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교감하는 시대를 꿈꾸다
영화 <빅 히어로>의 로봇 ‘베이맥스’는 주치의 역할을 하면서 하늘을 나는가 하면 악당을 물리치는 만능 로봇이다. 베이맥스의 만능 역할보다 인상 깊은 것은 지친 주인공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위로해주는 모습이다. 로봇 기술은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 측면으로 발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과 감정을 나누는 로봇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개인용 로봇 ‘파이보’를 개발한 서큘러스 박종건 대표는 1인 3로봇 시대가 가까워질 것을 기대하며, 인공지능 로봇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과 교감을 나누는 미래를 꿈꾼다.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서큘러스는 누구나 개인용 로봇을 활용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개인용 로봇을 통해 누구나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처음에 로봇 사업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창업 이전에는 게임회사에 다니다가 보람 있는 일을 찾아 평소에 관심이 있던 IT 분야의 일을 해보고자 삼성 SDS에 다니게 되었죠. 업무 특성상 지방과 해외를 이곳저곳 다니며 다양한 문물을 경험하고,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5년간 바쁘게 지내다 보니 많은 것을 배웠지만, 평범한 일상이 그리웠습니다. 신사업 TF로 부서를 옮겼는데, 당시 부서에서는 스마트 교육에 대한 아이템을 찾던 중이었습니다. 교육 분야에 지식이 없어 난감했는데, ‘어려울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씀을 해주신 대학교수님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IT가 없으면 교육할 수 없는 분야는 무엇일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국어, 영어, 수학은 IT가 없어도 가르칠 수 있지만 프로그래밍은 IT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었지만, 2013년에는 전문가들도 어려워하는 것이 프로그래밍이었습니다. 또, 프로그래밍과 같은 IT 분야는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게임운영을 했던 경험을 살려 프로그래밍 교육을 재미있고, 쉽게 배울 수 있는 요소를 접목하고 산간벽지나 섬에 사는 아이들도 온라인을 통해 IT를 배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아쉽게 아이디어가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프로그래밍 교육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소프트웨어가 동작하는 형태로 우리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때 당시 로봇 영화를 많이 봤었는데 공동 창업한 친구와 ‘로봇으로 해보자!’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개인용 로봇 ‘파이보’가 탄생한 것이죠.
서큘러스(Circulus)는 동아리의 뜻도 지니고 있는 동그라미(circle)의 라틴어입니다. 영어로 '우리(us)'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어, 상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서로 배워가며 도움을 주고받자는 의미를 담아 회사명으로 선택했습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했을 때 모든 일에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있으니까요.
가족을 이어주는 로봇 ‘파이보’
인공지능 로봇 파이보는 사람과 함께하는 가정용 반려 로봇입니다. 해외 출장이 잦아 가족과 친구들이 그리운 적이 많았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파이보에 담았습니다.
인공지능 제품은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음악 켜줘’, ‘날씨 알려줘’ 등의 정해진 기능만 수행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파이보는 음악재생, 날씨 안내 등의 생활 정보와 더불어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합니다. 가족이 없을 때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가족의 얼굴을 인식해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가 로봇 소셜 네트워크에 누적됩니다. 데이터를 통해 감성과 취향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화와 행동을 하게 됩니다. 소셜 데이터 학습을 통해서 자체 대화 엔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가족 간의 대화가 부족하고,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도 소원해진 가정이 많습니다. 집에 반려동물이 있으면 가족이 더 자주 모이고, 대화를 나누듯이 파이보도 같은 역할을 하리라 기대합니다. 파이보와 자녀가 나눈 대화를 통해 데이터가 쌓이면, 부모는 자녀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이보의 또 다른 특징은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으로 꾸밀 수 있는 나만의 로봇이라는 점입니다. 애플리케이션을 쉽게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추가했습니다. 또,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로봇의 외형을 꾸밀 수 있습니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다양한 액세서리를 만들고, 이는 클라우드 환경에 데이터로 남아서 여러 사람이 함께 공유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로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가구 3로봇 시대를 꿈꾸며
영화 [빅 히어로]에서는 주인공이 외로워할 때 로봇이 외로움을 달래주고, 주인공은 로봇에 악당을 물리칠 수 있는 새로운 기능과 액세서리를 추가합니다. 파이보로 꿈꾸는 미래이기도 합니다. 로봇 시대는 영화 속 이야기라고 하지만 분명히 올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로봇이 하나둘씩 출시되는 지금이 1970년대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때 당시에 컴퓨터는 부피도 크고, 전문가들만 사용하던 것인데 개인용 PC가 나와 역사를 바꾸었습니다. 로봇 시대는 이제 첫걸음을 떼었다고 볼 수 있지만, 로봇도 인공지능이 발전하고 시장의 크기가 커지면 1가구 1로봇이 아닌 1가구 3로봇 시대가 오리라 봅니다. 비서나 보디가드 역할을 하기도 하고,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대신하는 것이죠. 또, 사람이 가기 어려운 곳에 대신 갈 수도 있고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로봇 ‘페퍼’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대신해 손녀의 결혼식에 참석한 사례가 있습니다. 손녀딸에게 로봇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따듯하게 안아주기도 했죠. 아직 로봇 시대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앞으로 찾아올 로봇 시대를 대비하여 관련 제도가 잘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운 좋게 IT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았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를 배웠고, 고등학교 때 인터넷을 배웠습니다. 또, 운 좋게 전자공학과에 들어가고, 창업 관련 혜택을 통해서 서큘러스를 열게 되었습니다. 제가 받은 혜택을 프로그래밍 교육이나 파이보를 통해서 많은 사람에게 돌려주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앞선 인터넷 기술로 IT 강국이 되었습니다. 로봇 산업도 미리 준비해서 다른 나라보다 더 앞서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실현하는데 파이보가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