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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80 · March 10 · 2017 · Korean

Insight Trip  ______  제주 이중섭 문화거리와 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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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의 제주, 곶자왈의 제주를 느끼다

국내에서 가장 이국적인 곳을 꼽는다면 제주도가 아닐까. 손을 담그면 손까지 투명해질 것 같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물질하는 해녀, 구멍이 숭숭 난 현무암까지. 가까이 있지만, 자주 갈 수 없는 곳이니 ‘제주’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기분 설렌다. 그런데 이번에 찾은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 ‘삼다도’로 유명한 제주도만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제주의 자연을 그린 화가 이중섭의 발자취를 따라 걸었고,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태고의 자연을 두 눈 가득 담았다. 이중섭이 그린 제주와 오직 제주에서 만날 수 있는 숲, 곶자왈을 찾아 함께 떠나보자.

제주도와 가족, 사랑을 그린 천재 화가 이중섭

제주도 서귀포시 정방 폭포 근처에 이중섭 미술관이 있다.
1997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는 이중섭의 예술혼을 기리고자 이중섭 미술관과 함께
그가 살았던 집, 그가 아침, 저녁으로 거닐었던 주변 거리를 이중섭 문화거리로 재정비했다.
한국현대미술 100년의 역사 속에서 이중섭은 수식어가 필요 없는 한국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이중섭(1916~1956)은 평안남도 평원에서 지주의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였는데,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본격적으로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현대예술가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그 역시 질곡의 현대사를 짊어진 아이콘이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이중섭은 가족과 함께 제주로 피난하게 된다.
이중섭은 제주도 서귀포에서 약 1년여를 보냈다.
전쟁 피난민으로 일시적으로 머무른 곳이었지만, 그는 제주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
바닷가에서 게를 잡으며 노는 아이들, 제주도 섶섬 등 제주도의 아름다운 장면을 화폭에 담았다.

이중섭 미술관은 그의 원화 작품 8점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현대화가의 작품이 전시 돼 있다.
이중섭 미술관 뒤편에는 이중섭이 피난생활 당시 가족과 함께 거주했던 집이 원형 그대로 복원되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초가지붕 아래 남루한 방 한 칸은 과연 네 식구가 사는 것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좁다.
이중섭은 평소 일반 초상화를 잘 그리지 않는 편이었는데, 작은 방을 내준 집주인에게는 초상화를 선뜻 그려주었다고 한다.

이중섭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

이중섭 문화거리는 이중섭을 기리기 위해 그가 피난 당시 거주했던 초가를 중심으로 조성된 거리다.
이중섭 미술관을 중심으로 서귀포매일올레시장까지 길게 이어진다.
‘이중섭 문화거리’라고 불리는 길에 들어서니 작은 공방과 가게가 줄을 잇는다.
서울의 ‘가로수 길’처럼 세련된 멋은 없어도 제주만의 소박하고 아담한 멋을 뽐낸다.
공방은 저마다 작은 가판대에 제주를 대표하는 해녀 인형이며,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진열해 놓아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중섭 문화거리는 그리 긴 편은 아니지만, 거리 곳곳에 이중섭의 작품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중섭 문화거리 초입에는 이중섭의 대표적인 작품 「길 떠나는 가족, 1954」을 조형물로 옮겨놓았다.
소를 끄는 아버지와 소달구지 위에 어머니와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타고 있다.
가게 벽면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고, 벽면에 이중섭의 작품을 전시해놓은 미니 갤러리가 이어진다.
그의 예술혼이 거리 곳곳에서 숨 쉬고 있다.

문화거리를 벗어나 해안 쪽으로 몇 분 달리다 보면, 마음이 확 트이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진다.
이중섭 문화거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구리 해안이 있다.
이중섭은 이 자구리 해안에서 제주의 아름다운 바다를 화폭에 담기도 하고, 부인과 두 아들과 함께 게를 잡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곳에는 이중섭을 기리는 조각과 다양한 예술작품이 설치된 작은 공원이 있다.
이중섭 문화거리를 비롯해 자구리 해안까지 이중섭 작품과 많은 예술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지붕없는 미술관’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해안을 배경으로 이중섭 화가의 손과 화폭을 담은 정미진 작가의 작품은 날씨가 좋은 날이나 해질녘이나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곶자왈, 자연의 날숨 속을 걷다

제주도에 왔으니 천혜의 자연 환경을 선사하는 곶자왈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곶자왈은 한라산을 기준으로 동서로 길게 뻗어있는 교래, 선흘, 송당을 비롯해 애월, 화순, 저지 곶자왈이 있다.
‘제주의 허파’라 불릴 정도로 광활한 천연림을 이룬다.

곶자왈이 탄생한 배경도 흥미진진하다. 거문오름이 폭발할 때 분화구에서 흘러내린 용암은 선흘리 일대를 뒤덮었다.
점성이 높은 용암은 천천히 흐르다 굳으면서 조각조각 깨졌다. 곶자왈이란 화산이 만든 독특한 숲을 말한다.
‘곶자왈’은 숲이라는 뜻의 ‘곶’과 자갈과 암석, 가시덤불이 뒤엉켜 있다는 뜻의 ‘자왈’이 합쳐진 이름이다.
그래서인지 곶자왈에서는 나무와 바위가 얽히고설킨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제주도는 지형적 특성으로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생명의 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곶자왈은 추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과 더운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 함께 자랄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원시림에 가까운 이곳은 평소 도심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매력을 전한다.
제주도의 유명한 곶자왈 중에서도 선흘곶자왈은 동백동산습지보호지역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2011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보호되고 있다.

곶자왈의 따뜻한 품속으로 들어가니 자연의 포근함이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것 같다.
아직 봄과 여름이 오기 전인데 초록빛이 가득한 숲 속은 우리를 외국의 숲으로 데려다 준다.
한 겨울에도 초록이 가득한데, 자연적으로 습도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쾌적한 환경 덕분이다.
산책로가 일반 등산코스에 비해 다듬어지지 않아 태고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신비의 숲을 걷는 기분이다.
이중섭의 생애 발자취와 제주의 자연을 한껏 느낀 시간.
다가오는 봄, 일상을 벗어나 이중섭과 곶자왈이 반겨주는 제주도로 떠나보자.
제주가 전하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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