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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4 · May 12 · 2017 · Korean

Wide Interview  ______  고석갑 호남권연구센터 에너지시스템연구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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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성과 창의성의 융합, ‘Hybrid ETRI’

‘하이브리드(hybrid)'란 두 가지 기능이나 역할이 하나로 합쳐진 것을 말하는 신조어다. ETRI 호남권연구센터 에너지시스템연구실 연구원들은 ‘하이브리드’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자율성과 창의성으로 똘똘 뭉쳐 개발해 낸 ETRI CoAP을 통해 국제 표준 시험 합격과 특허 11건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가히 ‘하이브리드 ’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그들의 유쾌한 연구 개발 이야기를 고석갑 에너지시스템연구실 연구원을 만나 파헤쳐봤다.

하이브리드人들의 유쾌한 성공

광통신연구센터로 처음 문을 연 호남권연구센터는 광기술 관련 연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사물인터넷, 에너지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에너지시스템연구실은 에너지 시스템에 사물인터넷을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에너지 신재생 시스템, 그리드 시스템 등 전력시설 관리 기술 등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합니다. 최근에는 IoT 디바이스 프로토콜 개발(CoAP)과 기술사업화라는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CoAP은 간단히 말하자면, 저전력 저사양 장치를 위한 사물인터넷 프로토콜을 의미합니다. 외국인과 대화할 때 그 나라의 언어가 필요하듯이 사물인터넷에서도 사물끼리 대화를 위해 언어가 필요합니다. 사물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기가 서로 연결되고 대화하는 것입니다. 이때 사용하는 언어를 프로토콜이라 합니다.
CoAP 기술 개발 배경은 당시 인터넷 프로토콜을 만든 IETF에서 CoAP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었을 때입니다. 향후 CoAP이 대세가 될 것으로 판단해 ‘우리도 CoAP을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개발이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노력 끝에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 상호운용성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이후 특허 11건을 얻었고, 중소기업 등에 기술을 이전하고 민간수탁 수주 등 다양한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느슨함’에 대한 경계

모든 성공에는 명확한 목표가 있습니다. CoAP 개발을 시작하려고 보니, 우리만의 목표가 필요했습니다. 일반 산업체는 기술을 상업화하여 이익을 내기 위해 자체적으로 테스트를 많이 시도하고, 연구개발 강도가 강합니다. 반면, ETRI는 일반 산업체와 달리 별도의 테스트를 하지 않고, 연구개발 강도도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험도 없고, 기간에 쫓기지도 않는 것입니다. ‘느슨함’에서 벗어날 필요를 느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 공부를 가장 많이 했을 때가 언제인가요? 떠올려보면 시험 기간에 공부를 가장 열심히 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2014년 3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CoAP Plugtest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명확한 목표와 일정이 생긴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업체와 연동 시험을 앞두고, 기간 내에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망신을 당하겠다는 생각에 참여한 모든 연구원들이 열심히 할 계기를 얻고, 긴박감 속에 연구를 수행해 나갔습니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10개 사가 참여한 시험에서 성공률 99.6%라는 성과를 얻고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모든 연구원이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고,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은 것입니다. 시험에 참여한 글로벌 기업들과 견주어 보았을 때,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앞서 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더욱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국제 상호운용성 시험에 합격한 이후, 시험을 통해 계속해서 기술을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CoAP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습니다. 국내에 CoAP ‘붐’을 조성하자고 마음먹고, 표준화 활동과 상호운용성 행사 개최, 전시회 등을 통해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CoAP이라는 키워드를 널리 알렸습니다.

국제 표준 프로토콜이라는 자부심

ETRI CoAP의 장점은 서로 얽혀서 결합하여야 하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표준 프로토콜이라는 점입니다. 사물인터넷 초창기에는 각 기업마다 나름대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각자 자신들만의 언어로 서비스를 만들면, 다른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긴밀히 연결되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얽히고 연결되기 위해서는 표준 프로토콜이 필요합니다. 또, 중소기업은 프로토콜 구현 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ETRI에서 만든 표준 프로토콜을 제공해 국내 시장에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ETRI CoAP 개발을 통해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국제 표준의 중요성을 알렸고, 통신사나 한전 등에서 국제 표준을 채택해 사물인터넷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작지만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전에는 제조사별로 제조사에 맞는 제어장치를 사용했다면, 표준 프로토콜이 정착되면 하나의 제어장치로 모든 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가격 경쟁력도 좋아질 것입니다.

ETRI 자율적인 연구 문화 정착을 위해

ETRI CoAP 개발 당시, 경쟁사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두 가지 방법을 택했습니다. 100% 저희가 생각한 대로만 기술을 완성해놓고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기술 이전 업체의 목소리를 반영하니 만족도와 완성도가 높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연구원 개개인이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한 것도 성공의 밑거름이라 생각합니다. 실장님은 개발에 있어 큰 그림과 계획을 세우셨고, 저 같은 경우는 전체 아키텍쳐(Architecture)를 담당했습니다. 표준 문서를 분석하는 연구원과 실제 코딩하는 것에 참여한 연구원도 있고요. 이전에 수행했던 연구와 다른 점은 선택과 집중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제를 수행할 때 범위가 넓은데, CoAP은 작은 부분이지만, 자율적으로 목표를 만들고 집중한 덕분에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에너지시스템을 개선하는 부분에 CoAP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에너지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자 합니다.
CoAP 개발을 통해 느낀 점은 자율적인 연구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각 연구원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오랜 연구 생활로 어떤 기술이 앞으로 붐을 일으킬 것이다 라든지 경험상 체득한 예측이 높은 확률로 적중된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이에 대해 경청하는 연구 문화가 정착된다면 자연스럽게 자율적인 연구 문화가 꽃피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TRI 자율 커뮤니티 AOC(Autonomous Open Community) 활동도 발굴 위주가 아닌, 관심 분야를 자율적으로 의견을 내고 과제로 발전시키고 연구원 스스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라 앞으로 ETRI 자율적인 연구 문화를 이끌어 가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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