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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5 · May 26 · 2017 · Korean

Focus  ______  김휘용 실감AV연구그룹 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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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의 노력에 집중한 발명가

2016년, ‘올해의 발명왕상 수상, 특허 5백여 건 출원, 기술료 16억 원’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 주인공은 기발함, 정열적 등의 기존 발명왕의 이미지와는 달리 ‘평정심’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일희일비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기술로 더 나은 미래를 그리겠다는 포부로 묵묵히 정진하는 공학자, 김휘용 그룹장의 연구 역사를 살펴본다.

터널의 끝

김휘용 그룹장은 2배 이상의 데이터 압축이 가능한 영상압축기술(HEVC: High Efficiency Video Coding)을 개발하고 다수의 특허를 취득해, 2016년 5월 19일 특허청 발명의날 기념식에서 ‘올해의 발명왕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HD 서비스를 UHD 서비스로 이끈 주역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의 학문과 경력은 방송통신 멀티미디어 서비스 분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그는 전기·전자 분야의 학사 학위, 네트워크 분야에서의 석사 학위, 영상처리 분야의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선배의 권유로 들어간 벤처기업에서 영상 회의 장비와 영상 감시 솔루션과 관계된 기술로 특허를 출원했다. 자신이 만든 알고리즘이 실제 장비에 들어가 구현되는 것을 보는 게 즐거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고갈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연구를 좀 더 깊이 있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 다니던 기업을 퇴사하고 2005년 ETRI에 합류했다. 이후 멀티미디어 응용포맷 기술 및 영상 압축 기술 개발을 주도하였으며, 관련된 원천 특허 5백여 개를 확보하고 국제 표준화에 초점을 맞춰 전략을 치밀하게 수립하여 알토란같은 업적들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기본적으로 그의 남다른 특허에 대한 마인드와 10여 년의 연구노력이 이러한 결실을 꽃피울 수 있었다.
‘실제 만나지 않더라도 매체를 통해 실제와 구분하기 힘든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는 소회를 밝힌 김 그룹장은 터널 끝을 지난 상쾌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가 인터뷰에서 들려준 ‘터널을 지나기까지의 과정’은 결단코 녹록치 않았다. 오늘 날의 결실을 맺기까지, 보이는(visible) 영상기술을 개발하는 그의 연구 인생은 한 마디로 인비저블(invisible)에 가까운 불확실하고 험난한 과정이었다.

불확실성 극복하기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도전 앞에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기 마련이다. 10년 전, 원내에는 영상 압축 기술에 대한 선례가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안팎으로 본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표준화는 장기 프로젝트로 성과가 나중에 나오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한 압박이 컸다. 또한 표준화 회의 일정상 2개월 간격으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도 부담이 됐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전략을 수립, 목표를 향해 밤낮없이 달렸으며, 강행군 같은 일정이 이어졌다.
그는 팀원들과 함께 1년에 4번 국제표준화 회의 참석을 위해 출장을 다녔다. 각 출장 사이마다 계속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보완하고, 특허 준비와 기고서 작성을 했다. 야근은 물론 주말에 일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기억 남는 에피소드는 경쟁기관과 2백 통이 넘는 e-mail 설전을 벌여 끝내 상대를 납득시킨 일. 시차에 고생을 하면서도 매일 아침 일어나면 경쟁기관의 의견에 대응했다. 전투와도 같은 상황을 함께 이겨낸 동료들에게 그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무엇보다 동료들이 있었기에 그 많은 특허를 출원할 수 있었다고. 특허를 혼자 얻은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 동료들이 있었기에 그 많은 특허를 출원할 수 있었다고. 특허를 혼자 얻은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 했고, 특허 작업이 가속화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팀워크였다고 강조했다.
물론 과한 업무가 계속 돼 동료들과 항상 웃을 수만은 없었다. 어떤 동료는 살고 있는 대전의 대중교통 노선보다 표준화 회의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의 노선을 더 잘 안다고 농담할 정도로 생활 패턴이 국제표준 회의에 맞춰져 있었다. 그는 지친 동료들을 열심히 격려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꼭 된다, 될 것이다’며 확신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조차도 지칠 때가 많았다. 아이들이 가장 예쁜 시기를 제대로 보지 못한 안타까움과 육아를 거의 홀로 떠안은 맞벌이를 하는 아내에게 미안했다.
그렇지만 발명왕인 그는 남달랐다. 매 순간 마음을 다잡고 평정심으로 흔들림 없이 일에 매진했다. 이왕 하는 것 제대로 끝을 보겠다는 목표의식으로, ‘특허 관점에서 전략 수립하기’라는 자신의 장점을 발휘했다. 지식재산경영부서의 담당자들을 쫓아다니며 해당 기술을 설명하고, 반대로 특허에 대해 꾸준히 정보를 교환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가 취득한 특허 5백여 개는 같은 특허라도 표준에 채택되면 여러 나라에 출원한 것까지 포함한 개수이다. 그래서 그는 같은 특허라도 어떤 시장에 내놓아야 유리한지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확실성을 극복한 이의 비법은 결국 ‘철저한 준비’라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었다.

