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디스플레이
인정받은 기술력
지난해 4월 본격 개화한 5G 상용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더 빠르고 지연성이 없고 모든 것이 연결됨이 정의이지만, 아무래도 기존 미디어 콘텐츠의 획기적 변화 가능성이 아닐까 한다. 요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인기가 뜨겁지만, 미디어 구현의 종착역은 홀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옆에 떠 있는 모양의 개인비서 홀로그램과 악수하고 대화를 나눌 세상이 머지 않았다.
ETRI는 지난 2015년, 360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컬러 홀로그램 영상구현에 성공한 바 있다. 불과 3인치 크기 내외의 루빅스(Rubik's) 큐브 형태였지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연구진은 이후에도 영상 크기 증대 및 화질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디지털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시스템 기술을 개선해 왔다. 그 결과 지난 8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가 주최한 ‘디스플레이 위크(Display Week) 2020’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양산형 제품뿐만 아니라 미래 기술 부문에서도 널리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는 디스플레이 분야 세계 최대 학회로 2012년부터 연구소, 대학, 기업들이 신기술을 선보이는 디스플레이 전시회를 운영해오고 있다. 특히 전시관 내 아이존(I-Zone, Innovation Zone)은 기업들이 양산 예정인 기술들을 전시하는 일반 공간과 달리 미래기술을 볼 수 있는 전시로 특별한 관심을 받는다. 이곳에서 우리나라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TRI는 이번 전시회 I-Zone에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1마이크로미터(µm) 픽셀 피치 패널과 360도 테이블탑 홀로그램 시스템을 선보였다. 1μm 픽셀 피치 패널 기술은 지난해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 우수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공정 개발, 균일성 확보 연구 등을 거쳐 1년 만에 패널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이 기술은 주최 측의 초청으로 심포지엄 발표를 할 수 있는 영예도 얻었다.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이미지를
구현한다
홀로그램은 빛의 회절과 간섭원리를 이용해 고안에 영상을 맺히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때 공간광변조기(SLM, Spatial Light Modulator)라고 불리는 패널에 홀로그램 데이터를 입력해 빛을 제어하면 별도 광학 장치 없이 자연스럽게 홀로그램 영상 재현이 가능하다.
공간광변조기 패널의 픽셀 피치가 작을수록 홀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야각 또한 넓어진다. ETRI는 기존 개발된 10° 이내 시야각이 나오는 3µm 픽셀 피치 패널을 연구진은 1µm로 대폭 줄여 시야각을 30°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공간광변조기 패널의 픽셀을 평면으로 설계하지 않고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혁신에 성공한 셈이다. 화소 간격도 1 마이크로미터(µm) 크기, 즉 머리카락 두께의 1/100 수준으로 작게 만들었다. 일명, 수직 적층(積層)형 박막트랜지스터(VST, Vertically Stacked Thin Film Transistor) 구조로 덕분에 크기도 기존보다 1/3로 줄일 수 있었다.
이 기술은 별도 추가 공정 없이도 픽셀 피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1.3인치 크기 패널에 5,100만 개 픽셀을 넣어 방향에 따라 서로 다른 이미지를 표현하는 홀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다. 한편, 2D와는 달리 홀로그램은 픽셀 크기에 따라 시야각이 확 달라져 대형화를 이루기 어렵다. 이에 ETRI는 현재 더 큰 재현 영상을 구현하기 위한 패널을 개발 중이며, 연내 2억 3,040만 개 해상도를 가지는 3.1인치급 공간광변조기를 개발하고 향후 20인치 급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한 소자에서 한 가지 색만 표현하는 현 단계를 넘어 다채로운 색을 낼 수 있는 홀로그램 기술도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불러올 미래
ETRI는 고속으로 구동하는 디지털 마이크로 미러 소자(DMD, Digital Micro-mirror Device)를 공간광변조기로 사용해 모든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컬러 디지털 홀로그램 영상을 재현하는 시스템도 선보였다. 수백장의 디지털 홀로그램을 다중화하고 이어붙이면서 5인치 이상의 영상을 수평 360°- 수직 20°의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연구진은 광학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테이블 형태의 시스템에 적합하면서도 영상이 360도 전 방향으로 연출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초당 30Gb 이상의 홀로그램 영상 데이터를 고속으로 계산하여 공간광변조기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도 핵심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홀로그램뿐만 아니라 마이크로디스플레이(µLED),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분야와 초고속 통신용 부품, 이미징 영상 장치에 적용이 가능해 폭넓은 활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연구진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패널 구현 기술이 상용화로 이어져 방송이나 스포츠 중계,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글 · ETRI 홍보실장 정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