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X Tech Seminar 시리즈 6차
ETRI 미래전략연구소 표준연구본부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진입을 앞두고 IDX(Intelligent Digital Transformation) 분야의 주요 핵심기술을 고찰하는 ‘IDX Tech Seminar’를 매달 개최한다. IDX의 대표기술로 대변되는 3초(초지능, 초연결, 초실감)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핵심기술·표준·시장에 대한 R&D방향을 모색하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01
집단지능과 오픈소스
성균관대 최영규 교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양날의 칼이다. SW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미래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한순간의 사소한 실수로 막대한 배상액을 물어 줘야하는 경우가 생겨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강조해오고, 여러 차례 전담조직을 만들어 운영한 경력이 있는 최영규 교수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픈소스의 활용과 전담조직의 역할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순환의 완성
4차 산업혁명 시대는 SW가 움직이는 시대다. 이 때문에 SW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흔히 플랫폼 장악을 위한 기술경영 전략으로 Corning(지배적 플랫폼이 없을 때 역량을 드러내어 플랫폼을 창출하는 전략)과 Tipping(지배적 플랫폼이 존재하는 경우 연합하여 세의 균형을 깨트리고 생태계를 갖추는 전략)을 꼽는데, 최영규 교수는 이 두 가지 전략을 모두 활용하는 전략이 바로 오픈소스 전략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 실체화하기도 하면서, 개방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생태계를 형성)하여 세를 이루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프로젝트 수는 이제 약 3,800만 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면 이제는 그 영역의 오픈소스는 무엇이 나와 있는지 찾아봐야할 정도다. 블록체인도, 인공지능도 오픈소스로 공개가 되어있다. 최 교수는 오픈소스에는 그간 수동적이었던 사용자들을 활동적인 개발자로 만들어주어, 순환의 고리를 만드는 중요한 속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로써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집단지성으로 모여들면서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와 지식이 결합해 수많은 혁신을 일으키는 ‘메디치효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로봇, 인공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핵심 산업들이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픈소스 전담조직으로 내부역량 강화해야
물론 오픈소스는 공짜가 아니다. 오픈소스에는 반환의무, 즉 특정 오픈소스 라이선스의 소스코드 공개 의무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공개 의무에 따라 비오픈 소스 SW가 오픈소스 SW로 변경될 수 있으며, 특허, 영업비밀, 핵심기술 등이 외부에 유출될 수 있다. 또한 오픈 소스 라이선스 미 준수 시 저작자와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 교수는 이 때문에 조직차원에서의 철저한 검증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고 개발프로세스에서도 시간을 많이 들여 오픈소스 대응 전략을 미리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교수는 Linux 기술그룹을 신설하고(2003), 성균관대 SW대학의 오픈소스소프트웨어센터를 신설(2016)하는 등 OSS 전담조직을 설립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다. 그는 전담조직을 운영할 때마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개발부서가 마감일에 쫓겨 프로세스를 줄이려고 할 때 ‘그래도 오픈소스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득하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최 교수는 과제를 채택할 때 오픈소스를 쓸 것인지, 과제를 완료했을 때 오픈소스를 활용했다면 저작권 침해와 라이선스 위반은 없는지를 체크하도록 하는 방법을 활용했다고 한다. 이미 국내에서도 라이선스 위반으로 생각지 못한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최 교수는 개발부서에서 오픈소스 라이선스에 대한 이해가 높고 철저하게 검증하는 문화가 어느 정도 성숙된 단계가 아니라면, 전담부서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개발 앞단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중 삼중으로 보호장치를 마련해주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픈소스를 전담하는 연구원은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어야 하며, 교류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02
4차 산업혁명의 초입에서 본 알파고, 인공지능, 공간탐색
서울대 문병로 교수
우리의 환경은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문병로 교수는 가트너의 10대 기술만 살펴보더라도 데이터와 관련된 주제들이 중요해지고 있고, 이로 인하여 인과성보다 상관성이 더 중요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즉, 데이터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잠재공간에서 상호작동하고 그 결과를 갖고 우리가 있는 공간으로 돌아오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의미를 모르는 유용한 결과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문병로 교수는 이처럼 데이터를 공간이라는 신선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최적의 여행경로를 찾아라
문병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공간과 대응이 된다. 편의상 문제 공간을 3차원으로 설명하면, 3차원 지형도에 봉우리는 해결 가능한 솔루션들의 집합이고 봉우리의 높이는 솔루션의 품질을 나타낸다. 알고리즘은 바로 문제의 지형을 파악하고 솔루션들의 후보인 봉우리들을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여행의 과정이다. 어떻게 가장 높은 봉우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찾아내느냐가 효율적인 여행의 관건일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컴퓨터라면, 빠른 속도로 모든 경우의 수를 살펴보고 가장 효율적인 문제해결방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 교수는 모든 해결책을 검토하는 ‘exist solution’은 컴퓨터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난해한 문제로 유명한 외판원 문제(TSP)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고 한다. 외판원이 25개의 지점을 방문하는 최단 경로를 구한다고 가정해보자. 컴퓨터가 1초에 1만 경우의 수를 평가하더라도 약 2조년이 걸린다. 실제로 해결해야 할 현실 세계의 문제들은 25개의 변수가 아닌 수백 개, 수천 개의 변수를 다뤄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사실상 컴퓨터에게 실생활 문제에서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솔루션의 검토를 기대할 수 없다. 문 교수는 그래서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즉 딥러닝 프로그램들이 효과적으로 해결방법들을 추정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품질이 나쁜 솔루션들에게 현혹되지 않고 가장 좋은 솔루션만을 검토하고 찾아내는 것이 딥러닝과 같은 알고리즘이라는 설명이다.
판을 보는 능력은 사람에게 있다
바둑에는 영겁의 수가 있다. 많은 학자들이 컴퓨터가 이 영겁의 수 중 가장 좋은 수를 읽어내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알파고는 심층 인공신경망 기술과 함께 몬테카를로 트리라는 기법을 활용해 이세돌과 커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갑작스러운 기술의 진보 덕분이다. 몬테카를로 트리는 부분적인 샘플링으로 전체를 추정하는 방법이다. 각각의 공간에서 다음 착점이 될 확률을 계산하고, 각 후보 착점에 대한 승률을 계산하며 시뮬레이션을 해본 후 그 결과를 역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둑을 둔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완벽하진 않지만 사람이 하는 일보다 좀 더 나은 확률로 좋은 결과를 찾아내어 알려준다. 그렇다면 사람이 할 일은 무엇일까? 문 교수는 인공지능시대에 사람에게 중요한 능력은 바로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문제를 만드는 것이 실력이란 것이다. 알파고의 몬테카를로 트리 알고리즘을 고안하기 위해 사람들은 바둑이라는 판을 읽어내는 일, 즉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에 먼저 몰두했을 것이다. 문 교수는 문제를 보는 감각을 길러야 엉뚱한 문제를 만들거나 모델링을 잘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감각은 평상시 데이터를 유심히 보고 궁금한 점을 바꿔보고 시행착오를 겪는 데서 길러진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오픈소스 시대라지만 오픈소스 안의 코드들을 궁금해 하고 바꿔보는 식의 노력에서 문제를 파악하는 감수성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무엇을 살펴보아야 하는가?’ ‘무엇을 궁금해 해야 하는가?’ 문 교수는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의 관찰, 호기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통찰이 나온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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