실패에 대처하는 노하우

그는 스스로 ‘나는 천재가 아니다.’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창의적이고 기발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기보다 편한 마음으로 연구에 몰입한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하지만 평정심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떨어지지 않도록 전문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가 잘하는 분야를 심화시키는 것뿐 아니라 그 분야가 미래 사회에 필요한 분야라면 꾸준히 노력하여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또한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 외부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유심히 지켜보아야 한다. 즉 기술자의 입장에서 기술적으로 좋은 것에만 주안점을 두지 않고, 사용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활용성 면에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는 기술이 우리 주변에 살아 숨 쉴 수 있게 상용화를 위한 고민을 했고, 이런 습관이 하나의 분야를 계속 연구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연구원들의 창의적인 연구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10개 중에 하나만 성공해도 된다는 마음으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원도 특허 건수를 채운다는 목적이 아니라 특허를 진짜 쓰는 이유를 스스로를 납득시켜야 세심하게 준비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특허에 대해서 발명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특허는 기술개발 권리를 보장(보호)받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특허를 준비할 때, 차별적인 아이디어만 기술하기보다 권리 침해 입증의 가능성을 염두 해 전략을 수립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특허는 비용 때문에 모든 것을 살릴 수 없기에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지식재산관리부서와 모니터링을 하며 살릴 것과 버릴 것을 필터링하는데, 그 과정에서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버린 기술이 나중에 표준에 포함되는 경우처럼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는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정진한다.

보다 더 멀리, 더 높이

표준은 멀리 내다보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10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기기는 바뀌기 때문이다. 내년 세계 최초로 시작하는 UHD 지상파 TV가 앞으로의 주류가 될 것이며, 상위 기술이 들어온다 해도 적어도 10년 뒤에 전반적인 소비 패턴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셋탑 같은 부가적인 장비에 새로운 기술을 넣을 수 있고, 모바일이나 온라인 시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현재에 맞는 기술과 미래를 내다보는 기술 모두를 시기적절하게 내놓기 위해서는, 허겁지겁 따라가는 후발주자가 되는 것보다 선도하는 자리에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일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의 발명왕상을 받아서 여러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지만, 상을 받은 전후의 연구 생활과 태도는 달라진 것이 없다.
경쟁자들이 기존의 2배 영상압축기술에 몰입하고 있을 때, 한발 더 나아가 4배 영상압축기술을 개발하여 주파수 걱정 없이 또 데이터 요금 걱정 없이 마음껏 영상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김휘용 그룹장. 2016년도 대한민국 발명왕상에 빛나는 그와 그의 동료들이 그동안 이룬 값진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욱 연구에 매진하여 미래의 선도 주자로 우뚝 일어서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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