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73 april 2021
제4차 산업혁명의 묘미 중 하나는 융합이다. 동떨어져 보이던 기술들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은 IoT,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에 접목되며 무섭게 세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전파기술 역시 인공지능과의 융합으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전파기술의 주요 분야인 스펙트럼 공유, 불법 전파 탐지, 레이다 탐지,
전파 의료영상을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전파기술의 융합 가능성과 그 미래를 그려보자.
스펙트럼 공유는 동일 주파수를 다수의 이용자가 기존의 주 사용자를 보호하면서 동적으로 공유하여 이용하는 기술이다. 스펙트럼 공유 기술은 오늘날 무선 데이터 통신량의 폭발적인 증가에 대응해 스펙트럼 사용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동일한 주파수를 서로 다른 시간에 이용하거나 지리적으로 충분히 떨어진 거리에서 재사용하거나 간섭이 발생하지 않는 공간에서 재사용함으로써 스펙트럼을 공유하게 된다.
스펙트럼 공유의 주요 기술로는 동적 스펙트럼 접속과 스펙트럼 센싱이 있다. 동적 스펙트럼 접속은 사용자 간 충돌을 최소화하며 가용 스펙트럼을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다. 스펙트럼 센싱은 스펙트럼을 측정하여 채널 이용 여부나 채널 사용자를 식별하는 기술이다. 사용자가 이용하려는 주파수의 사용 여부를 지속해서 감지하여 간섭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식이다.
AI는 스펙트럼 센싱, 그중에서도 협력 스펙트럼 센싱(Cooperative Spectrum Sensing, 이하 CSS) 기술에 접목되어 스펙트럼 공유 효율성을 향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CSS 기술은 다수의 사용자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스펙트럼을 공유할 경우 비협력 센싱보다 높은 신뢰도로 주 사용자의 스펙트럼 점유 여부를 판별한다. 즉, CSS 기술의 핵심은 분류작업이다.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 자원은 일반적으로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매 시점 분산적으로 스펙트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어느 채널을 감지하고 접속할지 결정하는 것이 CSS 기술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사용자로부터 수집된 센싱 정보를 가용과 비가용 채널로 분류하는 작업을 OR/AND rule1)기반으로 진행해왔다. 즉, 여러 사용자가 융합 장치(fusion center)로 센싱 결과를 보내면 융합 장치에서 채널 점유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다. 이 작업에 AI를 접목하면 측정되는 에너지 데이터 처리, 분류를 위한 신경망 구축 등 정확한 주파수 가용 여부를 탐지할 수 있다. 이로써 기존 방식보다 신뢰할 만한 결정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동화된 공유 조정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 OR rule
한 사용자 이상이 채널 점유 센싱 결과를 보내면 점유라 판단
1) AND rule
모든 사용자가 채널 점유 센싱 결과를 보냈을 때 점유라 판단
지금 같은 무선 기반 초연결 사회에서, 전파교란 행위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전파는 법으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는데 간혹 허가받지 않은 주파수를 사용하거나 의도적으로 전파 간 간섭을 시도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이를 조기에 발견하여 간섭을 차단하거나 불법 전파를 관리하기 위해선 전파를 탐지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불법 전파를 탐지하는 기본 원리는 대상 신호를 다양한 측변에서 분석하여 차이점을 알아내는 것이다. 전파 탐지에 많이 사용되는 방식 중 하나는 변조 방식을 통해 구별하는 것으로, 기존에는 각각의 변조 신호가 가진 인자의 분포 특성을 이용했으나 최근에는 주로 신호 전력, 페이즈, 스펙트럼 대칭성 등의 고유 특징을 이용하고 있다. 초기 자동 변조 분류 기술은 군사적 목적의 감시를 위해 개발되었으나, 점차 민간 영역으로 확대되어 적용되고 있다.
