 런던 플랜(Smart London Plan)’을 수립했다. 신기술로 대기오염·기후변화·주거·교통 등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 목표다. 해당 계획은 2016년에 개정되었다.
현재 런던에서 추진 중인 스마트 시티 계획은 2018년 발표된 ‘스마트 런던 투게더(Smart London Together)’다. 이는 기존의 스마트 런던 플랜을 더욱 구체화한 도시 개발 계획이다. 협력·연결·반응이 뛰어난 도시이자 시민들의 요구에 부흥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 각종 디지털을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런던은 2021년, 스마트 런던 투게더를 다시 한번 정비하며 2024년까지 ‘런던이 수행해야 하는 스마트 시티 개발 계획’ 6가지를 설정했다. 해당 방향은 ▲디지털 접근성 증대 ▲도시 정보 플랫폼 구축 ▲혁신(신흥) 기술을 위한 규범 제정 ▲환경을 위한 녹색 기술 확장 ▲기술 업계 간 장벽 없는 협업 추진 ▲시민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다.
디지털 접근성 증대(Digital Access for all) 계획은 디지털 기술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시민들에게 온라인 접속 기술과 연결 장치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런던은 기술 및 혁신 전문 기관인 LOTI(London Office of Technology and Innovation)를 통해 ‘디지털 소외 지도’를 구축했다. 디지털 소외 정도를 지역별·유형별로 파악할 수 있는 도구다.
이를 기반으로 런던은 장치 제공(Providing devices)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더욱 소외된 디지털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기업이나 조직에서 폐기한 IT 장비를 회수, 이를 정비해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런던은 기업들에게 보안 및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지침을 제공하여, 그들이 쉽게 기기 재활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연결된 런던(Connected London)’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런던에는 ‘not-spots’라고 불리는 데이터 연결이 불가능한 지역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지하철이다. 그동안 세계 최초의 지하철로서 플랫폼과 열차에 통신 인프라를 도입하기 쉽지 않았으나, 런던은 4개 주요 통신사(Three Mobile, EE, Vodafone, VMO2)와 협업하여 지하철 전체에 고속 통신망을 설치하고 있다. 2024년 말까지 모든 지하철과 플랫폼에서 4G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런던은 녹색 기술*을 확장(Scaling Green Tech)하는 스마트 시티 계획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공유 도시(Sharing city) 프로젝트로, 시민에게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과 공유 시설을 제공하고 그들과 함께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그리니치 자치구에서 2021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리니치에는 다양한 녹색 기술이 적용됐다. 우선 시정부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재생 에너지를 생산했다. 그리니치 에너지 히어로(Greenwich Energy Hero)를 도입해 시민들에게 에너지 수요·공급현황을 알려주기도 했다. 시민들이 이를 참고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보상으로 바우처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한 교통 체증·대기 오염을 방지하고자 시민들이 한 달 동안 전기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제도도 도입했다.
통합 시스템에 연결된 LED 조명을 설치해 전기 사용량도 줄였다. 전기자동차(eV) 충전 시설 등을 설치해 전기 자동차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했다. 또한 도로에 적외선 센서를 설치하고,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스마트 가로등도 도입했다. 이렇게 수집·분석된 데이터는 다른 정책을 준비할 때나, 시민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사용됐다. 대표적인 예시인 스마트 파킹 시스템은 사용자에게 적절한 주차 공간을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동시에 교통 체증과 대기 오염 등을 방지할 수 있는 솔루션이기도 하다.
* 녹색기술 : 기후변화와 에너지 및 자원 고갈에 대처하기 위해, 오염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및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친환경 기술
런던은 도시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공개하는 ‘도시 정보 플랫폼(city data platform)’에 지속적으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있다. 도시 데이터를 합법적이고 윤리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대표적인 플랫폼인 ‘런던 데이터스토어(London datastore)’는 시민·기업·개발자 누구든지 사용 가능한 무료 개방형 데이터 공유 포털이다. 데이터들은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2020년 기준 6,000개 이상의 데이터 셋이 마련되어 있으며, 해당 서비스는 매달 약 60,000명이 사용 중이다.
정보들은 ‘주요 도시 데이터 서비스(Key city data services)’ 프로젝트를 통해 지도 형태로 시각화되어 제공되기도 한다. 런던 전역의 대기 질, 문화 인프라 지도, 전기차 인프라 지도, 태양광 패널 설치 시 유용한 일조량 추적 지도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서비스 사용자들은 이를 통해 복잡한 정보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지금껏 소개한 영국의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성과들은 세계가 주목할 만큼 매우 효과적이고 실용적인 스마트 시티 솔루션이다. 런던은 어떻게 이러한 효과적인 스마트 시티 솔루션을 개발하고 시행할 수 있었을까.
런던이 처음부터 ‘시민을 위한 스마트 시티’를 주요 목적으로 설정하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런던은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를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기업 관계자와 학자 등 디지털 혁신 전문가들에게 추진을 요청했다. 동시에 런던은 도시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언제든지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런던 토크(London Talk)를 마련해,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 덕분에 일상과 동떨어진 기술이 아닌 시민의 삶과 매우 밀접한 기술을 갖춘 스마트 시티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스마트 시티 계획의 ‘연속성’이다. 런던 스마트 시티는 정치적 결이 완전히 다른 지도자의 집권에도, 꾸준히 올바른 방향으로 개발되어 왔다. 이는 지도자들이 스마트 시티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그들이 도시를 살아갈 시민들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시민에 의한 동시에 시민을 위한 스마트 시티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는 런던. 이런 런던이 또 새롭게 선사할 스마트 시티 기술은 무엇일까. 현재 프로젝트들이 마무리될 2024년에는 또 어떤 놀라운 계획을 선보일까. 그들이 다시 한번 선보일 ‘시민을 위한 스마트 시티’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