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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1 March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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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감이 더해진 더욱 생생한 디지털 세계,
햅틱 기술로 만들어 나갑니다!

휴먼증강연구실 윤성률 책임연구원

온라인 쇼핑을 하면서 기기 너머로 옷의 질감을 느낄 수 있고
용도에 따라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물리적 형상이 자유자재로 바뀐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은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빛을 이용해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꿈같은 미래에 한 발 더 다가선 휴먼증강연구실 윤성률 책임연구원을 만나보았다.

휴먼증강연구실 윤성률 책임연구원1

햅틱 기술이란 무엇인가요?
Haptic technology

햅틱 기술이란 디스플레이 등 기기와 접촉 시 사람의 촉감을 자극해 실제로 뭔가를 만지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기기와 접촉했을 때 자극을 통해 실감을 전달하는 기술이 가장 일반적인 햅틱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대면과 가상·증강현실이 추세인 만큼 실제로는 기기나 인터페이스에 접촉하지 않는 가상환경에서 실제로 기기를 다루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햅틱 기술 연구가 활발합니다. 해당 기술은 교육, 군사, 의료,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가상훈련에 주로 사용되는 기술입니다.

그 외에도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 technology)이 있습니다. 의사의 동작에 따라 로봇이 원격으로 수술을 할 때 로봇이 접촉하고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수술환경을 의사에게 촉감과 힘의 형태로 전달하여 실감을 느끼도록 하는 기술인데요. 아시다시피 수술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굉장히 정밀한 작업이므로, 로봇을 이용한 원격 수술에도 의사가 직접 수술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겠죠. 이처럼 의사가 동작을 취할 때마다 직관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햅틱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에트리가 개발한 터치스크린 기술 설명사진

빛을 이용해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
more delicate

화면을 누를 때 진동으로 반응하는 햅틱 피드백은 매우 보편화된 기술입니다. 그러나 진동으로 형상을 전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자판의 ‘a’ 키를 눌렀을 때 키가 눌렸는지 여부가 아닌 ‘a’글자의 모양을 진동으로 느끼기는 어렵죠. 이는 현재 햅틱 기술이 모터 하나로 진동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화면 아래에 모터를 여러 개 넣을 수가 없어 화면의 어느 곳을 누르든 기기 전체에 같은 진동이 퍼지도록 설계되어 있는 거죠.

저희 팀이 개발한 필름형 촉감 생성 기술은 위치에 따라 다양한 진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광-열 변환층과 열-탄성 변환층으로 이루어진 특수 필름과 아래에 있는 소형 LED로 구성되는데요. LED를 켜면 빛을 흡수한 특수 필름이 가열되어 팽창하고 LED를 끄면 냉각되면서 복원되는 원리입니다. 팽창과 복원을 1초에 수백 번 반복하면 특수 필름 표면에서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진동이 만들어지는 거죠. 필름을 여러 작은 구역으로 나누어 LED를 하나씩 배치하면 구역마다 다른 진동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전에도 빛을 이용하여 촉감을 만들어낸 기술이 있었습니다. 순간적인 레이저 빔을 피부나 장갑에 쏘아 충격파로 촉감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었죠. 그러나 레이저는 장비 크기와 소비전력이 커서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워낙 고가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저희가 개발한 기술은 소비전력과 크기가 작고 가볍기까지 합니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기술이죠. 특히, 큰 장비가 필요 없기 때문에 상용화가 쉬운 기술입니다.

휴먼증강연구실 윤성률 책임연구원2

기술개발 계기와 기대효과는?
motive

최근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은 휴대성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폴더블폰, 스마트 와치 등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휴대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가볍고 얇으며 유연한 구조를 지닌 텍스타일이나 피부에 부착한 형태로 스마트폰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2008년에 노키아는 상황에 따라 모양이 바뀌는 휴대폰 ‘모프(morph)’의 컨셉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마음대로 접을 수 있고 둘둘 말아 팔찌처럼 팔에 찰 수도 있다는 컨셉을 지닌 휴대폰이었죠.

