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료
인공지능
표준화 동향
인류의 기본권 중 하나인 ‘건강’을 다루는 보건 의료분야에도 인공지능 적용은 오래전부터 시도되어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성능과 기술 진화에 필수 요소인 데이터의 축적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더욱더 빠르게 의료 인공지능 기술·시장의 성장과 활용 가능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의료분야 인공지능 활용과 관련한 전 세계 주요 이슈들과 국내 의료 인공지능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알아보자.
의료 인공지능 기술은 의료비 부담 증대, 의료 사고 및 중환자실 안전 위험, 응급의료서비스에 대한 낮은 신뢰도, 낮은 의료 접근성, 의료 인력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의료 인공지능 기술은 축적된 의료 데이터들을 토대로 의료영상 판독, 질환 진단 예측 속도와 정확도를 높여 적시 치료를 가능하도록 하며, 나아가 신약 개발의 기간을 단축시키고, 의료분야 난제들을 풀고 의료 비용을 절감하며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혁신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그렇다면,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국제·국내 표준화 동향은 어떨까? 먼저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와 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 국제 표준화 기구의 합동 기술 위원회(Joint Technical Committee)인 JTC 1에서는 20여 년간 기본적인 IT 관련 표준화를 진행해왔다. 특히, ISO/IEC JTC 1은 인공지능 어휘, 인간 - 컴퓨터 상호작용, 생체 인식, 컴퓨터 이미지 처리 및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및 센서 네트워크와 같은 인공지능과도 연관된 주요 분야에서 표준 개발을 진행해왔다.
WHO(세계보건기구, World Health Organization)와 ITU(국제전기통신연합,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는 건강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등장하고 있는 해석과 설명(interpretability and explainability) 불가능성 해소, 신뢰성과 견고성(trustworthiness and robustness) 보장, 학습에 필요한 의료 데이터의 개인정보보호(privacy) 이슈, 그리고 성능 평가(performance evaluation)에 대한 방법과 절차 등과 같은 이슈들을 논의해왔다.
또한, 관련 표준화 이슈들을 발굴하기 위해 2018년 7월 슬로베니아 류블라냐에서 열린 ITU-T SG16 총회에서 2년을 활동 기간으로 하는 FG-AI4H(Focus Group on AI for Health) 그룹 신설을 결정한 바 있다.
의료 3D 프린팅과
국내 표준화 동향
3D 프린팅과 스캐닝 관련 표준화를 위해 JTC1 산하에 2017년 10월 신설된 WG12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표준 개발을 추진 중이다. WG12에서는 ICT 기술이 결합된 3D 프린팅과 스캐닝 핵심표준 개발을 비롯하여 의료/국방/DIY 등의 다양한 응용 분야 3D 프린팅과 스캐닝 관련 응용 표준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 3D 프린팅을 위해서는 환자 의료 영상을 기반으로 2D/3D 변환 과정을 거쳐 3D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3D 프린팅 소프트웨어 환경이 저마다 다르고 의료영상 분할 및 최적화 기술과 모두 달라 딥러닝 기반 분할 절차와 방법에 대한 표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치과용 의료기기, 인체이식 의료기기, 수술용 가이드, 맞춤형 치료물 등을 모델링하고 제작해야 하는 의료 3D 프린팅 분야에서는 의료영상 기반 처리가 필요하기에, 이 과정에서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표준화가 추가 진행될 것을 보인다.
이 밖에도 3D 프린팅 모델에 대한 구조 역학적 분석, 포인트 클라우드 기반의 3D 스캐닝 포맷, 3D mesh optimization 등과 같은 다양한 3D 모델 최적화를 위한 딥러닝 기반의 기술 표준 개발도 예상된다.
한편, 국내에서 의료 인공지능 관련 표준은 아직 개발되거나 제정된 사항은 없으나, 향후 허가심사 방법과 연계한 표준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국제 표준 개발 동향과 연계한 국내 대응 활동도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과 기준 규격은 없는 상태이기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국내 고유의 기준 규격과 허가심사 체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가 빠르게 발전하고 확산됨에 따라 앞으로는 각 국가별 인허가 체계와 기준 규격들에 대한 국제 조화에 대한 필요성과 국제 표준 제정에 대한 필요성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AI기술의
혁신과 확산
최근 3년 동안 인공지능 기술 분야의 발전은 놀라울 정도로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각 국가별 정책적 지원도 전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들도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말한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실행이 더욱더 중요한 상황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국가 전략을 중요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국무원이 17년 7월 발표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에서 2030년까지 세계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거시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또한, 17년 12월 공업정보화부에서 발표한 ‘차세대 인공지능 산업 발전 촉진 3년 행동계획’을 통해 상세 추진 전략을 제시하며 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방위적 투자와 실행을 단합된 모습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 규획’에서 인공지능 산업 확산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인공지능 기술 표준 체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를 위해 기초 공통성, 상호 연결, 산업 응용, 인터넷 안전, 사생활 보호 등의 인공지능 기술 표준을 수립할 것을 선언했다.
또한 ‘3개년 행동계획’에서는 중점 임무로 인공지능 제품 개발 촉진을 선언하고, 뇌, 폐, 눈, 뼈, 심혈관, 유방 등 질병 영역의 진단 기술을 개발하여 상품화하고 1% 미만의 false-negative rate와 5% 미만의 false-positive rate로 탐지하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 영상 보조 진단 시스템 등을 2020년까지 개발하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품질 확보를 위해 2020년까지 행동 목표로 인공지능산업지원시스템을 기본적으로 구축하고 일정 규모의 고품질 라벨 데이터자원베이스, 표준측정데이터베이스의 구축 및 오픈, 인공지능표준시스템, 분석평가시스템 및 안전보장시스템 틀을 기본적으로 구축하여 산업발전환경을 개선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이러한 전략적 투자와 집중에 힘입어 다양한 의료 인공지능 기술과 서비스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설치비용이 500만 원밖에 안 되는 3㎡ 정도 넓이의 ‘무인 진찰실’에서 혈압과 체온을 재고 영상의 인공지능(AI) 의사에게 증상을 얘기하면, 잠시 후 이를 기초로 원격지 의사가 추가 질문을 건넨 뒤 복용 약을 추천하는 ‘1분 진료소’도 설치되고 있다.
미국에서 허가된 의료 인공지능 제품과 서비스가 40여 종 이상 등장하였고, 국내에서도 뷰노, 루닛, JLK 등에서 10종 이상이 허가된 것처럼 앞으로 의료 인공지능 기반 응용과 서비스는 더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이러한 시장 요구를 반영하여 FDA가 보다 신속한 의료 인공지능 제품 인허가 체계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는 것처럼, 국내에서도 의료 인공지능 산업 활성화에 필요한 표준과 허가 기준, 국제 조화와 규제 체계와 정책들도 빠르게 재조정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중국의 인공지능 육성 계획 사례에서 보듯 표준화는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한 핵심 기반이며,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요소이다.
국내에서도 앞으로 의료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과 확산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거시적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표준 기반 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적 전략과 체계적인 정책적 지원, 산업 활성화, 그리고 협력이 전략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저자 · 지능정보산업표준연구실 전종홍 책임연구원, 지능정보산업표준연구실 이강찬 실장
본 내용은 ETRI가 발행한 전자통신동향분석 전자통신동향분석 34권 제5호 호에서 인용 발췌해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