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69 February 2021
현대인은 경제적 어려움과 양극화, 고령화, 개인화로 인한 단절감과 소외감, 사회적 복잡성 증대 등으로 인해
정서적 피로와 다양한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과 정서를 파악하고 상호 교감하며 일상적 대화를 나눌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은 감성컴퓨팅, 감성증강, 로봇기술 등과 결합하여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증진하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정신질환·장애 대응책으로 연구되고 있는 AI 서비스와 그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자.
최근 미국은 정부 주도하에 정신건강 부문에 AI를 접목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만들었으며, 민간에서도 디지털 치료제를 비롯해 정신건강에 AI를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다. 또 유럽은 EU 차원에서 ‘암 치료 후 정신건강 상태 모니터링’과 같은 AI를 활용한 다양한 정신질환 관련 연구개발을 추진하는가 하면, 영국에서는 AI를 활용하여 치매의 조기 진단과 같은 정신질환을 포함하여 건강 및 의료시스템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스마트 정신건강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AI를 활용하여 자살위험 예측기술, 지능형 정신건강 상담기술, 노인 마음 돌봄기술, AI 기반 정신건강 기술플랫폼 개발 등을 추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비접촉식 치매 선별기술 과제를 추진하였으며, ETRI에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수집된 생체신호와 사회적 활동을 AI로 분석하여 정신질환을 분류하고 예측하는 서비스를 개발(유한영 외, ‘정신건강 비서 서비스 기술’, 주간기술동향 1904호, IITP, 2019)했다.
국내·외 동향을 종합하면, 정신장애 치료를 위해 주로 정부를 중심으로 AI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도입기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정신질환의 조기 진단 및 질병 분류나, 디지털 치료제 활용 등에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유병률이 높거나 위험성이 높은 10대 정신질환은 첫 번째로 불안장애, 섭식장애, 수면장애, 우울장애 등 정상적 심리상태를 이탈해 발생하는 정신질환과 두 번째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자살 등 감당하기 어려운 심각한 경험으로부터 발생하는 정신질환 등이 있다. 세 번째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치매 등 두뇌의 병변이나 위축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질환이 있으며, 마지막 네 번째로 알코올 중독과 디지털 중독 등 유병률이 높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신질환이 있다.
이와 같은 정신질환들의 특성은 원인이 다양하여 정확한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에 예측하고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또 정신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다른 병리, 신체 증상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심지어 정신질환을 인식하더라도 사회적인 편견이나 개인의 성격에 따라 치료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으며,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재발이 잦아 사후관리가 쉽지 않다.
그러나 AI를 활용하면 이러한 난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즉 AI가 제공하는 지각과 인지, 학습과 추론, 판단 능력은 예방·진단·치료·사후관리로 구성된 정신질환 의료시스템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AI의 음성인식, 대화인식, 이미지 인식과 같은 지각기능은 스마트 웨어러블, 스마트 디바이스,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수집된 데이터, 생체데이터, 사회적 관계 데이터 등을 분석해 정상에서 벗어난 정신질환 상태를 예측하고 진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더불어 환자의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져 정신질환의 예방 및 치료 성과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AI를 활용해 개인의 생활 습관, 사용언어 및 표정, 행동반경, 스트레스 수준, 대인 상호작용 빈도 등의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여 정신장애 발생 위험신호를 본인과 주변인들에게 알려주면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고, 자살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분석한 내용을 의사와 공유하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심리상태를 진단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타인과 소통이 어려운 개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정신질환을 가진 본인과 주변인들의 정서 상태, 평소 생활, 언어 사용 패턴 등을 AI가 학습하고 알고리즘으로 분석하여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연결해 주거나 직접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는 감성교류 서비스를 통해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정신질환을 치료받는 사람들의 복약 관리와 행동치료의 실천을 돕는 디지털 치료제로의 활용, 일상생활 속 환자의 행동과 습관을 분석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코칭하는 감성코칭, 치매 환자의 인지 상태를 분석해 맞춤형 치료법을 제안하는 맞춤형 치매 치료 등 정신질환·장애를 예방·진단·치료·관리 등 다양한 방면에서 AI의 활용이 가능하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AI를 활용해 정신건강 연구, 기술·서비스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첫째, 사회복잡성 증대, 사회의 고령화, 사회·경제적 양극화, 현실 세계에서 가상세계로의 대체 현상 등은 정신질환 발생 가능성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AI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학습 데이터 자원과 장기간에 걸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데이터 전략인 디지털 뉴딜을 비롯하여 사회문제 해결형 정책 등의 지원과 생체 데이터, 행동 데이터, 라이프 로그 데이터 등 수집하기 어렵고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요되는 데이터들을 국가 차원에서 수집하고 자원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둘째, 정신건강을 위해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역기능 내지는 부작용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AI를 활용한 소통이나 공감, 치료 등은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치료 효과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역으로 AI에 의존하게 만들거나 사람과의 소통보다 로봇, 챗봇과 소통을 우선시할 수도 있다. 또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침해하거나, 해킹을 통해 정신적 판단과 인지를 임의로 조작할 위험도 있다. 이에 따라 개발 초기 단계부터 AI의 역효과를 검토하고 가이드와 실행지침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준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정신건강과 AI를 결합한 연구 생산성에서 세계 상위권에 들고 있으나, 이 분야를 주도하는 개별 연구기관이 부족하고, 글로벌 연구협력과 지식의 영향력도 미흡하다.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 등에서 R&D 또는 서비스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연구생태계, 산업생태계를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국가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저자 : 경제사회연구실 송근혜 Post-Doc, 김문구 책임연구원, 박안선 UST학생연구원
(원문 : 전자통신동향분석 35권 6호 (통권 186) 20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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