전파 감시나 전파 탐지 분야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주된 이유는 AI 기술을 접목하면 분석뿐 아니라 예측 및 식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즉, 이미 보유하고 있는 신호 데이터를 토대로 임의 신호를 식별해 내거나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고정형 전파 감시 장비로는 커버할 수 없는 전파 감시 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고 IoT 등 소출력 기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동형, 핸디형 시스템을 활용한 전파 감시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또한, 전파 탐지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드론, 저궤도 위성 등 다양한 형태의 시스템이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다면 전파 감시 기술이 크게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드론의 경우 기동성이 우수해 시스템에 대한 안정성과 정확한 신호 분석 기능만 확보된다면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도심 지역이나 도서 지역 등에서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초광대역 신호, 소출력 기기, IoT 기기 간 전파 혼·간섭을 탐지하는 기술이 미비하여 안전사고 예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AI 기반 전파 탐지 기술을 활용하면 주파수 이용현황 분석 및 주파수 공동사용 가능성 판단, 생활·산업용 비면허 기기 실태 분석 등 효과적인 전파 혼·간섭 탐지가 가능해진다. 이처럼 AI 기반 불법 전파 탐지 기술은 복잡한 무선 환경에서 신호 간 간섭으로부터 발생하는 손실을 줄이고 깨끗한 전파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레이다 기술은 19세기 말 하인리히 헤르츠의 실험으로 기본 원리가 밝혀진 이후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레이다는 전파를 사용하여 목표물의 거리, 방향, 각도 및 속도를 측정하는 감지 시스템이다. 레이다 기술은 제2차 세계대전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적군 전투기를 탐지하는 데에 레이다 망이 요긴하게 사용되면서 군용 레이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군사 목적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 직접 도움을 주는 레이다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구름의 상태를 관측하여 강우와 강도를 추정하거나 심해 수심을 측정하는 등 레이다는 기상, 탐사, 보안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레이다를 이용해 자동차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과 자동차 자율 주행을 위한 필수 센서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AI 기술 중 하나인 CNN 기술2)과 레이다의 융합은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다 탐지 신호는 광학 신호와 달라 사람이 레이다 영상을 직접 해석하기 어렵다. 특히 구분하고자 하는 물체의 종류가 다양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CNN 기술을 이용하면 레이다 영상의 인식 성능이 크게 향상되어 물체의 종류를 구분하거나 사람의 동작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즉, 레이다를 이용해 사람의 동작이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비접촉식 센서 기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의미이다. 물론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레이다가 물체의 외관을 추출하는 성능은 떨어지지만, 이 점이 오히려 사생활을 보호해주는 장점이 될 수 있다. 또한, 카메라로는 측정하기 어려운 호흡이나 심박수를 측정할 수도 있어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벌써 큰 우려를 낳고 있는 불법 드론 문제 해결책으로 AI 기술이 접목된 레이다 망이 주목받고 있다. 불법 드론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드론의 종류를 구분해야 하는데, 이는 현 레이다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드론은 전투기보다 훨씬 민첩한 데다가 미약한 신호를 뿜어 궤적과 방향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이다에 AI 기술이 접목되면 먼 거리에서도 정확한 구분이 가능해져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CNN)
딥 러닝에서 선형 연산을 활용하여 시각 이미지를 분석하는 인공 신경망
전파는 의료분야에서도 응용되고 있다. 국내 영상진단 분야는 유방암 진단을 위한 마이크로파 단층촬영 장치를 개발해 KFDA와 IRB 승인하에 실험 임상까지 진행되었다. 치료 분야에서는 퇴행성 질환과 암 치료를 위한 전파 열 집중 원천기술 연구가 수행되었다. 현재는 전파 의료영상으로 접속을 유도하는 원천기술과 치료 중에 체내 열 변화를 영상 모니터링 하는 원천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파 의료영상에 AI 기술을 접목하여 바이오 신호 딥러닝 기반으로 환자 저혈압 현상 발생을 예측하는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였다. 서울대 마취통증의학과가 개발한 이 기술은 최소 15분 전에 저혈압 발생 예측이 가능해 신속한 사전조치가 가능하다.
또한, 서울대학교병원 병리학과 연구연합체는 현미경 수준의 이미지를 디지털화하고 AI 기술로 세포 레벨에서 암세포를 분리·판독하는 디지털 병리학 기술을 개발하여 진단에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 기술로 700만 건의 조직 검사에서 3만 건의 암판정을 내려 병리학 전문의의 과중한 업무를 줄이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전파 의료영상과 AI의 만남은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유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전파기술과 AI가 융합된 미래를 그려보았다. 어느 분야든 AI와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ETRI 역시 앞장서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전파·위성연구본부는 주파수 분배 지능화 연구를 수행하고 전파와 AI 융합 기술 확산을 위한 스펙트럼챌린지 대회를 개최하는 등 AI 전파기술 개발을 위한 실행에 나섰다. 이러한 연구진의 노력이 산업요구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믿을만한 AI 서비스 개발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본 내용은 전자통신동향분석 35권 5호를 참고, 재구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