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나 건물의 고층화·대형화 등 각종 환경변화로 일어나는 재난은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초래한다.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난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대처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라매안전체험관은 이러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서울특별시 소방재난본부에서 운영하는 보라매안전체험관은 2010년 5월 25일 개관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매일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방문한다. 지진, 태풍, 화재, 교통사고 등 4가지 재난 체험장이 준비되어 있으며, 심폐소생술과 같은 기본 응급처치를 배워볼 수도 있다. 또 다양한 소방시설의 작동원리와 조작법을 배워볼 수 있는 전문체험장도 있다. 보라매안전체험관은 실제 현장에서 화재진압을 했던 소방관들이 직접 체험을 지도하며, 현실과 같은 가상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은 하루에 3번, 20명씩 조를 이루어 진행된다.
먼저 ‘화재대피체험관’을 방문해보았다. 이곳은 일상에서 불이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배워보는 공간이다. 만약 불이 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119에 신고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 “불이야”라고 크게 외쳐 주변에 화재 사실을 알린 후 119에 신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험 참가자들은 사무실 가상화면에 불이 나자 소화기로 직접 불을 끄고,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났을 때 팔로 코를 막고 차례대로 대피하는 체험을 했다.
보라매
안전체험관
자연재해 및 인위 재난 등 각종 재해, 재난 상황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재난 안전 종합체험관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일어난 규모 5.8의 지진을 겪은 후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는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으로, 우리나라가 더 이상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지진체험관’에서는 실내 주방이라는 상황 설정 후 7.0 지진이 발생했을 때 식탁 아래에서 머리와 목을 숙이고, 대피 하는 체험을 진행했다. 7.0이라는 숫자만 보았을 때는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이 오지 않지만, 실제와 같은 진동이 인정사정없이 흔들리면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다. 이어 야외에서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반대로 고개를 들고, 유리창 등 파편이 튈지 모르는 건물에서 떨어져 대피하는 체험을 해보았다.
이어 ‘태풍체험관’으로 이동했다. 태풍은 여름마다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인명과 재산피해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태풍체험관’에서는 최고 30m/s의 강풍을 직접 체험한 후 강풍과 더불어 300mm/h의 비를 동반한 태풍의 위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짧고 강한 체험이지만, 이를 통해 태풍의 위력을 실감하고, 대피하는 요령도 함께 배울 수 있다. 초등학생은 강풍 체험만 가능하다.
‘교통사고체험관’에는 버스 교통사고 체험과 지하철화재사고 체험이 있다. 먼저 버스 교통사고 체험에서는 탑승자가 버스 탑승 후 안전띠를 반드시 착용하고, 운전자는 안전운전을 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어 지하철 화재사고 체험에서는 지하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체험 담당 소방관은 대구 지하철 참사가 심각했던 이유로, 지하철에서 불이 났을 때 기관사가 키를 빼고 도망치는 바람에 문이 잠겼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지하철 화재 시에는 연기를 직접 흡입하지 않기 위해 팔로 코를 막고, 어둠 속에서도 차분히 이동해야 한다. 이후 지하철 문이 잠겼을 경우 문을 여는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화재 현장에서 질서 있게 빠져나가는 체험이 이어졌다. 이 체험은 실제 연기와 어둠을 뚫고 나오는 체험이기 때문에 재난의 사실감이 극대화된다.
이어 전문체험은 응급처치, 소방시설실습으로 약 60분 정도 소요된다. 응급처치 중 하나인 심폐소생술 체험은 아쉽게도 성인만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심폐소생술의 제대로 된 방법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배운다. 많은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은 의학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도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익숙하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이 잘못된 응급처치 방법을 알고 있다. 단순히 팔을 뻗어 가슴만 압박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잘못된 상식은 자칫 환자에게 합병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전문체험관에서는 소방대원이 먼저 심폐소생술 시범을 보였다. 만약 모르는 사람이 쓰러졌을 때 인공호흡이 조금은 꺼려질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심폐소생술만 해 주어도 환자는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설마 내 주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라는 생각보다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내 가족, 이웃이 안전할 수 있도록 응급처치를 배워보자.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재해는 언제,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과 대처방법이 필요하다. 보라매안전체험관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시민이 안전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사고별 대처방법을 체험하고, 실제 상황에서 사고의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앞으로도 보라매안전체험관이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고취하는 ‘재난 배움터’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