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화갈륨 전력소자 국산화에 성공하다
ETRI 연구진이 순수 국내 기술로 차세대 반도체 핵심 소자로 손꼽히는 질화칼륨(GaN) 전력 소자 개발을 성공했다.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TRI가 세계적인 수준의 ‘S-대역 300와트(W)급 질화갈륨 전력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2-4GHz 주파수 대역을 의미하는 S-대역은 주로 레이더 장비와 같은 곳에서 흔히 쓰이며, 민간에서는 5G 이동통신, 와이파이, 블루투스 통신 등에 활용된다.
질화갈륨은 통상적으로 반도체 소자로 쓰이는 실리콘(Si)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항복전압으로 고전압 동작에 유리하다. 또한 스위칭 속도도 매우 빨라 별도의 에너지 저장 공간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에 고전압 전력 반도체에 적합하며 갈륨비소(GaAs) 대비 7배 이상의 높은 전력밀도 및 전력효율을 얻을 수 있어 통신시스템 효율 개선과 소형화에도 부합하다.
또한 고출력을 필요로 하는 군사용 레이더나 고주파용 통신시스템, 전기자동차용 전력 시스템 등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질화갈륨은 향후 산업적, 군사적 활용도가 높은 차세대 반도체 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ETRI가 개발한 기술은 미국과 일본에서 보유하고 있는 군용 전투기 핵심 기술인 에이사(AESA) 레이더용 질화갈륨 집적회로(MMIC)에도 적용할 수 있어 국방 분야 국산화와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의 국가에서 질화갈륨 전력 소자 부문 기술 개발을 선도해 왔다. 군사적 활용이 높은 기술의 특성상 소자의 구매와 활용, 처리 등에 제한이 많았기 때문이다. ETRI는 고출력과 고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질화갈륨 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HEMT) 구조를 설계해 세계적인 수준의 질화갈륨 전력 소자 기술을 개발해냈다.
연구진은 개발된 전력 소자 칩을 패키징하여 출력전력 300W, 전력밀도 10W/mm 이상의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 성능을 검증했다. 이는 기존 약 8.4W/mm 수준의 상용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 성능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번 기술개발은 설계부터 공정과 측정, 패키징까지 모두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연구진이 국내 기술력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질화갈륨 전력 소자 기술 개발을 이루어냄으로써 반도체 소제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ETRI는 25년 이상 화합물반도체를 연구해온 인적, 물적 노하우와 반도체 전력 소자를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장비 및 시설이 바탕이 되어 이번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질화갈륨 전력소자 시장도 전망이 밝다. 시장조사기관인 욜 디벨롭먼트에 따르면, 작년 1억2천만 불 시장에서 연평균 59%씩 성장해 2027년에는 관련 시장 규모가 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질화갈륨 반도체 소자의 출력을 강화하는 한편, 5G 28GHz 대역의 주파수로의 확장을 위한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아울러 국방 레이더·통신, 6G 차세대 이동통신 등 반도체 핵심부품의 국산화 및 일본의 주요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질화갈륨 기반 집적회로 개발 연구도 고도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