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프로세서
알데바란 ‘AB9’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은 단순히 높은 연산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전력을 적게 소모할 수 있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AI 반도체를 개발을 주도한 ETRI 권영수 본부장은 AI 반도체라는 용어조차 없었던 2017년 연구를 시작해, 미국이나 중국보다 연산능력이 뛰어나고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AI 반도체를 개발했다.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AI 반도체 성능을 실감해보자.
이번에 개발한 ‘AB9(알데바란 9)’는 기존 상용 제품에 비해 연산능력이 뛰어나면서 전력 소모량은 대폭 낮춘 반도체 칩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로 인공지능(AI)이 대두되면서 핵심 두뇌 역할을 하는 기술 경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기존 컴퓨터와 모바일의 두뇌 역할로 CPU가 사용되어왔지만, 이러한 반도체는 단순 계산에만 적합할 뿐 딥러닝과 같은 복잡한 연산 처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가령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지능형 로봇, 드론 등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빠르고 전력을 적게 소비하는 전용의 반도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동차는 사람을 보자마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피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화면을 보는 즉시 실행해야 하죠. 우리가 만든 ‘AB9’는 초당 40테라플롭스(TFLOPS) 수준의 연산능력을 보여주면서도 전력은 15와트(W)만 듭니다. 기존 상용제품보다 전력당 연산능력도 최대 25배로 높이고, 전력 소모량은 20배 낮췄습니다. 40TFLOPS라고 하면, 40조개 연산을 합니다. 스마트폰이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연산 성능의 4,000배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2017년도에 처음 AI 반도체를 기획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트랜지스터를 어떤 위치에 배치하는 툴이 있다면, 툴이 동작하다가 죽어버린다던가 이전에 설계하던 칩에서는 볼 수 없던 기술적인 여러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현재 40TFLOPS 성능을 내는 칩은 국내에서 저희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용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는?
현재 기술이 적용될 분야는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바로 서버와 자율주행차입니다. 서버에 들어가는 기술은 우리가 이전에 개발했던 칩들과는 달라서 생각보다 전력이 많이 소요됩니다. 상용화 시점은 내년 정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율주행차는 2년 정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히 차량의 경우 안전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일정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문제는 바로 전력 문제입니다. 성능을 높이는 것은 국내에서 저희가 많이 개발하고 있고 해외에서도 최근 많은 기업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력입니다. 인공지능 반도체를 쓰지 않는 지금도 자동차 운전석의 블랙박스나 영상을 처리하는 반도체가 장착된 부분을 만져보면 뜨겁습니다. 뜨겁다는 것은 차량 입장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력 문제로 칩이 작동하다가 정지할 수도 있고, 칩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전력을 낮춰야 하고, 이것은 신뢰성과 직결됩니다. 칩 자체에 안전성에 대한 개념이 들어가서 어떤 상황에서도 칩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AI 반도체의 전력 문제입니다.
ETRI의 AB9는 40TFLOPS에 15W로, 전력이 굉장히 낮은 편에 속합니다. 30TFLOPS 이상이 넘어가면 보통 일반적인 GPU는 100~200W를 소모합니다. 그런 칩은 자율주행차 등에서는 사실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현재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N사가 서버용과 자율주행차용으로 자사의 AI 반도체를 쓸 것으로 공언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자율주행에 그러한 대형의 반도체가 사용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너무 뜨겁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전력 문제입니다.
15W도 평균 전력일 뿐입니다. 아마 전력이 최대 10W 이하로 내려가야 자율주행차에 장착될 것입니다. AI 반도체가 가장 많이 사용될 만한 곳이 자율주행차, 드론 그리고 영화 속에서나 볼법한 날아다니는 택시입니다. 이런 곳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AI 기능이 포함된 반도체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야에서는 결국 전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가 관건입니다. ETRI는 빠른 속도의 AI 반도체를 개발하면서도 전력 문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고, 향후 100TFLOPS의 반도체를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전력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에 대한 연구에 매진할 것입니다.
향후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의
연구 방향은?
현재의 인공지능은 학습과 추론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학습은 배우는 것입니다. 현재는 서버와 같은 대형 컴퓨터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해 뉴럴 네트워크(Neural network)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율주행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학습이 아니라 인공지능 반도체가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와야 합니다. 스스로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성능과 전력을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가령 자율주행차를 생각해 보면, 사람마다 운전하는 스타일이나 패턴이 틀립니다. 스스로 학습하는 AI 반도체가 있다면, 사용자가 운전하는 스타일에 맞게 각 칩이 운전자의 패턴에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현재 Level.2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기능을 고속도로 등에서 즐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차가 운전하는 스타일은 사용자의 평소 운전하던 스타일과는 다를 것입니다. 좀 어색하면서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할까요? 사용자의 운전 패턴에 따라서 앞차를 보고 정차하고 싶은 거리가 다를 것이고, 차선을 변경하는 타이밍, 자주 가는 도로에서의 특성에 따른 운전습관 등이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사용자별 운전하는 스타일이 다른데 현재의 자율주행은 미리 학습된 대로만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각 칩이 운전자 스타일에 맞게 학습된다면 그야말로 나와 똑같은 누군가가 대신 주행해주는 자율주행차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온칩트레이닝(One-Chip Training)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반도체와 SW가 스스로 자기 자신을 학습하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AI 반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말을 알아듣고,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것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말을 하면서 배웁니다. 이처럼 인공지능도 상대방에 맞춰 적응하고, 그 즉시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보다 훨씬 많은 성능이 필요합니다. 가령 SF 영화에서 보던 휴머노이드(Humanoid)는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을 합니다. 지금의 인공지능과는 사뭇 다릅니다. 현재의 반도체 기술, 전력 소모, 컴퓨터의 크기 등의 한계로 인하여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스스로 추론하면서도 학습하는 인간의 두뇌와 같은 AI 반도체. 즉, 온칩트레이닝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 연구본부의 최종 목표입니다.
본부장님의
최종목표는?
ETRI 내에서도 이런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곳은 우리 본부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이 정도 성능의 AI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는 그룹은 저희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세계 1등을 하고 있지만, AI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약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AI 반도체를 개발할 여력이 있는 회사가 한 손가락에 뽑을 수 있을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AB9를 연구 개발하면서 동시에 이 기술을 기업에 심어주어 산업을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ETRI는 기업들 중심의 AI 반도체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지능형반도체 예타 사업 통과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10년 동안 계속 연구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많이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동시에 우리가 만든 기술이 우리나라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획기적인 마중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Editor epilogue
AI 반도체가 적용되는 분야를 설명하던 권영수 본부장은 “애플 시리, 삼성 빅스비, 구글 홈미니 등은 반도체가 아닌 서버 기반으로 작동되는 서비스입니다. 전력을 낮추기 힘들기 때문에 AI 반도체를 직접 넣을 수 없고, 현재 모든 기업이 전력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입니다.”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전력을 낮추 수 있다면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드론의 영상인식 등 활용 가능한 범주가 넓어질 것이다. 지능형반도체연구본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았고, 우리가 꿈꾸던 미래형 인공지능 반도체가 어디에나 존재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