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고령화에 대응하는
복지가 되다
최근 ICT를 활용해 사회적 약자들의 소외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모색되고 있다. 따뜻한 ICT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노력이다. 그 중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장애인을 지원하는 사례들과 기술을 살펴보자.
한국은 10년 내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국가가 된다. 고령화는 경제적 성장동력의 저하, 산업구조의 변화, 재정부담의 증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갈등을 유발한다. 노인들은 경제적 빈곤, 질병, 실업, 자살, 소외, 차별 등 사회적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는 고령화로 인한 복지 측면에서 치매 국가책임제를 강화하고 있다. 치매 질환 의료기관 이용 환자는 작년 기준 약 75만여 명에 이르고, 최근 5년간 연평균 11%씩 증가하고 있다. 국제 치매 정책 동향 2018에 따르면, 2050년에는 국내 치매 환자에 쓰이는 1년 예산이 43조 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체계적인 조기진단과 예방, 치료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에 따라 정부출연연구원에서도 미래 헬스케어 서비스에 발맞춰 미연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래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추어 건강관리 서비스와 디바이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며 지능화할 것이다.
일례로 ETRI에서는 의료데이터 분석 엔진인 ‘사이버 디엑스(CyberDx)’ 기술을 개발해 질병 위험도 분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이버 디엑스’의 핵심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이용한 자가분석 엔진 기술, 자가적응형 엔진 기술, 개인맞춤형 질병 진단 분석기술이다. 예컨대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과 같은 병원에서 쓰이는 의사 진료 데이터를 연구진이 개발한 엔진으로 분석하면, 환자별 개인 특성에 맞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환자 의료 빅데이터를 처리해 데이터 정규화 및 코드 변환이 이루어져야 하고,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을 통해 빅데이터 분석이 처리되는 원리다. 또한, 환자에게 맞는 자가적응형 머신러닝 엔진을 통해 질환의 예측 결과도 보여준다. ETRI는 본 기술개발을 통해 약물유전체학(Pharmacogenomics) 시뮬레이터, 미세먼지 대책, 치매와 같은 신경정신질환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연구 중이다. 국민의 보건복지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국민 복지에 사용되는 예산을 대폭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새로운
소통의 길을 여는
ICT
ICT의 발전은 분야를 한정 짓지 않고 다방면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금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한 기술과 서비스는 점점 발전하고, 우리 생활 가까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신체적으로 불편을 겪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사람을 향해 보다 편리한 삶을 누리게 본격 연구되고 있다.
ETRI 연구진은 시각장애인이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씨(SEA) 플랫폼’을 개발했다.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나 음성도서 ‘데이지’라는 시각장애인용 도서만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한 별도의 재가공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연간 4~10%의 도서만 한정적으로 제공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시각장애인에게 더 편리하고, 공평한 정보 접근성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수식이나 표 등과 같은 학습용 콘텐츠 표현을 위해 한국어에 특화된 독음 규칙도 만들었다. 따라서 그동안 난제로 여겨져 왔던 책 속의 표나 그림, 수식 등도 음성을 통해 시각장애인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현재는 중학교 수준의 수식이나 표를 전달하는 단계이지만, 향후 전문적인 서적까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이처럼 ICT는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의 소통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비록 완벽한 기능 구현을 위해서는 보완되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각종 오류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함께’라는
가능성을 여는
ICT
인간은 감각 기관 중 시각과 청각에 가장 의존하는 만큼, 청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동일한 감각적 경험을 공유하기 힘들다. 의학과 공학 기술의 융합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으나 대개 고가의 수술이 동반되며, 많은 장애인이 쉽게 접근하기에는 심리적·금전적 장벽이 높다.
이에 ETRI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촉각으로 소리를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바로 주위 소리와 자신의 목소리의 음높이를 분석해 촉각 패턴으로 변환해주는 ‘피치(Pitch) 촉각 시스템’이다. 즉, 청각이 아닌 촉각 신경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음악이나 소리 등 청각 정보로부터 소리의 주파수 신호를 뽑아내 음을 인식한 뒤 촉각 패턴으로 만들어 착용자의 피부에 전달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술로 주변 소리나 자신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음의 높이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연구진이 고안한 방법은 피아노 음계에서 착안했다. 주변에서 4옥타브 계이름 ‘도’ 소리가 들리면, 사용자가 왼손에 낀 장갑을 통해 검지 첫째 마디에 진동이 느껴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손의 구조와 인지 용이성을 설계에 반영해 한 손에 3옥타브에 해당하는 36개의 음계를 촉각 패턴으로 표현했다. 연구진은 본 시스템의 효과를 관찰하기 위해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청각장애인 2명과 함께 15시간 동안 훈련을 거쳤다. 그 결과 2명의 청각장애인은 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원하는 음을 낼 수 있는 능력이 약 3배 향상됐으며, 촉각으로 훈련한 노래 할 수 있게 됐다. 청각장애인의 꿈인 노래 부르기를 실현시켜 준 셈이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단순 청각장애인의 음역 활동뿐만 아니라 의사소통을 개선하는 데도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R&D가 선진국을 따라가던 기술력에 그쳤다면, 지금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앞장서 나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제는 사람을 향하는 기술, 삶의 질과 행복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연구진의 ‘촉각 피치 시스템’을 통해 청각장애인과 카페에서 나오는 음악을 함께 듣고, 더 나아가 청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교실에서 영어 듣기 평가와 같은 공평한 일상을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