노키아가 제시한 컨셉은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구동 하드웨어, 카메라 등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모든 핵심 소자들이 매우 얇고 늘어나도 성능 유지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재 기술은 늘어날 수 있는 전자소자의 개념 및 가능성을 제시하는 기초단계라고 볼 수 있죠. 햅틱 기술 측면에서 생각해도 사용자 입력정보를 감지하는 센서와 촉감을 제공하는 터치스크린이 피부와 같은 유연함과 신축성을 가지면서도 촉감을 특정 영역에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스마트폰은 딱딱한 모터 하나를 사용하여 영역 구분 없이 진동을 전달하는 형태입니다. 전기신호로 유연한 소재를 변형해서 특정 영역에 촉감을 전달하는 기술은 구현 가능성이 확인된 바 있지만 복잡한 전극 패턴 공정, 출력 및 전력 소모 측면에서 기술적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이에 반해, 저희 연구실이 개발한 필름형 촉감 생성 기술은 가격이 저렴하고 전력소모가 낮은 소형 LED 어레이의 빛 신호를 이용하여 복잡한 전기회로 없이도 위치에 따라 다양한 진동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기술을 계속 발전해나간다면 미래 전자기기용 인터페이스로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추상적 이미지

향후 연구 방향은?Direction of Study

저희 연구실이 장기적으로 개발하려는 기술은 ‘탠저블 유저 인터페이스(Tangible User Interface)’입니다. 입체적인 형상과 질감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 탠저블 유저 인터페이스를 조금 더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자동차 대시보드에 있는 내비게이션을 조작하려면 시선을 돌려 버튼을 찾아야 합니다. 자연히 주의가 분산될 수밖에 없죠.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구요. 그러나 탠저블 유저 인터페이스가 도입되면 모든 기능이 패드 하나로 조작 가능해집니다. 패드는 하나지만 에어컨을 틀고 싶으면 에어컨 조작장치로, 오디오 볼륨을 크게 하고 싶으면 오디오 조작장치로 변하게 되는 거죠. 즉, 탠저블 유저 인터페이스는 원하는 목적에 따라 인터페이스의 물리적인 형상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디스플레이는 시각 정보에 집중되어있습니다. 그 외 정보는 사용자 상상에 맡겨야 했죠. 그러나 탠저블 유저 인터페이스는 시각적인 정보를 넘어 고차원적인 촉감 정보까지 전달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디스플레이를 통해 평면적인 시각정보만 전달받을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시각정보와 함께 물체의 물리적 형상과 질감까지 융합하여 느낄 수 있게 되는 거죠.

지금까지는 진동이라는 단순한 형태를 통해 제한적인 정보를 사람에게 전달했다면, 앞으로는 디지털 기기가 구현한 입체적인 형상을 통해 훨씬 더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정보 범위가 크게 확장될 것이라고 봅니다.

터치기술 테스트 이미지

MIT Tangible Media Group에서 선보인 형태 변형 인터페이스 ⓒ https://tangible.media.mit.edu/project/materiable/

그뿐만 아니라, 이 기술을 통해 시각장애인 등 정보 획득 취약 계층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시각장애인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어 산이 어떤 개념인지는 알고 있지만, 시각적 정보가 없다 보니 이를 형상화하긴 어렵죠. 그러나 탠저블 유저 인터페이스로 산을 표현하면 촉감을 통해 산이 어떤 형태인지, 또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탠저블 유저 인터페이스 기술의 개념은 MIT 미디어랩에서 “inFORM”을 개발하여 선보인 바 있습니다. 여러 개의 모터 위에 블록을 쌓아놓고 프로젝터를 통해 그 위에 디스플레이를 깔았죠. 목적에 따라 블록의 물리적 위치를 재구성해서 입체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아직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로 구현되기에는 많은 기술적인 해결책이 필요해요. 저희 연구실은 유연 기능성 소재를 이용하여 형상을 변화시키고, 색상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입체 소자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집적화하는 연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휴먼증강연구실 윤성률 책임연구원3

Editor epilogue

윤성률 책임연구원에게 최종 목표를 묻자, 그는 “객체와 교감하는 전자기기는 스마트폰이 가져온 사회문화적 변화를 뛰어넘는 게임체인저 기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체의 입체적 형상과 질감을 표현하는 탠저블 인터페이스 기술의 개발을 통해 미래 전자기기의 기술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으리란 꿈을 꾸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오늘도 윤성률 책임연구원과 동료 연구진들은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새로운 기술이 더 크고 넓은 세상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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