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Vol.221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전자기파가 있다.
바로 1초에 1조 번 진동하는 전자기파인 테라헤르츠파다.
테라헤르츠파는 2004년 MIT가 선정한 10대 신기술,
2005년 일본 정부가 개발할 10대 근간 기술로 선정된 뒤 꾸준히 연구됐다.
그들은 왜 테라헤르츠파에 주목했을까?
일명 ‘꿈의 주파수’라고 불리는 테라헤르츠파에 대해 알아보자.
통신용 전파와 태양에서 내리쬐는 빛은 본질적으로 같다. 이들 모두 전기적인 파동, 즉 전자기파다. 전자기파는 주파수 대역에 따라 라디오파, 마이크로파, 광파로 나뉜다. 라디오파와 마이크로파는 라디오 등에 이용되는 낮은 주파수* 대의 전자기파다. 광파(빛)는 의료 영상과 천문학 등에 사용되는 높은 주파수대의 전자기파다.
지금까지 전자통신공학자들은 더 높은 통신용 주파수대를 발굴했고, 광공학자들은 더 낮은 주파수대의 빛을 탐구했다. 그러나 그들도 알 수 없었던 영역이 있었다. 바로 ‘테라헤르츠파’ 구간이다. 테라헤르츠파는 통신용 주파수 중에서도 진동수가 가장 많은 5G용 주파수보다 1,000배 빠르게, 광파 중에서도 진동수가 가장 적은 적외선보다 100배 느리게 진동한다. 말 그대로 빛과 통신용 전파의 중간 영역에 속한 전자기파다.
초기의 테라헤르츠파에 대한 연구는 1920년대부터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는 천문관측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테라헤르츠파를 본격적으로 연구·개발한 지는 20~30년에 지나지 않는다. 테라헤르츠파가 가진 ‘물에 쉽게 흡수되는 성질’ 때문이었다. 물은 공기 중에도 존재하기에 과거 기술로는 테라헤르츠파를 일상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 주파수: 단위 시간당 전자기파의 진동 횟수. 주파수가 높다는 것은 단위 시간 내에 진동하는 횟수가 많다는 의미다.
물론 현재는 테라헤르츠파를 발생시키고, 이를 이용해 물질을 검출하는 연구실용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되는 중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여기서 연구를 그치지 않고, 테라헤르츠파 기술이 일상에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를 정진하고 있다. 그들의 노력으로 테라헤르츠파의 특징을 십분 활용한 기술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라헤르츠파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테라헤르츠파는 천이나 박스 같은 불투명한 물체를 투과하고, 금속을 만나면 반사된다. 생체 조직이나 DNA 등에 손상을 입히기에는 에너지가 낮아 신체에도 안전하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해 출국장에서 사람에게 직접 사용할 수 없는 엑스레이를 대신해 테라헤르츠파로 보안 검색을 할 수 있다.
테라헤르츠파는 겉보기엔 동일하지만 성분은 다른 물체들을 손쉽게 구분할 수 있다. 물질마다 테라헤르츠파의 양을 다르게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하면 된다. 밀가루와 흰색 마약을 예로 들어보겠다. 육안으로는 두 물질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테라헤르츠파를 촬영하는 카메라에서는 두 물질이 서로 다른 색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테라헤르츠파를 통해 물질의 성분을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다.
또한 테라헤르츠파는 수분에 쉽게 흡수된다. 수분에 취약한 테라헤르츠파의 약점을 역으로 이용하면, 검사 대상의 수분량을 확인할 수 있다. 식품 공장 등에서 다른 수분량을 가진 제품을 찾아내는 등 품질 검사에 적용할 수 있다. 의료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암세포는 일반 세포보다 수분을 많이 함유해, 테라헤르츠파로 이미지를 촬영하면 암 세포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테라헤르츠파는 그동안 ‘꿈의 주파수’로 불렸다. 기존 무선통신용 주파수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마약이나 유해가스 탐지에 활용할 수 있으며, 의료용 진단기술로도 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넓은 활용성을 가진 테라헤르츠파 기술을 일상에서 접할 날이 머지않았다. 새로운 테라헤르츠파의 등장으로 우리 삶이 얼마나 편리하게 바뀔까? 그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