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78 June 2021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세 명의 연구자들이 선정되었다.
노벨위원회는 그들이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휴대폰과 노트북 등 무선 전자 장치의 기반을 마련하고
전기 자동차 등 전력을 공급하고 저장하는 것까지 모든 영역에 사용되고 있다며 수상의 타당성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차전지는 무엇이고, 리튬이온 배터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차전지란 쉽게 말해 한번 사용한 후에도 충전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 전지를 말한다. 이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전해질과 분리막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원리로 작동한다. 방전할 때는 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충전할 때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며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것이다.
이때 양극은 이온을 방출하는 역할을, 음극은 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하며, 마지막으로 전해질은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차전지는 양극과 음극, 분리막과 전해질에 사용되는 물질에 따라 납축, 니켈, 리튬전지 등으로 구분된다. 1900년대 발명된 최초의 이차전지는 주로 납축을 쓰다가 이후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 1950년대에는 니켈 전지가 상용화되었다. 이어 1990년대에는 이온 상태의 리튬을 사용해 이차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리튬이온 배터리가 상용화되면서 이차전지 시장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이차전지 가운데 가장 성능이 우수하다. 그동안 가장 많이 사용되던 납축전지와 비교했을 때 충·방전 수명이 길고, 높은 전압·출력을 가지고 있어 소형화와 경량화에 유리하다. 이 때문에 핸드폰, 노트북 PC, 전동공구 등 부피와 무게에 제한이 있는 휴대용 제품에는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되고 있다.
더불어 기존 납축전지의 경우 납이나 황산 등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는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유리하다. 더불어 탄소 배출 규제와 화석연료 고갈에 따른 우려 때문에 전기자동차에 관심이 커지면서, 리튬이온 배터리가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일본이 세계 이차전지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기업과 중국 기업 등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환경 조사 전문 기업인 SNE Research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꾸준하게 성장해 지금의 4배에 가까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이차전지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리튬이온 배터리에도 단점이 존재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이온 상태의 리튬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할 때 나타나는 화학적 반응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때 리튬이 이동할 수 있는 이동통로 역할을 해주는 전해질에 외부의 충격이나 높은 온도가 가해졌을 때 폭발 등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불에 잘 타는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또한 액체 상태의 전해질은 외부의 충격에 의한 누설의 위험이 높아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전해질을 고체로 바꾸면 온도 변화나 외부의 충격에 의한 위험성을 낮추면서도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지만, 소재에 따라 공정이 어려워지거나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는 등 한계가 있었다.
이에 국내 연구진이 유기물과 무기물 소재를 섞어 안전하면서도 높은 효율을 가지는 하이브리드 전해질을 개발했다. 단일한 소재로 전해질을 만들었을 때 나타나는 단점을 극복하면서도 우수한 성능을 가진 전해질을 개발한 것이다.
ETRI 연구진은 ‘이온 저항층’이 전지의 성능을 결정하는 이온전도도를 낮추는 원인임을 밝혀내고, 반도제 공정에 활용되는 ‘건식 식각법’을 활용해 전해질의 손상 없이 이온 저항층을 제거해냈다.
실제 연구진은 이온 저항층이 제거된 고체 전해질 입자를 기반으로 하이브리드 전해질을 제조해냈고, 이 하이브리드 전해질의 이온전도도가 기존 전해질에 비해 2배 향상되었음을 확인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제조된 전지의 효율이 3배 이상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ETRI의 하이브리드 전해질 기술은 제조 공정도 간단하고 기존 이차전지 설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대량 생산에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단일 소재 전해질 위주로 개발이 이뤄졌던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하이브리드 전해질’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