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삶 속으로
스며드는 인공지능
최근 인공지능이 대세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7월, 한국에 방문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어 인공지능이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피부로 와닿지않은 인공지능 시대.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앨런 매티슨 튜링(Alan Mathison Turing)은 영국의 수학자이자 암호학자로 컴퓨터 과학의 선구적 인물이다. 그는 ‘튜링 기계’라는 모델을 통해 알고리즘과 계산 개념을 만들어 컴퓨터 발전에 큰 기여를 했으며, 그 공을 인정받아 지금까지도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2014년 개봉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또 앨런 튜링과 함께 인공지능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인공지능의 대부 존 매커시(John McCarthy)다. 그는 인공지능을 ‘지능형 기계를 만드는 과학 및 공학’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 중 하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다. 이는 스스로 변화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아울러 ‘딥 러닝(Deep Learning)’은 정확도나 컴퓨팅 기능 향상을 위한 기술로 보면 된다. 따라서 딥 러닝은 머신 러닝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일상 속 사례들이 눈에 띈다. 한 창업자는 해마다 7~8회나 변경되는 건축관련법을 쫓는 SW를 인공지능을 통해 개발했다. 본 SW는 건축관련법에 따른 임대 수익률까지 계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창업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한국의 3,800만 필지를 분석해 보겠노라 포부도 밝혔다.
취업 시장에도 본격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 면접이다. 인공지능이 질문하고 지원자의 상황대처 능력이나 문제해결력, 심지어 창의성, 상상력도 평가한다는 것이다. 2018년 본 면접을 도입한 기업수는 87개였는데 2019년 인공지능 면접을 도입한 기업은 100개를 넘었다. 이에 따라 구직자들이 오히려 기계 앞에서 본인을 어필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은행거래에서 인공지능의 활약도 기대된다. 고객의 과거 이체나 거래 유형이 다를 경우 사전에 알아보고 이체오류를 잡는다고 한다. 2018년 2월 IBM 신기술 발표회에서는 ‘프로젝트 디베이터(Project Debater)’라는 인공지능 토론왕이 공개됐고, 휴대 가능한 소형 장치로 액체 성분을 판별할 수 있는 전자 혀 ‘하이퍼테이스트(Hypertaste)’도 개발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
이처럼 국내·외에서는 인공지능을 고도화하기 위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국가 지능화 종합연구기관’인 ETRI도 언어를 이해하고, 지식을 학습해 자연어로 지식을 서비스하는 자연어 처리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바로 ‘엑소브레인(Exobrain)’이다. 연구진의 최종목표는 기계와 인간과 지식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엑소브레인의 핵심이 되는 인공지능은 텍스트의 문법과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한국어 분석 기술, 방대한 텍스트에 기술된 지식을 학습하고 저장하는 지식 학습 및 축적 기술, 문장으로 구성된 질문을 이해하고 정답을 추론하는 질의응답 기술이다. 현재 2단계로 진행 중인 엑소브레인은 질문에 대한 답을 문장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특정 지식 분야에 대한 지식을 훈련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람은 유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현재의 인공지능은 이렇게 분야별로 훈련이 필요하다. 이처럼 주어진 학습 데이터 안에 있는 범위에서만 응답할 수 있고, 학습되지 않은 현재의 인공지능을 ‘단일지능’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본 기술 선점을 위해 사활을 걸고,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도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새로운 것을 추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을
열어가는 인공지능
아마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쓰이지 않는 영역이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ETRI는 엑소브레인 외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어회화 학습 프로그램·자동통역 기술·쓰레기 투기 방지·무인자율주행차를 위한 지능형 반도체 등을 개발 중이다.
미래의 무인자율주행차는 도로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여 이동환경의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줄 것이며, 영어회화 학습프로그램 ‘지니튜터’와 자동통역 기술 ‘지니톡’은 국경 없는 소통을 실현해줄 것이다. 또 쓰레기 투기 방지를 위한 ‘딥뷰’는 영상을 통한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여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눈’이 되어줄 것이다. 이처럼 딥 러닝은 학습, 인지, 추론, 행동과 같은 과정이 가능한 인공지능의 혁신적인 진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레이 커즈와일 박사는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에서 기계가 2045년쯤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계가 의식을 갖고 생각할 줄 알며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는 시간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은 더 이상 인간이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라 함께 공존하며 인간을 도와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을 활짝 열어줄 똑똑한 도구가 될 것이다.
글 · ETRI 홍보실장 정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