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68 January 2021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고 자주국방 실현을 위한 핵심 국방 소재 및 부품의 국산화 기술 확보가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지난해 5월, ETRI를 중심으로 산·학·연 15개 기관으로 DMC융합연구단을 만들었다.
정부출연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R&D 기술과 민간이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국방 무기체계용 핵심 반도체 부품 국산화 및 플랫폼 개발을 위함이다.
연구단은 설립 취지에 맞게 보다 견고하고 안전한 국가, 자주국방의 실현을 위해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2020년 8월, ADD와 한화시스템이 KF-X(Korea Fighter eXperimental)에 장착할 AESA 레이더(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의 첫 시제품을 출고했습니다. 이는 해외로부터 기술이전 없이 2016년 KF-X 사업 착수 4년 만에 국내 개발로 이룬 첫 성과였습니다. AESA 레이더의 시제품은 2021년 상반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출고할 한국형 전투기 시제 1호기에 탑재되어 비행 시험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DMC(Defense for Material & Components)융합연구단은 해당 레이더 신호 송수신에 필요한 핵심부품을 만듭니다. HPA(High Power Amplifier, 고출력 증폭기), LNA(Low-Noise Amplifier, 저잡음 증폭기), 스위치 집적회로 등입니다.
현재 전 세계 레이더 기술 발전 방향은 기계 구동식 레이더, 수동위상배열(Passive Phased Array), 능동위상배열(Active Phased Array) 레이더 순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전투기나 항공기는 표적을 볼 수 있는 레이더가 ‘눈’ 역할을 합니다. 기존 기계식 레이더로 표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체 자체를 돌려야 했다면, 지금은 기체는 고정되고 눈(레이더)만 돌릴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레이더 발전이 기계식 수동형 레이더에서 능동형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항공 AESA 레이더는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라고 하는데요. 송신기를 통한 고출력 신호(X-대역, 8~12GHz)를 통해 표적 정보를 확보하는 장비입니다. 주요 임무는 감시, 정찰 및 사격통제입니다. AESA 레이더는 약 1천 개 정도의 송수신 모듈을 독립적으로 작동시켜 여러 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 추적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듈에 HPA(High Power Amplifier, 고출력 증폭기), LNA(Low-Noise Amplifier, 저잡음 증폭기), 스위치 등의 집적회로가 들어갑니다. 현재는 레이더에 들어가는 HPA나 LNA 등을 주로 해외 의존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레이더 송수신 핵심부품을 융합연구단에서 연구하고 있고 관련 업체를 통해 신뢰성 검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AESA 레이더의 주요 구성 부품으로는 능동위상배열 RF부, 신호처리 및 통제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능동위상배열 RF 부의 배열안테나와 송·수신 모듈(TRM, Transmitter Receiver Module)은 가장 중요한 핵심부품입니다. 송·수신 모듈 기술은 신호 송신과 수신을 할 수 있는 장치로서, RF 전단부(전력증폭기, 저잡음 증폭기 등으로 구성 : 송신 신호 전력 증폭 및 수신 신호 저잡음 증폭), MFC(Multi-functional Core) Chip(위상변위기, 스위치, Gain block IC, Attenuator 등 : 위상 변화 제어 및 송·수신 스위칭 제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때 송·수신 스위치는 안테나 수신 신호와 송신 신호를 분리하는 장치입니다. 기존에는 서큘레이터(Circulator)가 사용되어 왔는데 부피가 커서 송·수신 모듈 수천 개가 사용되는 레이더를 제작하는 데 부담이 큽니다. 이에 최근 서큘레이터 기능을 반도체 칩으로 구현하는 스위치 집적회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DMC융합연구단에서는 C-대역1)(4~8GHz) 및 X-대역2) 레이더 송·수신용 스위치 집적회로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고출력을 견디는데 유리한 질화갈륨(GaN)을 활용했으며 대역별로 40W(와트)급 30W급 출력과 30dB 이상의 격리도(Isolation)3) 성능을 보였습니다.
이는 선도 연구기관인 미국이나 유럽의 상용 제품과 대등한 수준입니다. 개발한 질화갈륨 스위치의 크기는 1.3 x 1.55 x 0.1mm로 0.2mm³ 입니다. 기존 상용 서큘레이터(98mm³)를 스위치 집적회로로 대체 시 부피는 450배 감소, 송·수신 모듈 무게도 최대 10% 이상 감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C-대역
지상 통신이나 위성 통신, 와이파이(Wi-Fi) 장비, 기상 관측 레이더 등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주파수 대역 이름에 L, C, X, K 등의 문자를 붙여진 것은 2차 세계대전 중에 적을 교란하기 위하여 레이더(radar) 분야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2) X-대역
파장이 짧아 고해상도 영상 정보 수집이나 기상 관측, 항공 또는 해상 관제, 군사용 레이더로 사용된다. 능동 위상배열 안테나 기술과 합성 개구면 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 기술 등의 발달로, 고해상도의 영상이나 목표물의 탐지, 인식 및 추적에도 사용된다.
3) 격리도(Isolation)
원치 않은 곳으로 전력이나 신호가 전달되지 못하도록 하는 정도. 수치가 높을수록 좋음
고출력 및 고격리 스위치 반도체 소자 설계·제작 기술을 보완해야 합니다. 이는 레이더 송·수신용 스위치 집적회로가 기존 서큘레이터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로, 저손실을 위한 설계 및 제작 기술을 더욱 연구해야 합니다.
특히, 본 기술은 군용 고출력 레이더 송·수신 모듈뿐 아니라 민간 선박, 기상 레이더 송·수신 모듈 등 다양한 분야에도 많은 활용이 예상됩니다. 연구단은 본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중소기업 등에 적극적인 기술 지원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AESA 레이더 핵심기술을 응용해 레이더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로 송·수신용 개별 집적회로(스위치, 전력증폭기, 저잡음 증폭기, 구동 증폭기)를 동일 반도체 기판상에 단일 집적회로로 통합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를 통해 레이더 기술력을 더욱 높여 방산기업에 기술이전을 통해 상용화를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DMC융합연구단은 수출규제(EL : Export License)로 인해 해외 조달이 불가능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국방 부품용 화합물 및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핵심부품 자립화를 통해 독자적인 무기체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것입니다.
DMC융합연구단은 국방 핵심부품 반도체 플랫폼 구축을 통해 파운드리(Foundry)4)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방 무기체계에 적용 가능한 소재부품 자립화 방안을 구축하고자 분투하고 있다. 이에 ETRI 임종원 단장은 “단순히 국방 과제를 수주하는 경쟁에만 몰두했던 기존 관습을 넘어 노하우를 지닌 기관들과 함께 국방 핵심 반도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자립화 기틀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그의 바람처럼 정부출연연구원과 민간이 힘을 합쳐 자주국방을 이룰 좋은 기회가 마련되었다. 기관 간 협진 연구로 시너지를 불러일으켜 자주국방이라는 견고한 시대가 열리길 기대해 본다.
4)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설계만 전담하는 업체로부터 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