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빛 따라 예술 따라
오랜 가뭄을 해갈하는 장맛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반가운 장맛비이지만, 야외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는 가운데! 장맛비도 피하고, 무더위도 피할 수 있는 도심 속 색다른 여행지가 있어 인기다. 바로, 오래된 폐광이 문화와 예술을 만나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광명동굴이다. 도심 속 완벽한 피서지 광명동굴에 펼쳐진 빛의 향연에 많은 사람이 마음을 사로잡혔다.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황금광산
광명동굴은 1912년 일제가 자원수탈을 목적으로 개발하고 해방 후까지 탄광의 역할을 해오다가 1972년 폐광된 후 40여 년간 새우젓 창고로 쓰이던 곳이다.
이후, 2011년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광명동굴은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동굴의 문을 열었다.
광명동굴에 들어서자 연이은 장맛비와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씻어주기라도 하는 듯 동굴 안에서 시원한 바람이 쏟아진다.
동굴의 연중기온은 12도로 더위를 쫓을 만큼 시원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하다.
깔끔하게 깔린 돌바닥이 길게 이어진 ‘바람길’을 따라 걸으니
오랜 시간 호황을 누렸을 금속 광산의 옛 모습보다는 미지의 세계로 이어진 통로 같은 느낌을 준다.
사실, 지금은 잘 단장한 모습이지만, 광명동굴의 옛 이름은 ‘시흥광산’으로,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아픔과 근대화·산업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유산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징용과 생계를 위해 농민 출신들이 이곳에서 광부로 일하며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광산은 문을 닫기 전까지 쉴 틈이 없었다.
산업화의 바람이 불면서 노다지를 꿈꾸며 광부들이 모여들었고, 전성기에는 종업원이 500여 명에 이르고, 하루 채굴량이 250톤을 넘었다고 한다.
그러다 1972년 폐광된 후 광부들의 발길이 끊긴 갱도에는 인천 소래포구의 상인들이 들여온 새우젓이 옛 광산의 영광을 대신했다.
그러던 중, 광산에 남아있는 오랜 역사와 유산의 가치를 발굴하고자 5년간 탐사와 개발 끝에 광산이 새로운 모습으로 문을 열게 된 것이다.
무더운 여름을 밝히는 빛의 향연
광명동굴은 볼거리가 가득하다. 일제강점기와 근현대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에 빛, 황금, 물, 식물 등 다양한 테마 문화 공간을 조성했다.
‘바람길’의 끝에는 웜홀 광장이 있는데, 서로 다른 테마로 조성된 네 개의 공간이 만나는 연결통로이다.
웜홀 광장에서 ‘빛의 공간’으로 향하자 어두운 동굴 속을 밝히는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LED 조명과 뉴미디어 기법을 이용해 고래와 해양생물체 등의 작품을 전시해놓았다.
마치 심해 속에서 고래와 함께 헤엄치는 기분이 든다.
빛의 공간으로 이어지는 ‘동굴 예술의 전당’은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지는 곳이다.
굴 천장과 벽 등에 형형색색 아름다운 빛의 영상이 펼쳐진다.
빔프로젝터로 영상을 비추어 전시하는 ‘미디어 파사드 쇼’이다.
미디어 파사드 쇼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 천장 위에 꿈의 이야기를 펼쳐 놓은 듯 황홀하다.
‘황금길’은 금, 은, 동을 채취하던 옛 황금 광산의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황금을 채굴하던 광산답게 그 날의 영광을 재현한 황금길이 반짝인다.
황금길 벽면에는 관람객들이 황금패에 자신들의 소망을 적어 걸어놓았다.
가족의 건강을 염원하는 글과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글이 적힌 글들이 황금보다 더 반짝인다.
황금에 얽힌 이야기들은 황금을 더 신비로운 것으로 만든다.
‘황금 궁전’을 지키는 동굴요정 아이샤가 품고 있는 금괴를 만지며 주문을 외우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이야기가 동굴을 더 신비롭게 한다.
오감 만족 동굴 여행
광명동굴은 빛의 향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로도 쉴 새 없이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동굴 아쿠아 월드’는 국내 최초의 동굴 속 아쿠아 월드로 1급 암반수를 이용해 토종 물고기와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 황제의 관상어로 사랑받던 ‘금룡(金龍)’이라 불리는 황금물고기가 이곳의 자랑거리이다.
부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하는 물고기의 신비로운 유영을 바라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동굴에서는 식물을 키울 수 없다? 광명동굴에서는 식물을 키울 수 있다.
햇빛과 물이 없는 동굴 안에서 어떻게 식물을 키울 수 있을까?
동굴 안에는 첨단 시스템을 이용해 친환경 채소를 재배하는 식물공장이 있다.
LED 조명을 이용해 광합성 작용을 하고, 아쿠아 월드에서 사는 물고기들의 배설물이 식물의 영양분 역할을 한다.
여기서 재배된 식용채소는 와인레스토랑의 식재료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미래의 식물원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싶다.
100년이라는 시간을 간직한 동굴의 역사를 공부하는 소중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근대역사관’은 일제강점기 징용과 수탈의 역사와 근·현대 광산의 흔적을 그래픽, 영상, 음악 등으로 재현한 전시 공간이다.
화려할 것 같은 황금 광산 뒤에 새겨진 아픈 시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보고, 즐기고, 느끼는 시간을 보냈다면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맛있는 음식이 아닐까.
광명동굴에는 와인동굴이 자리하고 있어, 다양한 와인을 시음해보고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와인의 역사와 생산지, 제조과정 등 다양한 정보를 공부하며, 동굴 속에서 맛보는 와인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한다.
볼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한 광명동굴.
옛 탄광의 시간은 지나가고 없지만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동굴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